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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생태생명 운동의 주체

기자명 법보신문

올여름 기록적인 폭염·열대야가 오랫동안 이어지면서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일대에는 열섬현상까지 나타났다. 겨울은 춥고 여름은 더운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지만, 올 여름엔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가 전년에 비해 2배 이상 높아졌다고 하니 가히 재앙의 수준이다. 여름마다 나타나는 기상이변은 지구온난화로 인한 것이며 생태계의 파괴 및 환경 문제는 이제 특정 지역의 문제가 아니라 전지구적이며 상시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엄연한 현실이다. 후쿠시마 원전사고와 공해, 각종 동식물의 멸종, 유전자 변형 옥수수는 물론 핵전쟁과 지역 분쟁의 위험은 이제 우리 개개인의 삶 속으로 들어와 있는 문제이다.


생태위기를 유발한 원인을 근본적으로 규명하고자 다양한 접근방법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깨닫게 된 것이 있다. 이제 자연은 더 이상 인간만을 위한 개발, 정복, 지배의 희생양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인간을 둘러싼 주변의 동식물을 포함해서 모든 생명들 역시 인간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며, 세상은 인간 대 비인간으로 이분화할 수 없다는 것이다. 모든 생명은 존중받는 평등한 존재이고, 인간만이 우월하다고 여기지 않는다는 것은 바로 불교의 가르침이다. 불교의 연기사상은 모든 존재가 겉으로는 서로 대립되거나 따로 독립되어 있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다른 존재와 그물코처럼 연결되어 상호 밀접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본다. 불교적으로 산다는 것은 바로 생명을 존중하고, 생태계의 온 생명을 살리기 위한 가치와 그에 맞는 생활방식으로 살아가는 삶일 것이다.


그동안 불교계에서 진행해 온 쓰레기제로·빈그릇 운동, 지렁이 퇴비화, 환경과 생명을 살리는 환경보살 선언, 사찰 자연환경 보존운동, ‘4대강 생명살림운동’ 등은 불교계의 패러다임이 생태운동으로 전환된 국면을 보여주는 일들이다.


그럼에도 개개인의 구체적인 실천적 삶과 인식의 전환은 아직 크지 않은 듯하다. 예를 들어 구제역 파동 이후 불교계는 동물천도재를 봉행하는 등 희생된 동물들을 안타까워하고 위로하기는 했지만, 이를 계기로 무분별한 육식 등 식생활문화, 동물의 권리와 생명권 등에 대한 인식과 자기점검 등 삶과 직결된 현실적인 변화로 나아가지는 못했다. 어떻게 보면 방생도 마찬가지다. 붙잡힌 생물을 놓아준다는 의미의 방생이 요즘에는 오히려 물고기를 잡아 다시 놓아주는 형태로 이뤄지는 등 상징적 의미로 의례화되면서 진정한 방생의 취지와 멀어지고 있다.


지구가 직면한 생태위기를 극복하는 방법은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을 보호하는 것을 너머 그동안 당연시해왔던 것들을 극복하는 일로부터 시작된다. 즉 사람이 가장 우월하며 세상의 모든 것은 사람을 중심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나와 너를 구별하고 차별하는 의식에서 탈피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인간이 동물을 길러서 먹는 것이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인간의 독선과 동물이 인간을 위한 수단적 존재라는 인식에 대한 반성, 특정한 힘을 가진 이들을 중심으로 세상의 이익이 주어지지 않도록 하는 노력, 열등하고 미흡하다고 느껴졌던 모든 것들을 평등하게 바라보는 것, 생태생명운동은 바로 이렇듯 차별을 극복하는 일이다.


여성은 오랫동안 열등한 존재로서 세상과 자기 삶의 주체가 아니라 주변자로서 살아왔다. 그런 점에서 여성들이 나와 세상이 둘이 아님을 깨닫고 모든 생명을 평등하게 살리는 일에 참여하는 일은, 차별받고 억압받아 왔던 것들에 대한 깊은 공감과 함께 스스로 사회변화의 중요한 주체임을 인식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김영란 소장
불교 신행을 이끄는 불자의 대부분이 여성이다. 더 많이 갖고 더 많이 소비하는 것이 미덕인 사회에서 여성불자들이 모든 생명을 보듬어 안고 사회의 가치를 변혁하는 실천가가 되기를, 사찰을 혁명하기를, 해방하기를 기대해보는 일, 너무 과한 것일까? 

 

김영란 나무여성인권상담소장 ranyharu@naver.com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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