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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불구진 부단망

불법은 인간 몸·마음 자연스럽게 하는 법
윤리따라 惡 의식할수록 악에 더 가까워져

“용을 항복받은 발우와 범 싸움을 말린 석장이여, 양쪽 쇠고리는 역력히 울리는 도다. 이는 모양을 내려고 허사로 지음이 아니요, 부처님 보배 지팡이를 몸소 본받음이로다.”


이 구절의 해설은 전적으로 성철 큰스님의 설명을 따른다. 용을 항복받은 발우의 뜻은 육조 혜능 스님이 보림사에 계실 때에 절 앞 큰 연못에 심술궂은 큰 용이 휘젓고 나타나므로 스님이 일갈하여 그 용을 작게 만들고 다시 발우 속에 담아 다시 상당 법문을 통하여 제도하셨다는 이야기를 영가대사가 읊은 것이다. 범 싸움을 말린 석장의 뜻은 승조(僧租) 스님이 길을 가다가 범 두 마리가 서로 뒤엉켜 싸우는 것을 보고 육환장을 가지고 두 마리를 떼어내어 말렸다는 고사를 두고 하는 말이다.


육환장은 나무 지팡이를 말하는데, 그 지팡이에 두개의 둥근 걸이가 걸려 있고 각 걸이에는 또 각각 세 개의 고리가 걸려 있다. 두개의 걸이는 성(聖), 속(俗) 이제(二諦)를 말하고, 두개의 걸이에 각각 세 개의 고리가 또 걸려 있다는 것은 육바라밀을 의미한다고 한다. 육환장이 나무로 되어 있다는 것은 중도의 길을 상징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스님들이 육환장(六環杖)을 들고 다니는 것은 성, 속 이제 육바라밀의 중도의 도를 실천하는 도리를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


“참됨도 구하지 않고, 망상도 끊지 않나니, 두 법이 모두 공하여서 무상임을 분명히 알았도다.”


여래가 가르쳐주신 불법은 의도적으로 긴장해서 무엇을 추구하는 그런 모습이 아니다. 몸이 긴장을 하면 몸이 빳빳해서 혈액순환을 방해하고 병을 초래한다. 마음도 마찬가지로 긴장해서 가슴 뛰게 하고 혈압이 올라간다. 자연스러운 것이 가장 좋다. 불법은 인간의 몸과 마음을 자연스럽게 하는 법이다. 그래서 불법은 유교나 기독교에서처럼 도덕적 당위의 윤리를 강조하지 않는다. 이것이 석가모니 부처님의 마음이다. 유교나 기독교는 다 참됨을 구하고 거짓망상도 끊어 버리라는 엄한 계율을 기본으로 삼고 있다. 엄한 훈계를 떠나서 유교와 기독교의 진리를 말할 수 없다. 그러나 불교에서는 이 엄한 훈계가 없다.


참됨을 구하려고 하니 참되지 아니한 것을 버려야 하고, 거짓망상을 버려야하니 삿된 것이 무엇인가를 숙고해야 한다. 나쁜 것을 버리거나 없애려고 하니, 그것을 애써 지우려고 노력해야 한다. 기독교와 유교의 선악관은 다 한 결 같이 주의해서 악의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애써야 한다는 것이다. 이 말은 부정적인 의미에서 악의 유혹을 늘 뚜렷이 의식하고 지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경계해야 할 악의 유혹은 그만큼 나를 맴돌고 있다는 의미를 안고 있다. 내가 도덕윤리의 강령에 따라서 악을 경계하면서 의식할수록, 그 악은 더욱 내 가까이서 속삭인다. 그래서 도덕윤리에 따라서 악을 극복하기가 어려워진다. 도덕윤리는 악과의 싸움을 하는 용기를 불어넣어 주나, 결코 도덕윤리로서는 악을 이겨내지 못한다. 도덕윤리는 오히려 악의 상을 더 강렬하게 만들어준다. 악을 극복하는 마음은 도덕윤리와 다른 두 가지에서 생긴다.

 

▲김형효 교수
법과 예술이다. 법은 마음이 무서워하는 형벌이 약이다. 춘추전국 시대의 제자백가 가운데 법가가 가장 유효하다. 가장 공상적인 것이 유가의 가르침이다. 유가의 맹자가 가르친 선의지는 무의식의 공격 앞에서는 지극히 무력하다. 말하자면 이상은 좋으나 현실에서는 전혀 쓸모가 없다 하겠다. 법가는 유효하나 감동이 없다. 인간사회에 감동이 없으면 살벌하다. 사실적이면서 감동이 따르는 사회교육은 불교적이다.


김형효  서강대 석좌교수 kihyhy@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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