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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불교잡지 유심 창간

1918년 9월1일 만해스님 발간
시·소설 수록 근대 종합 교양지
3호 발간 뒤 일제에 의해 폐간
80년후 만해정신계승 위해 복간

 

▲1918년 발간된 불교잡지 ‘유심’첫호.

1918년 9월1일 불교계에 새로운 잡지가 등장했다. ‘조선불교유신론’을 펴내고 일제의 종교침략에 맞서 임제종 운동을 주도했던 만해 한용운 스님이 직접 편집과 발행인을 맡은 ‘유심’이었다.


1910년대 불교계에 잡지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조선시대 이후 쇠락의 길을 걷고 있는 불교 근대화와 개혁을 위해서는 일반대중을 계몽할 수 있는 매체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이런 까닭에 권상로, 박한영, 이능화 등 당시 불교선각자들은 불교적 가치를 대중들에게 알리는 불교잡지를 속속 발간했다. ‘조선불교월보(1912.2.~1913.8)’, ‘해동불교(1913.11.~1914.6)’, ‘불교진흥회월보(1915.3~1915.12)’, ‘조선불교계(1916.4~1916.6)’, ‘조선불교총보(1917.3~1921.1)’ 등이 그것이다. 허나 이들 잡지는 대중성을 확보하기에는 명백한 한계가 있었다. 대부분 교리적인 내용을 전달하는데 머물렀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유심’은 획기적이었다. 교리의 틀을 깨고 시, 소설, 수필 등 근대문학과 과학 관련 기사 등도 수록함으로써 처음으로 근대적 종합교양지로서 형식을 갖췄기 때문이다. 만해 스님의 안목과 문화적 흐름을 이해하는 탁월한 능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사실 만해 스님은 유심을 발간하기에 앞서 불교잡지의 성격과 구성에 대해 깊은 고민을 했다. 그 결과 불교유신은 불교계의 몽매함을 깨우는 일에서 시작되고, 그것을 위해선 기존 잡지들과는 전혀 다른 언론매체가 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그렇게 탄생한 유심 창간호에는 스님의 고민과 열정이 곳곳에서 묻어난다.


만해 스님의 필진 선택도 주목할 만하다. 특히 석전 스님, 용성 스님, 이능화, 양건식, 최린, 임규, 최남선 등 당대를 대표하는 종교인, 사상가, 문인들이 대거 집필에 참여함으로써 불교계를 넘어 대중적 잡지로서의 면모를 갖출 수 있었던 것이다. 또 내용 면에 있어서도 다양성을 추구했다. 국내잡지로는 처음으로 인도의 시인 타고르의 ‘생의 실현’을 번역, 소개한 것이 대표적이다. 동시에 스님은 시대를 꿰뚫어보는 안목으로 다양한 논설을 싣기도 했다. 스님은 창간호 ‘조선청년과 수양’이란 글에서 불교의 근대적 개혁의 필요성과 근대 서구의 물질문명에 대한 경계의 시선을 늦춰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조선 청년이 뜻을 세웠더라도 실천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것은 물질문명에 중상을 입었기 때문이다. 근대문명의 이기는 우리에게 즉흥적인 쾌락과 편리를 가져다 줄 수는 있어도 참다운 평화와 기쁨을 주지는 못한다는 비판이다. 자본주의가 가져올 폐단을 예견한 스님의 탁월한 안목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그러나 유심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조선불교의 근대화와 개혁, 조선 청년들을 계몽하는 성향의 유심을 일제가 그냥 놔둘 리 없었다. 결국 유심은 3호 발간을 끝으로 1918년 12월1일 폐간되는 아픔을 겪어야 했다. 잡지를 통해 불교계를 일깨우고 나아가 일제의 침탈에 항거하고자 했던 만해 스님의 민족정신도 어쩔 수 없이 접어야만 했던 것이다.


그로부터 80년이 지난 2001년 유심은 다시 세상에 얼굴을 드러냈다. 만해기념사업회가 만해 스님의 정신이 계승하기 위해 유심을 복간하면서부터다. 비록 유심의 재탄생은 늦었지만 활동은 대단했다. 내로라하는 저명한 작가들의 글이 속속 실리기 시작했고, 해마다 유심작품상을 제정해 신인 문인들의 등용문이 되도록 했다. 그 결과 불과 10년이 채 되지 않아 유심은 한국 문학계를 이끄는 대표적인 잡지로 발돋움했다.


수많은 문예지들이 영광을 뒤로한 채 겨우 명맥을 유지하는 요즘, 유독 유심이 한국문인들의 의지처가 될 수 있는 것은 90년 전 어쩔 수 없이 접어야 했던 만해 스님의 뜻을 꽃피우려는 후대 불교인들의 땀방울과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권오영 기자 oyemc@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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