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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 특집 - 통일 발원 18년 영흥도 통일사 선규 스님

기자명 김형규
  • 교계
  • 입력 2004.08.10 16:00
  • 댓글 0

“남북 길 트일 때 까지 목탁 놓지 않으리”

80세 노구 이끌고 매일 새벽 북녘 향해 민족화합 통일 기도



인천에서 서해 바다로 한참을 떨어져 있는 섬 영흥도. 이곳에 조그만 절을 짓고 18년째 남북 통일기원 기도를 올리는 있는 노 비구니 선규 스님(80)이 살고 있다.

절 이름은 일반 사찰로는 흔하다 할 수 없는 ‘통일사(인천시 웅진군 영흥면 내리 201-1)’. 남북 통일을 기원하는 마음에 절 이름을 이렇게 지었다. 그래서 그런지 대웅전 입구 머리맡에는 대웅전이라고 크게 써 붙인 편액과 함께 꼭 그만한 크기의 태극기가 함께 걸려 있다. 액자에 곱게 넣어 건 것이 정성스레 관리해 왔음을 짐작케 한다.

스님은 80세가 넘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지금도 새벽이면 어김없이 일어나 북녘 바다를 보며 남북 통일의 기도를 올리고 있다. 섬사람들은 영문도 모른 채 서해 바다에 올려 퍼지는 스님의 염불 소리와 범종 소리를 그렇게 18년째 듣고 있다.

스님이 외딴섬에 통일사를 짓고 통일 기도를 올리는 있는 것은 짧았던 남편과의 안타까운 인연 때문이다.

스님의 남편은 한국전쟁(6.25) 당시 하사관으로 전쟁에 참여해 중공군과 맞서 싸우다 부하 장병들이 모두 몰살당하자 스스로 자결한 서영석씨. 젊음을 조국에 바치고 산화한 남편, 그리고 아들 둘과 함께 남은 젊은 미망인. 동족상잔의 비극은 그렇게 스님의 삶을 가시밭길로 밀어 넣었다.

고향 황해도에서 피난민과 섞여 끝없이 밀려 내려간 전라도. 그곳에서 스님은 살아남기 위해 억척같이 일을 했다. 옷감 장사를 하고 채소 장사를 하고. 오로지 살아남기 위해 몸 부서져라 일을 했다. 그런 노력 덕분에 스님에게 적지 않은 재력을 안겨주었다.

그러나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되자, 이제는 몸이 아프기 시작했다.

“인왕산에 있는 용천사에 다녀와서 꿈을 꾸는데 갑자기 부처님이 왼팔에 불을 내리더라구. 그래서 스님에게 물어보니 그 손에 목탁을 잡으라는 부처님 수기라는 거야. 한마디로 불문에 들라는 거지. 그냥 무시했지. 그랬더니 병이 없는데도 몸이 아파 죽겠는 거야”그 후로 스님은 부처님이 점지해 준 절터를 찾아 영흥도에 들어와 절을 세웠다. 자신의 아픔과 남편의 죽음. 그리고 이 고통을 함께 짊어지고 있는 민족의 한을 풀기 위해 지은 절 이름은 바로 ‘통일사’ 스님은 18년 동안 두문불출하고 통일 기도를 올리는 동안 많은 신이를 경험을 했다. 북한 주석이었던 김일성의 죽음을 암시하는 꿈을 꾸기도 하고, 박정희 전 대통령의 죽음도 꿈에 미리 보기도 했다.

스님은 금강산 길이 열리고 기차길이 열리는 것도 남북 통일을 부처님께서 수기하고 있는 증거라고 믿고 있다.

“부처님만을 의지하고 18년을 지내도 보니 남편에 대한 애착도 모두 사라졌지. 그런데 현충일 행사를 끝내고 절에 와 보니 군청에서 약수터에 죽은 남편과 통일사의 사연을 담은 안내문을 만들어 걸었더라구. 이걸 보니 갑자기 가슴에 뭉클하는 거야. 아마 남편의 지금 마음이 그러했겠지”스님은 이 절을 맡아 운영해 줄 스님을 찾고 있다. 통일이 될 때까지 통일기도를 끊이지 않게 해 줄 그런 스님 말이다. 그런 스님이 나올때 까지 목탁을 손에서 놓지 않겠다고 스님은 말했다.


영흥도=김형규 기자
kimh@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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