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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선수단 이끈 불자 3인방

기자명 법보신문
  • 사회
  • 입력 2012.08.13 00:32
  • 수정 2012.08.13 13:59
  • 댓글 0

이기흥 한국선수단장

“부처님께서 든든히 받쳐주셨죠”

 

 

▲조계종 중앙신도회장이기도 한 이기흥 단장은 선수들이 모든 기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부처님께 늘 기도했다고 말했다. 

 

 

목표치 훌쩍 넘겨 행복

펜싱 신아람 선수 위해

불단 마련하고 108배


“런던은 1948년 역도의 김성집 선수가 대한민국의 이름으로 첫 올림픽 메달을 딴 역사적인 장소입니다. 국민의 성원과 격려가 있었기에 64년 만에 다시 찾은 이곳에서 선배들이 이룩한 한국 스포츠의 찬란한 위업을 이을 수 있었습니다. 이번 런던올림픽에 참가한 선수단 일동은 국민 성원에 보답하고자 육체적 훈련과 정신적 고통을 이기며 결연한 의지로 경기에 임했습니다. 메달의 색깔, 유무에 관계없이 모든 선수들에게 박수를 부탁드립니다.”
대한민국이 만들어낸 감동의 휴먼드라마는 계속됐다. 지난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대한민국선수단을 이끌며 기대 이상의 선전으로 종합 2위 성적을 달성, 국민들에게 환희와 기쁨을 선사한 이기흥 대한민국선수단장이 제30회 런던올림픽에서 다시 한 번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이겠다던 약속을 지켰다.


대한민국의 목표는 ‘10-10’. 금메달 10개 이상을 따내 종합 10위권 내에 든다는 것이다. 그러나 8월10일 현재 금메달 12개, 은메달 7개, 동메달 6개로 종합 5위를 기록, 목표치를 훌쩍 넘겼다. 금메달 13개로 종합순위 7위를 기록한 베이징올림픽을 넘어 역대 최고성적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 단장은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으로 펜싱의 신아람 선수를 꼽았다. 신 선수는 런던올림픽 펜싱 여자 에페 개인전에 출전해 준결승에서 ‘멈춰버린 1초’ 오심으로 결승전 진출에 실패하고, 이후 나선 동메달 결정전에서도 패해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1초 오심으로 패한 그날 신아람 선수를 위로하고 박종길 태릉선수촌장과 작은 불단을 마련해 108배를 올렸습니다. 신 선수가 아픔에서 벗어나 특유의 평정심을 되찾기를 간절히 기원했습니다. 런던에서의 일정이 보통 새벽 5시에 시작돼 새벽 1시께 마무리되다보니 새벽 2시경 신 선수를 위한 법회를 가졌어요. 부처님 가피인지 다행히 역경을 이겨내고 에페 단체전에서 은메달을 획득했으니 그 어떤 장면보다 기억에 남을 수밖에요.”


이 단장은 독실한 불자다. 지난 2007년 체육인불자연합회 창립을 주도하는 등 신행·포교활동으로 지난해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불자대상을 수상했다. 지난 7월에는 조계종 중앙신도회 대의원총회에서 제25대 중앙신도회장으로 추대됐다. 바쁜 일정에도 출국에 앞서 전국 25개 교구본사를 찾아 선수들의 선전과 무사귀환을 기원했고, 봉정암을 찾아 철야정진에도 동참했다.


“선수 부모님의 마음과 다르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몸 건강히 부상당하지 않기를 바라는 게 부모님 마음 아니겠습니까. 선수들이 지금까지 노력해 쌓은 기량 100% 발휘하고 무탈하게 귀국하기를 부처님께 기원했습니다. 지난 아시안게임에 이어 이번 런던올림픽까지 부처님께서 제 뒤를 든든히 받쳐주는 느낌입니다.”


런던올림픽 대한민국선수단장으로서 마지막 소임 또한 잊지 않았다. 결코 자만하지 말고 더 열심히 정진하라는 당부의 말이 그것이다. 이 단장은 “혼신의 힘을 다해 한계를 극복하며 온갖 시련을 이겨낸 영웅들의 감동 휴먼드라마는 계속돼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결코 자만하지 않으며 ‘백척간두진일보(百尺竿頭 進一步)’의 정신으로 정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단장은 이어 국민들에게 “승패에 일희일비하기 보다는 선수들의 땀과 눈물, 열정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달라”며 “한 마음으로 선수들의 선전을 기원한 국민과 최선을 다해준 선수단 모든 분들에게 선수단장으로서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김현태 기자 meopit@beopbo.com

 


박종길 태릉선수촌장

 

▲박종길 태릉선수촌장

 

 

600일간 매일 새벽 108배
점심공양 후엔 꼭 법당 찾아

 

별명은 ‘24 돌아’다. 런던올림픽을 위해 태릉선수촌에서 피땀 흘리며 훈련했던 대한민국 선수들이 붙여준 애칭이다. 24시간 쉬지 않고 돌아다닌다는 뜻이다. 박종길(66, 지공, 사진) 태릉선수촌장 일상을 돌아보면 그럴 만도 했다. 태릉선수촌에서 담금질하고 있는 선수를 위해 600일 넘게 매일 새벽 108배 올렸다. 예외는 없었다. 2010년 12월 선수촌장에 취임한 뒤 지금껏 출, 퇴근을 해본 적이 없다. 선수와 먹고 자고 땀 흘리며 울고 웃었다. 점심공양 뒤에도 선수촌 법당을 찾아 부처님께 기도했다.


