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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등교거부

기자명 법보신문

하기 싫은 일 극복시키는 것이 어른의 역할

 

▲히로나카 스님은 “아이의 사회적응을 위해서도 등교거부는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Q. 등교를 거부하는 조카가 걱정됩니다.

 

조카 때문에 고민하고 있습니다.
언니에게는 아이가 셋 있는데, 세명 다 등교를 거부해 학교를 제대로 다니지 못했습니다. 큰 애가 남자인데, 고등학교 때부터 학교를 싫어하기 시작했습니다. 겨우 졸업을 해서 한참 동안 집에 있다가 최근 직장을 잡아서 출근하고 있습니다. 둘째와 막내 여자 아이들도 오빠의 영향을 받았는지, 줄줄이 학교를 가지 않았어요. 둘째는 중학교때부터 등교를 거부했습니다. 집에서 공부해 검정고시로 고졸자격을 따고 요즘 침술을 배우겠다고 전문학교를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가장 걱정하는 아이는 초등학교 때부터 불등교 학생이 된 막내입니다. 중학교는 거의 출석을 하지 않은 채 시험만 보고 졸업했고, 고등학교에 진학한 후에도 학교를 가지 않는 날이 더 많았습니다. 숙제만 제출하고 시험을 봐 겨우 졸업을 했는데 졸업 후에도 별다른 활동을 없이 매일 집에만 있습니다.
언니도 형부도 둘 다 바빠서 거의 집에 없는데다가 아이들을 야단치고 교육하려는 성격이 아닙니다. 오히려 제가 옆에서 아이들을 지켜보며 걱정을 하는데 , 언니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시간이 지나면 스스로가 밖으로 나갈 테니까 괜찮다”고만 해요.
하지만 막내는 유독 학교를 가지 않은 시간이 길어서 은근히 걱정이 됩니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밖으로 데리고 나가려고 하는데, 언니는 오히려 그런 제게   “너무 설치지 마라”고 핀잔을 줍니다.


본인도 부모도 원하지 않으면 이모가 더 이상 간섭하면 안 되는 건가요? 조카가 매일 집에만 있는 모습이 너무나 안쓰러워서 가슴이 답답합니다. 제가 이모로서 조카를 위해 할 수 있는 역할이 있을까요? (35세, 직장인)

 


A. 우리가 어릴 때는 부모뿐 아니라 동네에서도 많은 어른들이 아이들을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아이가 어느 집 자식인지 다 알고 지내면서 학교를 안가는 아이가 있으며 “너도 학교 가야지!”하고 타이르기도 했지요. 아이들이 많은 어른들과 접촉하면서 성장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당신이 이모로서 조카한테 신경 쓰는 것도 당연한 일이지요.


그런데 요즘 사회 분위기가 점점 바뀌기 시작했어요. 이젠 개개인의 자립(自立)심을 키우는 것이 우선이라는 풍조가 일반화되고, 핵가족이 급속도로 많아지고 있지요.  어찌보면 가족의 개념마저 무너지고 있습니다.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함께 공유(共有)하는 것이 가족인데, 지금은 서로에게 간섭을 하기보다 부모는 부모대로, 아이는 아이대로 인생을 따로 사는 것처럼 생각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한 지붕 아래 있어도 각자 자기 방에 들어가서 지내는 시간도 많아졌지요. 그리고 이제 사람들은 집안 문제를 밖에 보여주기 싫어해서 동네사람들 간의 친밀한 교류도 찾아보기 힘듭니다.


우리 사이쿄인에는 내가 정한 규칙이 딱 하나 있습니다. 자는 시간 이외에는 자기 방에 혼자 있으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돌아오면 거실에서 같이 텔레비전을 보거나 부엌에서 수다를 떨거나 가사 일을 함께 하거나, 아니면 큰 방에 가서 서로 숙제를 하는 등 마치 대가족처럼 지내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가족 속에서 스스로 배우는 일이 많거든요.


