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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암 스님 [중]

기자명 법보신문

부처님 말씀 전할 때면 ‘원각경’ 인용

▲ 스님은 출세간법보다 더 좋은 법은 없다고 강조했다.

고암은 출가사문이자 보살이다. 그렇기에 계율이 청정한 사문의 길을 가면서도 한 곳에 홀로 머물며 수행하는데 그치지 않고 민중과 호흡하는 데도 정성을 다했다. 특히 1945년부터 1954년까지 10여 년 동안은 제주도에 이르기까지 경향 각처에서 포교하고 보살계를 설했다.


그런 고암이 대중들을 대하면서 입버릇처럼 가르치던 법문 중 가장 유명한 것은 ‘한 물건’에 대한 것이었다. “네게 한 물건이 있으니 허공보다 더 비었고 우주보다 더 크고 일월보다도 더 밝다. 그 물건은 밥도 먹고 옷도 입고 다니며 일하고 말할 줄도 안다. 그 물건은 볼 수도 없고 만질 수도 없되 또한 안으로는 여러 가지 묘한 것을 머금고 있으며 밖으로는 언제나 당당하게 나타난다. 옛 조사는 그것을 일원상으로 그려 내보였는데 대중은 그 소식을 알겠는가.”


고암은 대중들에게 그렇게 묻고는 고불고조가 전한 소식을 조곤조곤 일러주기를 마다하지 않았다. 그 중에서도 많은 법문에서 특별하게 인용한 경전이 ‘원각경’이다.


결제나 해제철이 되면 법석에 올랐던 고암은 “‘원각경’에 보면 생사열반(生死涅槃)이 유여작몽(猶如作夢)이라고 했다. 그리고 염송에는 세존이 도솔천을 떠나지 않으시고 벌써 왕궁에 탄생하였으며 마야부인 태중에서 나오지도 않으시고 이미 일체중생을 모두 제도했다고 하셨다. 그렇다고 한다면 부처님에게는 진실한 의미에 있어서 탄생이 있을 수 없고 따라서 열반도 있을 수 없다”고 생사열반이 따로 있지 않음을 설파했다.


또 다른 자리에서는 “‘몽환인 줄 알면 곧 여읠 것이니 방편 지을 것이 없고 환을 여의면 곧 각이라 역시 점차가 없더라’ 하였다”면서 깨달음에 대해 일러주기도 했다. 고암의 법문과 가르침은 ‘자비보살의 길’에 자세히 실려 있다.
‘원각경’은 우리나라에서 대승불교의 근본경전으로 사용해 온 경전 중 하나다. 원래 이름이 ‘대방광원각수다라요의경(大方廣圓覺修多羅了義經)’으로 당나라 영휘 연간에 북인도 계빈국 승려 불타다라가 한역했다고 전해진다. 대승(大乘)·원돈(圓頓)의 교리를 설한 것으로, 주로 관행(觀行)에 대한 설명이며 문수(文洙)·보현(普賢)·미륵보살 등 12보살이 부처님과 1문1답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고려 지눌(知訥)이 이 경전을 중요시 여겨서 퍼뜨렸고 조선 초에 함허(涵虛)가 ‘원각경’ 3권을 지으면서 한국불교 전문강원에서 스님들을 가르치는 교과목으로 채택됐다. 또 ‘유마경’, ‘능엄경’과 함께 선(禪)의 3경(經)으로 불리고 있어 오늘날 선종을 표방하는 조계종에서도 중시하는 경전 중 하나다.


고암은 한편으로 자신의 위치를 특별하게 여기지 않고 상을 세우지 않는 모습으로 일관했다. 종정 자리에 있으면서도 일주일에 한 두 차례는 대중들을 위해 차(茶)를 달여 왔을 정도였다. 종정이 젊은 학인들의 차 시중을 드는 일은 일반적으로 상상조차 허락하지 않는 일이었음에도 고암은 그렇게 했다. 평소 생활 그 자체가 이런 일들로 엮어져 있었으니, 수행자의 모습이 어떠해야 하는지는 물론 부처님이 가르친 자비가 어떠한 것인가를 몸으로 보였던 것이다.


한편 출가수행자가 명리에 떨어지는 것을 경계했던 고암은 “출세간법보다 더 좋은 법은 없다”며 “언제부턴가 출세간인이 세간법에 얽매여 있는 느낌이 든다”고 세속화되는 출가자들의 행태에 안타까움을 표하기도 했다. 

 

심정섭 기자 sjs88@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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