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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시, 승단 개혁의 키워드

불자들 보시에 인색하니
승단 유지는 재에 의존해


보시바라밀 실천 안하며
승단개혁 말할 자격있나

 

승려로서 위의를 잃어버린 스님들을 경책하기 위해 보시를 끊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승단 개혁을 위한 재가불자들의 비장의 카드라고 할 수 있는데 이면에는 분노가 가득하다. 오죽하면 삼보인 스님들에대한 보시를 끊겠다고 할까.


올해 일부 스님들의 파계행위는 도를 넘었다. 포커에, 정적을 제거하기 위한 몰래카메라 설치까지. 어떤 원로스님은 총림의 방장이 되기 위해 종정스님의 권위를 사칭하기도 했다. 부끄러운 일이다. 재가불자들이 보시를 끊어 승단을 경책한 예는 경전에도 있다. 율장에 기록된 ‘코삼비건도’가 대표적이다. 계율에 대한 이견으로 스님들이 싸우자, 보다 못한 재가불자들이 화합할 때까지 보시를 끊어버렸다. 스님들은 바로 논쟁을 접고 화해했다고 한다. 보시가 스님들의 물적 기반이니 지원이 끊기고서야 수행을 이어갈 수 없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보시를 끊음으로써 현 승단을 변화시킬 수 있을까. 불가능할 것이다. 스님들 못지않게 재가자들도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일단 보시에 너무 인색하다. 보시를 잘하지도 않으면서 보시를 끊겠다고 하니, 효과가 있을 리 없다.


사찰은 더 이상 불자들의 보시로 운영되지 않는다. 사찰 재정의 상당부분은 재(齋)로 채워진다. 절마다 천도재, 생전예수재, 49재 등 각종 재들로 넘쳐난다. 재가 많을수록 사찰에는 윤기가 돈다. 스님들이 재가불자들을 기복으로 내몰고 있다지만 오히려 불자들이 한국불교를 기복으로 몰아붙이고 있다. 재비를 보시로 착각하는 불자들도 있지만 재는 재일뿐이다. 재에 대한 비용은 노동에 대한 대가에 불과하다. 보시가 없으니 사찰 재정은 부실하고 이를 타개하기 위해 스님들은 재에 집중한다. 불필요한 불사를 일으키고 사업에 골몰하게 된다. 수행은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다. 보시로 치면 개신교만큼 적극적인 곳도 없다. 바른교회아카데미의 8월 여론조사에 따르면 가구당 1년 헌금액은 평균 300만원 정도라고 한다. 매주 교회에 나가는 사람도 95.1% 수준이다. 개신교인이 800만명 정도 되니 이를 5인 가구로 환산하면 1년에 5조원에 가까운 헌금이 모이는 셈이다. 헌금은 교회를 위해서도 쓰이지만 불우이웃을 돕고 해외구호에도 쓰인다. 교회의 세속화에 대한 비판도 있지만 일부 대형교회의 일탈에 불과하다.


육바라밀의 첫 번째 덕목은 보시바라밀이다. 대승불교의 수행은 남을 위한 보시로부터 출발한다. 보시는 재물이나 재능 등을 조건 없이 불교를 위해, 이웃을 위해, 사회를 위해 내놓는 것이다. 복을 빌고, 자식의 합격을 기원하며 내는 기도비는 보시가 아니다. 목적 없는 불전은 더욱 위험하다. 무주상 보시를 말하지만 거액의 무기명 봉투는 눈먼 돈으로 전락하기 쉽다. 이젠 보시에 대한 인식을 바꿔야한다. 사찰 신도회 등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보시도 열심히 해야 한다. 어쩌다 한번 절에 가는 것으로 불자라고 하기엔 부끄럽다. 신도회에 참여해야 주인의식이 생기고 보시가 목적에 따라 쓰이는지 관리도 가능하다. 사찰이 보시에 의해 운영되면 스님들도 수행에 집중할 수 있다. 보시는 불자로서의 의무이며 또한 수행의 과정이다. 나중에는 보시의 외연을 조금씩 넓혀 지역사회, 나아가 해외 이웃에게도 회향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김형규 부장
보시를 수행의 과정으로 끌어올리는 것이다. “부귀와 쾌락을 바라면서 보시하면 큰 복을 받지 못한다. 그러나 부귀와 쾌락을 바라지 않고 법대로 보시하면 큰 부자가 되고 존경을 받을 것이다.” ‘불설장자시경’의 말씀이다. 승단 개혁을 위해서는 보시를 끊을 것이 아니라 더욱 열심히 보시해야 한다. 그래야 스님들에게 수행에만 전념하시라 말할 자격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김형규  kimh@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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