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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사 참회 없는 대통령 후보

기자명 박한용
  • 법보시론
  • 입력 2012.07.30 17:43
  • 수정 2012.07.30 17:54
  • 댓글 0

최근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예비후보의 발언이 온갖 논쟁을 낳고 있다. 7월15일 신문방송편집인협회 토론에서 “5·16은 불가피한 최선의 선택”이며 “5·16이 오늘날 대한민국의 초석을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또 “전 국민의 50퍼센트 이상이 5·16이 구국의 혁명이라고 지지하고 있으며, 유신헌법을 제정할 때에도 유권자의 80퍼센트 이상이 지지했다”고 말해 쿠데타와 유신독재를 사실상 정당화했다. 박근혜 후보는 독재와 인권유린으로 얼룩진 박정희 시대를 대한민국의 영광의 시기로 보고 있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18년 6개월, 6738일. 1961년 5월16일부터 1979년 10월26일까지 박정희가 집권한 기간이다. 집권 6738일 가운데 군정이 945일이었고, 긴급조치 제9호는 그 기간이 무려 1669일 9시간으로 4년 6개월에 달했다. 박정희 18년 집권기 가운데 절반 정도가 사실상 계엄상태였다.


독재만 문제였을까. 박 정권은 1961년부터 1965년까지 한일회담을 진행하면서 일본 기업으로부터 6600만 달러의 뒷돈을 받았다. 온 국민의 반대 속에서 한일회담을 강행하면서 뒷돈을 받아먹었으니 어찌 매국회담이 아니겠는가. 1971년 대통령선거 때는 야당의 김대중 후보를 꺾고자 그해 국가 예산의 10분의 1에 해당하는 600억원 이상을 선거비로 쏟아 부었다. 1973년에는 ‘기생관광도 일종의 애국’(당시 문화공보부 총무과장 발언)이라며 외화벌이를 명목으로 국가 차원에서 매춘산업을 장려해 망신살이 뻗쳤다. 또 미국의 칼덱스사와 걸프사로부터 각각 400만 달러와 300만 달러의 정치헌금을 받고 한국의 석유산업을 이들에게 넘겨주었다. ‘조국근대화의 기수’라던 생산직 노동자들의 1978년 월 노동시간은 260시간 주당 65시간이나 되었다. 일요일을 제외하자면 하루 평균 11시간 이상의 장시간 중노동에 시달린 것이다.


박근혜는 유신시대 대통령의 딸로만 존재한 것이 아니었다. 육영수 여사가 서거한 후 유신시대 퍼스트레이디로서 활동했다. 1975년부터 최태민이라는 의혹의 인물과 한마음구국여성봉사단을 조직했다. 최태민은 봉사단을 이용해 온갖 부정과 비리를 저질러 중앙정보부가 내사까지 해 문제가 됐으나 박근혜는 끝내 그를 비호했다. 1977년 최태민을 본부장으로 새마음갖기국민운동본부가 발족하자 박근혜는 지역별 본부 발족식에 빠짐없이 참석해 ‘국민총화와 충효가 자리 잡아야 이상적인 복지국가가 된다’고 연설하기도 했다. 박근혜는 유신의 퍼스트레이디로서 국민의 정신까지 개조하는데 앞장서고 격려하고 유신체제를 대중적으로 확대하는 역할을 했다.


자연인 박근혜가 5·16쿠데타나 독재를 찬양하고 미화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러나 대통령 후보가 된다면 문제는 달라진다. 대통령은 국헌을 준수하고 국민을 주인으로 모시고 국정의 방향을 올바르게 움직여야 할 의무가 있다. 헌법의 근본정신으로 자리 잡은 독립과 민주의 가치를 무조건적으로 지켜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런데 박근혜는 아버지의 친일반민족행위와 독재와 인권유린의 역사를 변호, 또는 미화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박 대통령 가족은 불교와 깊은 인연이 있다. 5대 대통령 선거 때 육 여사는 불국사에서 당선기원 불공을 드리기도 했고, 박 정권은 청담스님을 국사처럼 대접하기도 했다. 그런데 정작 불교의 근본정신인 자비나 참회와는 정반대의 삶을 살아, 자신의 가족은 물론 국민과 국가에게 커다란 비극과 불행을 안겨주었다.

 

▲박한용 연구실장
유신40년을 맞이한 올해 박근혜가 참회를 통해 묵은 원한을 녹여 내리고 해원상생의 길을 찾기를 간곡히 권하고 싶다. 그런데 정작 그녀는 아버지 박정희가 저지른 죄악을 대한민국의 영광으로 둔갑시키겠다고 나서니 오로지 딱할 따름이다.


박한용 phyk6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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