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6. 격외선(格外禪)

기자명 윤창화

어떠한 규격이나 정해진 틀 밖에 있는 선
사량분별 용납않는 조사선을 뜻할 때 많아

격외구(格外句), 격외소식(格外消息), 격외선(格外禪) 등 격외는 선승들의 법문 속에서 많이 듣는 말이다. 격외와 격내(格內)는 현격하지만 그 간극 역시 얼마 되지는 않는다.


격외선이란 어떤 규격(規格)이나 격식(格式), 또는 정해진 틀(格) 밖(外)에 있는 선이라는 뜻이다.


세간적 척도를 초월한 선, 혹은 세속적인 척도로부터 초월해 있는 경지를 가리킨다. 즉 말이나 문자로는 표현하고 설명할 수도 없지만, 언어가 닿지 못하는 선의 경지, 상식이나 논리로는 접근 불가능한 경지를 격외선이라고 한다.


격외선이라고 할 때는 주로 털끝만치도 사량분별을 용납하지 않는 조사선이나 임제선을 뜻하는 경우가 많지만 꼭 그렇다고는 할 수 없고, 언어문자나 지식, 지해(知解, 지식적인 잔꾀)의 손끝이 닿지 못하는, 말하자면 사량분별의 저편에 있는 선을 말한다. 선의 경지 가운데서도 최고봉을 가리키는데, 격외선은 중국의 5가7종처럼 문파나 문하가 형성되어 있는 것이 아니고, 가장 고준한 방외(方外)의 선을 가리킨다.


조선시대의 선승 청허 휴정선사는 ‘선가구감’ 제불설궁 조사설현(諸佛說弓 祖師說絃) 대목의 주(注)에서 이렇게 말한다.


“어떤 스님이 조주 선사에게 물었다. ‘조사가 서쪽에서 오신 뜻이 뭡니까?’ 여기에 대하여 조주 선사가 ‘뜰 앞의 잣나무니라’고 대답했는데, 이런 것을 이른바 격외선의 뜻이라고 하는 것이다(僧問趙州. 如何是祖師西來意. 州答云. 庭前柏樹子, 此所謂, 格外禪旨也).”


즉 청허 선사는 사량분별심이 접근할 수 없는, 이를테면 정전백수자 같은 ‘틀 밖(格外)의 대답’이 격외선의 뜻이라고 말하고 있는데, 매우 정확한 정의라고 할 수 있다.


또 ‘청허집’에서 그는 좀 더 사족(蛇足)을 단다.


“향상일로는 삼천석불도 언설이 미치지 못한다. 이것을 격외선이라고 한다. 만약 마음이 허공과 같은 자는 조금 합일한다(向上路, 三千石佛, 說不及者, 格外禪. 若心如虛空者, 於道, 有少分相應)”라고 말하고 있는데, 여기서 ‘마음이 허공과 같아야 한다’는 것은 유심으로도 무심으로도 뚫을 수 없다는 뜻이다(有心無心 俱透不得).


그렇다면 무슨 마음이라야만 가능할까? 심공급제(心空及第), 즉 마음이 공(空)에 급제(합격)한 마음만이 가능할 것이다.


격외선이란 이치적인 접근이 가능한 의리선(義理禪)과는 상반되는 것으로, 통상적인 논리와 지식, 견해 등을 초월한 선의 경지를 말한다. 일반적인 사고나 이치로는 접근할 수 없는 경지, 그것이 격외선이다.


같은 말로는 격외구(格外句, 정해진 틀 밖의 말, 즉 개안(開眼)하게 하는 말), 격외담(格外談, 같음), 격외현지(格外玄旨, 사려 분별을 초월하는 묘지(妙旨)), 격외현기(格外玄機, 사려분별을 뛰어넘은 기용(機用)) 등이 있다.


격외란 겁외(劫外, 영겁 밖), 겁외소식(劫外消息, 영겁 밖의 소식, 경지, 세계)과도 같은 말이다. 보편적인 사고(思考)로는 알 수 없는 불가사의한 경지인데, 그런 경지를 ‘영겁 밖의 봄소식’이라는 뜻에서 ‘겁외춘(劫外春)’이라 하고, 그런 경지를 읊은 선시(禪詩)를 ‘겁외가(歌)’라고 한다.


꽃피는 봄인데 해마다 맞이하는 상례적인 봄이 아니다. 그 봄은 우주 영겁 밖의 봄이다. 불가사의한 봄이다. 화중연화소식(火中蓮花消息, 불 속에서 연꽃이 피는 소식), 고목생화(枯木生花, 마른 고목에서 꽃이 피다), 몰현금(沒弦琴, 줄이 없는 거문고) 등도 같은 의미이다.


▲윤창화
모두 다 보통 사람의 사유를 뛰어넘는 언어도단의 경지, 격외선의 경지를 뜻하는 말이다.

 

윤창화 changhwa9@hanmaill.net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