선수보다 일찍 눈 뜨고 늦게 등을 붙였다. 새벽 5시에 일어나 밤 10시까지 엉덩이를 붙여본 적이 없다. 올림픽에 출전하는 모든 종목 모든 선수를 찾아 다녔다. 새벽 훈련을 하는 선수에게도, 야간 훈련을 하는 선수에게도 그는 먼저 다가가 “힘내라”고 격려했다. 야간 훈련 중인 선수에겐 과일 등 간식을 직접 챙겼다. 주말이면 선수 대부분이 가족 품으로 돌아가 휴식을 취해도 그는 선수촌에 남았다. 휴일에도 구슬땀 흘리는 선수가 눈에 밟혀서다. 선수촌을 떠나지 않고 선수의 뒷바라지를 했다.

 

이번 올림픽서 펜싱 남자 단체 사브르에서 금메달을 딴 불자 선수 구본길과 인연도 흥미롭다. 구본길은 몰래 새벽에 선수촌을 나갔다 들어오다 그와 마주쳤다. 그는 ‘이 일을 거울삼아 열심히 해서 금메달을 따겠다’는 각서를 받기도 했다.


올림픽 현장에서도 그의 기도는 멈추지 않았다. 펜싱의 신아람 선수가 ‘멈춰버린 1초 오심’으로 심신이 무너졌을 때 그의 맘도 무너져 내렸다. 잠이 오지 않았다. 새벽 2시께였다. 이기흥 단장과 조성한 임시법당에서 함께 108배를 했다. 신아람 선수는 다음 경기에서 은메달을 수확했다. 런던 현지서 전화 연결한 박종길 선수촌장은 “우리 신아람이 은메달을 따 노력을 보상받고 억울한 심정을 달래달라고 기도했는데 딱 그렇게 됐다”며 웃었다.


그는 런던올림픽에서 대한민국 대표 선수들이 일군 훌륭한 성과에 가려진 숨은 조력자였다. 선수촌장은 그렇게 이번 올림픽을 선수들과 24시간 함께 했다.

 

최호승 기자 time@beopbo.com

 


직능체육전법단 부단장 부명 스님

 

▲부명 스님

선수·감독들 위해 매일 기도

메달리스트들 감사 문자 보내

 

“올림픽은 지구촌 축제입니다. 세계 각국 대표 선수들이 어우러져 승패를 떠나 감동을 자아냅니다. 올림픽 현장은 즐거운 축제였습니다. 세계일화란 표현처럼 올림픽은 세계가 하나로 피어난 연꽃이었습니다.”


지난 8월4~9일까지 런던에서 올림픽에 참여한 대한민국 불자 선수들을 응원했던 조계종 직능체육전법단 부단장 부명 스님이 올림픽 관전 뒤 소감을 밝혔다. 스님은 메달의 가치보다 도전 자체로 감동이 되는 선수가 많았다고 회고했다. “메달 획득을 못한 선수라 할지라도 국가를 대표해 축제에 동참했다는 일 자체만으로도 크게 격려 받아야 한다”는 게 스님 생각이다.


특히 스님은 올림픽 정신을 강조했다. 올림픽 정신이란 스포츠에 의한 인간의 완성과 경기를 통한 국제평화의 증진, 승리보다 참가하는데 의의를 둔다. 인간에게 중요한 것은 성공보다 노력이란 점도 올림픽이 지향하는 정신이다.


“부처님께서는 일체중생 모두 부처님 성품이 있다고 하셨습니다. 끝없는 노력 뒤엔 성공이 있다는 신념과 성공보다 노력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 불성이 있다 굳게 믿고 끊임없이 수행하며 수행하는 과정 자체를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가 다르지 않습니다. 전 세계를 평화라는 보편적 가치 아래 하나로 묶어 감동을 피워내는 올림픽이 바로 세계일화 아닐까요?”


그러나 스님은 “메달 획득 유무를 떠나 올림픽을 통해 인격의 완성에 목표를 둬야 한다”고 말했다.


올림픽 경기 하나하나를 하나의 수행과정으로 봐도 크게 무리가 없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긴장이라는 마음에 끄달리지 않아야 한다는 얘기다. 전 세계의 시선이 집중되는 올림픽에서 긴장하지 않고 온 마음을 집중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선수들이 불교를 좋아하는 이유도 여기 있다”고 했다.


“옛 말에 정신을 한 곳에만 집중하면 이루지 못하는 일이 없다 했습니다. 특히 운동선수들은 집중력을 위한 마인드 컨트롤이 생명입니다. 자신의 내면을 관찰하는 명상이나 부처님 가르침이 선수들에게 와 닿는 이유입니다.”


한국불교를 대표해 런던올림픽에서 국가대표 응원에 나선 스님의 평소 생각이다. 운동선수와 얘기하며 상담을 하면서 느낀 점이기도 했다. 스님은 2009년 포교국장 당시 태릉선수촌과 인연 맺고 체육인 불자들에 대해 관심을 쏟아왔다. 이번 올림픽을 위해 불자 선수, 감독들 명단을 축원카드로 만들어 기도해왔다. 그래서인지 런던 방문 동안 불자 선수와 남다른 인연도 있었다. 양궁 최현주 선수는 금메달을 딴 뒤 문자 메신저 카카오톡으로 문자를 보내 스님을 감격시키기도 했다. 

 

최호승 기자 time@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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