나는 지금까지 수많은 불등교 학생과 가족들을 만났는데, 불등교 아이의 어머니에게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러나” 등 상대방을 부정하며 이야기를 시작하고, “남은 남이야”, “가기 싫으면 안 가도 돼” 등등 불등교를 인정하는 말을 자주 합니다. 당신의 언니는 어떤가요?


어머니의 말투 속에는 “내가 내 아이를 가장 잘 이해한다”는 형식적인 생각이 있습니다. 학교 가기가 힘들면 안 가도 된다고 엄마가 말하면 아이는 학교에 미련을 버리게 됩니다. 며칠만 쉬고 마음이 안정을 되찾으면 다시 학교를 가라고 격려해 주는 것이 부모로서의 역할이라고 나는 생각합니다.


사람은 타인과 얽히며 몸과 마음이 성장하지요. 힘들다고 해서 집에만 있으면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습니다.
특히 학생은 학교에서 친구들과 부대끼며 인간관계를 배워나갑니다. 학교는 결코 공부만 하는 곳이 아니거든요. 학창시절에 다른 아이들과 접촉이 적은 불등교 아이들은 사회에 나가서도 사람들과 접촉이 적은 직업을 선택하게 되니 일할 수 있는 직종에도 제한을 받지요. 그리고 한 직장에 오래 있지 못하고 여기저기 전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금은 경제적인 걱정이 없겠지만 부모도 나이가 들어 언젠가 아이를 돌봐줄 수 없게 되겠지요. 그 때 아이는 어떻게 될까요? 부모는 항상 아이의 5년 후 10년 후의 모습을 생각해 둬야 합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당신의 조카들이 음식을 가리지 않습니까? 불등교 아이들은 대부분은 가리는 음식이 있거든요.


요즘 일본에서 유행하는 교육법이 있습니다. 초등학교 고학년 아이들에게 한 달에 한 번 ‘도시락의 날‘을 만드는 거예요. 학교에 가서 먹을 도시락을 학생 스스로가 만들어가는 날입니다. 이런 경험을 통해 아이들은 음식에 대한 감사의 마음, 엄마에 대한 고마움을 배웁니다. 계란말이 하나라도 잘 만드는 아이가 있고 못하는 아이가 있으니, 서로 남의 도시락을 보면서 비교 도 해보고 배울 점도 많지요.


나는 거기에다가 또 한가지 “내가 싫어하는 것 하나를 꼭 넣자”고 제안하고 있습니다. 칼로리나 영양소의 문제가 아니예요. 스스로가 싫어하는 음식을 극복해 나가는 일이야 말로 ‘식육(食育)’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일이 아닌가 싶습니다.


불등교 아이의 엄마는 아이가 싫어하는 음식도 억지로 먹이지 않은 경향이 있어요. 그러나 아이가 성장해서 사회에 나가면 편식은 통하지 않지요. 싫어하는 상사 밑에서 일도 해야 되고, 마음에 맞지 않은 동료와도 같이 밥을 먹고 일을 해야 합니다. 그것이 바로 우리가 살아있는 사회입니다.


조카의 장래를 생각해서 이모가 아이의 변화를 이끌어 주세요. 하루 빨리 아이를 밖으로 데리고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히로나카 스님
이모로서 당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1. 제사나 집안 행사가 있을 때 꼭 아이를 데리고 가도록 하세요.
2. 바쁜 언니 대신 아이와 함께 음식을 만들어 보세요. 아이가 가리는 음식이 있으면 그것을 재료로 즐겁게 요리해 보세요.
3. 아이가 자존감을 가질수 있도록 다른 이에게 도움을 주는 봉사활동을 함께 해보세요. 집 근처 공원을 아침마다 청소하거나 쓰레기를 주워 아이가 동네사람들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면 아이에게도 조금씩 변화가 생길거예요.  

 

번역=도서출판 토향 도다 이쿠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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