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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계사 육조정상탑에 육조사리 없다

  • 교계
  • 입력 2012.09.03 10:12
  • 수정 2012.09.03 12:21
  • 댓글 0

변인석 아주대교수 규명
신라시대 김대비 스님이
혜능머리 탈취시도 사실
절취해 모셨다는건 거짓
엽기설화 만들어진 이유
‘신라가 禪 중심’ 자부심

 

 

▲육조정상탑.

 


하동 쌍계사에는 당나라 육조 혜능(638~713) 스님의 두개골을 몰래 모셔와 봉안했다는 ‘육조정상탑(六祖頂相塔)’이 전해진다. 입적한 중국 최고 선승의 머리를 절취했다는 다소 엽기적인 현장이지만 오늘날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사실로 믿고 참배하고 있다. 그렇다면 혜능 스님의 머리가 한반도로 옮겨졌다는 것이 사실일까. 역사적 사실이라면 어떻게 그것이 가능했으며, 사실이 아니라면 왜 그런 얘기가 조작돼 전해지고 있는 걸까.


변인석 아주대 명예교수는 중국한국학전통문화연구회 주관으로 11월 중순 중국 광동성 중산대학에서 열리는 학술대회에 앞서 공개한 ‘선종육조혜능대사정상동래연기(禪宗六祖慧能大師頂相東來緣起)의 본문 연구’를 통해 육조정상탑의 성립 배경과 진위 여부에 대해 조명했다.


논문에 따르면 육조정상탑은 고려시대 각훈 스님이 썼다는 ‘선종육조혜능대사정상동래연기(이하 동래연기)’에 근거한 것이지만 결론은 ‘육조단경’ ‘전등록’ 등에 기록된 신라 김대비 스님이 혜능 스님의 두개골을 훔치려다 실패했던 역사적 사실을 토대로 조선시대 때 누군가 각훈 스님의 이름을 가탁해 꾸며낸 허구일 뿐이다.


‘육조단경’에는 혜능 스님이 “내가 입적하고 수십 년이 지나면 어떤 사람이 내 머리를 취하려는 절취 사건이 벌어지고 동방보살이 올 것”이라고 예언했다. 제자들은 입적한 혜능 스님을 다비하지 않고 마포로 감싸고 옻칠을 해 살아있을 때 모습 그대로 보존했으며, 머리가 도난당하지 않도록 목과 머리 부분에 특별히 철을 덧댔다. 그런데 놀랍게도 정말 혜능 스님의 머리를 훔쳐가려는 사건이 벌어졌다. 김대비라는 신라 스님이 장정만이라는 사람을 고용해 머리를 취하려다 발각돼 붙잡혔고, 이들을 엄벌하려는 현령을 혜능 스님의 제자인 영도선사가 설득해 사면했다는 내용이다. 여기까지는 중국 측 문헌들에도 기록돼 있는 사실이다. 그러나 ‘동래연기’에는 여기에서 다시 출발한다. 김대비 스님이 실패한 후에 신라의 삼법 스님은 “혜능대사가 돌아가시기 전의 예언에 따르면 자신의 머리를 탈취해 갈 것이라고 했으니 다른 사람의 손에 들어가기 전에 내 힘으로 일을 도모해 우리나라에 만대의 복전이 되도록 하겠다”며 다시 중국으로 건너갔다. 그러나 엄중한 감시 탓에 홀로 일을 도모하기 어려웠다. 이에 삼법 스님은 1차 계획이 실패한 후 개원사에 머물던 김대비 스님을 찾아가 논의했고 제2차 계획에 착수해 성공함으로써 혜능 스님의 머리를 쌍계사에 모실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변 교수는 ‘동래연기’ 및 관련 문헌들을 분석한 결과, 이 내용은 ‘동래연기’의 작자가 ‘육조단경’ 등에 나오는 김대비, 장정만, 동방보살 등 용어를 토대로 교묘하게 각색한 것임을 밝혔다. 이에 대한 중국 측 어느 기록에도 나타나고 있지 않을뿐더러 오히려 지금까지도 진신이 훼손되지 않고 전해져 온다는 정황과 기록들이 오랜 세월 일관되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정말 머리가 없어졌다면 어떻게 후대 황제까지도 진신을 찾았겠냐는 것이다. 여기에다 ‘동래연기’가 각훈 스님이 썼다지만 ‘해동고승전’의 수준에는 전혀 못 미치며, ‘동래연기’ 원본은커녕 목록조차 거의 찾아보기 힘든 것도 근거로 들었다.


변 교수는 그러나 신라시대부터 혜능 스님의 머리를 한반도에 모시려는 의도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혜능 스님에 대한 신라인들의 지극한 존경심과 함께 “중국에서 선종이 쇠퇴해 자취를 감추었을 때 동이(東夷)에서 물으면 된다”는 중국 선사의 말처럼 한반도가 선의 중심지가 될 것이라는 ‘공동창출’ 정신에서 비롯됐다는 게 변 교수의 설명이다. 즉 쌍계사 육조정상탑은 신라인들의 자부심과 선에 대한 정통성의 발현이라는 것이다. 

 

이재형 기자 mitra@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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