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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남종선과 북종선

기자명 법보신문

혜능 법 이은 계통이 남종, 신수계통이 북종
돈오·점오는 신수와 차별화 노린 남종논리

선의 초조는 보리달마(?~ 528?)이다. 그 후 선은 2조(二祖) 혜가, 3조(祖) 승찬, 4조 도신, 5조 홍인(弘忍, 602~675)으로 이어졌는데, 이때까지의 선은 달마가 전한 선(禪) 그 라인 하나였다.


그런데 당(唐) 초기 5조 홍인의 뛰어난 두 제자, 즉 육조혜능(六祖慧能, 638~713)과 대통신수(大通神秀, 606~706)에 의하여 선은 남종선과 북종선으로 갈라졌다. 혜능의 법을 이은 계통을 남종선이라 하고 신수의 계통을 이은 선을 북종선이라고 한다.


남종이나 북종의 명칭은 그들의 활동지역과 관련이 깊다. 혜능이 오밤중에 오조홍인으로부터 전법의 징표인 가사와 발우를 받아가지고 남쪽으로 줄행랑을 놓았다는 일화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혜능과 그 제자들은 주로 남쪽인 화남(華南)과 강서(江西) 등에서 선을 펼쳤기 때문에 남종선(南宗, 남쪽에 뿌리를 둠)이라고 한 것이다. 또 신수와 그 제자들은 북쪽에 위치한 낙양과 장안에서 활동했기 때문에 북종선이라고 했다. 이것을 줄여서 ‘남능북수(南能北秀, 남은 혜능, 북은 신수)’라고 한다.


남종선과 북종선의 사상적 차이는 수증법(修證法, 닦아 깨닫는 방법), 즉 돈오(頓悟)와 점수(漸修)에 있다. 돈오란 수행의 단계를 거치지 않고 단번에 최고의 경지까지 깨닫는다는 뜻이고, 점수는 점오(漸悟)와 같은 말로 하나하나 깨달아 올라감, 점진적·단계적으로 수행하여 깨닫는다는 뜻이다. 이것을 ‘남돈북점(南頓北漸, 남종은 돈오, 북종은 점수)’이라고 한다.


이 돈오와 점오는 관점의 차이다. 깨닫는 순간을 놓고 보면 돈오지만, 부단히 수행한 결과 깨닫는다고 보면 점수이고 점오다. 또 돈오라는 것도 그 이전에 수행한 것이 바탕이 되어 돈오하게 되는 것이지 아무런 바탕도 없이 깨달을 수는 없다. 어쨌든 로또복권처럼 한 번에 깨닫는다(돈오)는 것은 매력적인 것이라고 하지 않을 수 있다.


돈오와 점오는 남종과 북종, 혜능과 신수를 차별화시키기 위한 남종선의 논리다. 북종의 신수는 당시 장안과 낙양, 즉 양경(兩京, 두 서울)의 법주(法主)로 대표적인 선승이었다. 매우 화려했는데, 이에 비하여 혜능은 거의 무명으로 남쪽 변방에서 활동하고 있는데 불과했다. 혜능의 제자 하택신회(670∼762)는 스승의 위상을 정립하기 위하여 서기 732년 하남성 활대(滑臺) 대운사(大雲寺)에서 수만 명이 모인 가운데 무차대회를 개최하고는 북종을 향하여 “신수는 방계이다. 조계 혜능이야말로 달마선의 정통 조사다”라고 포문을 열었다. 동시에 그는 돈오사상을 전개했는데, 이것을 ‘활대(滑臺)의 종론(宗論)’이라고 한다. 스승 혜능을 6조로 세우기 위한 하택의 모험적인 도전이었는데, 역사적인 이 사건으로 인하여 혜능은 입적한지 30년 만에 공식적으로 선종의 제6조가 된다. 돈황본 ‘단경’에는 그 사실을 “오조홍인이 밤 삼경이 되자 혜능을 불러서 ‘금강경’을 설해 주었는데, 혜능은 한번 듣고는 즉시에 깨달았다. 혜능은 그날 밤 법을 받았으나 사람들은 알지 못했다. 홍인으로부터 돈법(頓法)과 가사를 전해 받았다”라고 기록하고 있다.


육조혜능 계통의 남종선은 청원행사, 남악회양, 하택신회 등 천재적인 선승들이 배출되고, 대(代)를 이어 석두희천, 마조도일, 백장선사, 황벽, 임제 등 유명한 선승들이 속속 배출되면서 중국 선종은 남종선에서 휩쓸었다. 반면 대통신수의 북종선은 2∼3대를 지나 뛰어난 제자들이 배출되지 못함으로 인하여 그 가르침이 계승되지 못하고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중국 선을 총칭하는 5가7종(五家七宗)은 모두 남종선 계통이다.

 

▲윤창화
사상이나 철학을 자기 당대에 성립하기란 쉽지 않다. 최소한 2대 이상 계승되어야만 성립할 수 있다. 계승자가 없으면 대부분 자기 대에서 끝난다.

 

윤창화  changhwa9@hanmail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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