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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맹인약초개안의 비유-하

기자명 법성 스님

존재 실상 꿰뚫는 지혜의 눈 상징

이 비유는 맹인이 신선의 도움으로 육체의 눈을 얻고, 마침내 수행에 전념하여 지혜의 눈까지 얻는다는 비유이다.


“이와 같이 마땅히 이 비유를 이해하라! 사람들이 생사 오도(五道)의 번뇌에 머물러 본래 무상한 이치를 알지 못하기 때문에 이름하여 어리석음이라 하는 것이니라. …(중략)…시방세계 일체법이 모두 변화하는 허깨비와 같고, 꿈과 같고, 아지랑이와 같으며, 깊은 산속의 메아리와 같아서 모두 소유할 바가 없으며, 바랄 바도 없느니라. 취할 바도 버릴 것도 없으며, 어둠도 광명도 없느니라. 이렇게 깊이 관찰한다면 통달하지 않음이 없고 보지 못하는 바가 없으리니, 일체 중생들의 온갖 근기를 다 보아서 알게 되느니라.”


깊은 산속에서 열심히 수행하여 신통력을 얻고 신선이 되어, 마음속에 어떤 집착도 없을 때 비로소 부처님과 같은 지혜를 얻어 일체를 볼 수 있는 진정한 눈을 얻을 수 있다는 내용이다. 물론 여기서 맹인의 눈을 치유해 주는 양의는 부처님을 뜻하며, 장님은 무명으로 생사윤회의 수레바퀴를 헤매며, 한치 앞도 볼 수 없는 중생들을 의미한다. 우리들이 알고 있는 지식과 경험을 부처님의 지혜로 본다면 저 맹인과 같이 지극히 미미한 것임을 이 비유를 통해서 잘 일깨워주고 있다. 우리들의 지식과 정보는 맹인이 겨우 육안을 얻은 정도이며, 참된 눈을 얻은 지혜자란 일체 존재의 실상을 꿰뚫어 볼 수 있는 지혜의 눈을 얻은 사람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앞으로 약 5개월 후면 대통령 선거가 있다. 여야의 많은 대선 후보자들이 12월19일 대선에 출사표를 던지고 있다. 여당의 유력한 한 후보자는 대선 슬로건으로 ‘내 꿈이 이루어지는 나라’로 정했다. 야당의 한 유력 한 후보는 ‘사람이 먼저다’라는 슬로건을 채택했고, 또 다른 야당 후보자는 ‘내게 힘이 되는 나라, 평등국가’와 ‘저녁이 있는 삶’을 발표했다. 그리고 어느 후보자는 ‘걱정 없는 나라’를 내걸었고, ‘빚 없는 사회, 편안한 나라’, ‘화병을 고쳐드리겠습니다’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선거전에 뛰어들었다. 많은 대선 후보자들은 자신들이 진정으로 국민을 위해 최고의 정치를 펼칠 것이며, 시민들이 자신들을 선택해야 후회가 없을 것이라며 홍보전을 펼치고 있다. 과거의 기억을 더듬어 보면 전두환 전 대통령은 ‘정의 사회 구현’이라는 문구로, 노태우 전 대통령은 ‘보통 사람들’로, 김영삼 대통령은 ‘문민정부’로, 김대중 대통령은 ‘준비된 대통령’으로, 고 노무현 대통령은 ‘새로운 대한민국’으로, 현 이명박 대통령은 ‘국민성공시대’를 슬로건으로 내세웠었다. 많은 대권 후보자들이 여러 정책들과 슬로건을 앞세워 정치권에 냉랭한 시민들의 마음을 얻고 정권을 잡기 위해 필사적인 몸부림을 친 것이다.


미국의 많은 정치인들은 퇴임 후에도 국민들로부터 존경을 받고 있다. 미국 국부이자 초대 대통령인 조지 워싱턴은 미국인들에게 영원한 영웅으로 기억돼 있다. 노예해방의 선구자인 링컨 대통령이나 자유민주주의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존 F. 케네디도 존경받는 정치인이다. 중국은 중국의 개혁 개방을 이끌었던 등소평 등의 정치인들이 중국인들에게 많은 존경을 받고 있다. 정치인들이 국민들에게 신뢰와 존경을 받는다는 것은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다. 우리나라는 초대 대통령부터 지금까지 60년 넘도록 미국이나 중국처럼 국민들에게 신뢰와 존경받는 분들이 몇이나 될까? 이전의 대통령들은 하나같이 친인척 비리와 측근비리로 국민들에게 실망만 안겨준 이들로 시민들에게 각인되지는 않았는지 걱정스럽다.


삼국유사 제2권에 경덕왕과 충담사의 아름다운 이야기가 나온다. 왕이 충담스님께 간절한 마음으로 백성들을 행복하게 하는 노래를 지어달라고 청하자, 안민가(安民歌)를 왕에게 바친다. “임금은 아버지요, 신하는 사랑하실 어머니시라. 백성을 어리석은 아이로 여기시면 백성이 사랑을 알리라. 구물거리며 사는 중생, 이를 먹여 다스리니, 이 땅을 버리고 어디로 가라하면 나라를 지닌 줄 알리라. 임금답게, 신하답게, 백성답게 할지면 나라는 태평하리라.”


▲법성 스님
이번 대선에서는 국민들에게 사랑과 존경을 받는 대통령이 나왔으면 좋겠다. 국민을 진정으로 아끼고 사랑하는 분이 나왔으면 정말 좋겠다. 국민 위에서 군림하는 통치자가 아니라 어버이 같은 사랑으로 경제적, 교육적, 사회복지, 문화 등 여러 면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다수 국민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줄 수 있는 정치지도자가 나오기를 갈망한다. 유권자의 지혜의 눈을 기대하며, 2012년의 안민가를 불러 본다.


법성 스님 법화경 연구원장 freewheel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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