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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국영웅으로 둔갑한 친일파

기자명 박한용
  • 법보시론
  • 입력 2012.09.03 13:04
  • 수정 2012.09.10 11:56
  • 댓글 0

일제에게 나라를 빼앗긴 국치일을 하루 앞둔 8월28일 국방부는 백선엽 장군을 주인공으로 하는 군 창작 뮤지컬 ‘더 프로미스(The promise, 약속)’의 배우와 제작진 모집 공고를 냈다. 국방부는 6·25전쟁 당시 실제인물인 백선엽 당시 제1사단장과 마가렛 히긴스 종군기자, 월튼 해리스 워커 미8군사령관 등 활동상을 뮤지컬로 만들어 군 홍보자료로 쓰겠다는 것이다. 정말 가당찮은 일이다. 백선엽은 1930년대 후반 간도협조회, 신선대 등과 함께 만주에서 가장 악랄하게 조선인 항일세력을 탄압한 악질조직 중의 하나인 간도특설대 장교로 복무한 친일반민족행위자이다. 간도특설대는 일제가 당시 간도지역의 조선인 항일유격부대를 완전히 제거하기 위해 ‘조선인으로 조선인을 다스린다’는 정책에 의해 설립한 만주국 최강의 특수부대이다.


간도특설대는 1938년부터 매년 1기씩 7기까지 모집했는데 총인원 740여 명 중에서 장교의 절반, 하사관과 사병 전원이 조선인으로 구성되었다. 간도특설대는 성립된 날로부터 일제 패망 때까지 일본군과 합동 또는 단독으로 간도(연변)지구, 열하성 지역, 허베이지역으로 이동하면서 조선인 항일세력과 동북항일연군과 팔로군에 대해 모두 108차례나 되는 토벌을 감행하였다. 매달 평균 한 번 이상 ‘토벌’에 나간 셈이다. 그들이 잔혹하게 살해한 항일전사와 무고한 민간인은 도합 172명에 달하며, 이것은 특설부대 인원 4사람당 한사람씩 살해한 것과 같다. 그들에 의해 체포된 자와, 강간, 약탈, 고문당한 자 또한 이루다 헤아릴 수 없다. 중국 당국의 공식 보고서에 나온 몇 가지 사례를 들어보면, 이들은 나무를 캐던 여성을 총칼로 찌른 후 불속에 집어넣어 태워 죽이고, 부대 신참들에게는 산 사람을 목표로 사격연습을 시키고, 임산부를 총으로 쏜 후 기어가는 그녀의 배를 찔러 태아까지 흘러나오게 하고, 항일전사의 간을 오려내거나 머리를 잘라 자기네 동료의 제사를 지내기도 했다. 이 모든 것들이 진실이다. 이 때문에 몇 년 전 민족문제연구소가 펴낸 친일인명사전은 물론 대한민국 정부에 의해 간도특설대 장교는 전원 친일반민족행위자로서 공식 규정된 인물이다.


그런데 국방부는 백선엽 장군이 대한민국 창군의 주역이고, 한국전쟁 당시의 ‘전쟁영웅’으로 추앙하고, 명예육군원수로 추대하려고 하기까지 했다. 백선엽에 대한 숭배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2010년부터 모일간지에서는 백선엽 회고록을 장기 연재하기도 했고, 공영방송을 표방한 KBS는 시민들과 소속 직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전쟁과 군인’이라는 제목으로 백선엽을 주인공으로 6·25특집 다큐멘터리를 방영하기도 했다. 이 다큐멘터리가 방영된 직후 서울현충원에서는 백선엽이 죽으면 서울현충원에 안장하겠다고 약속했다. 여기에 국방부가 뮤지컬까지 만들겠다고 나서고 있다. 왜 수많은 전쟁영웅들이 있는데 유독 백선엽을 추앙하는 사업을 급하게 집중적으로 밀어붙이는가? 아무리 생각해도 정치적인 의도가 깊이 개입돼 있으리라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백선엽은 만주국 장교출신이다. 일제 강점기 만주국 육군군관학교를 나와 소위 계급장을 단 조선인은 대략 67명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 또한 그 속에 포함된다. 그런데 주국 장교 가운데서도 가장 악질 부대인 간도특설대 출신인 백선엽을 ‘호국영웅’으로 기념한다면, 박정희 전 대통령은 물론 만주국 장교 전원이 명예회복이 된다.

 

▲박한용 연구실장
올해 유신독재 성립 40년에 유신체제의 퍼스트레이디이자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인 박근혜씨가 사실상 대통령 출마를 선언했다. 어쩌면 선거 과정에서 불거질 박정희 전 대통령의 친일과 독재의 행적을 덮어버리기 위한 미필적 고의가 아닐까. 그나저나 국방부는 일본군 참모본부도 아닐진대 왜 이리 친일파 군인을 기념하지 못해서 안달인지 모르겠다. 국치일 다시 한 번 선열들이 통곡할 일이다. 


박한용 phyk6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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