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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공양운동을 제안한다

기자명 법보신문

지금 조계종은 겹겹이 괴로움에 쌓여있다. 몇 달 전 바깥세상에까지 크게 알려진 도박 문제·일부 본사 주지 선출과정에서 불거진 돈 봉투 사건 등으로 종단과 불교를 바라보는 세간의 시선이 곱지 않다. 세속인들이 불교 집안을 걱정하는 상황이 되었다.


이럴 때 일부에서는 모든 책임을 종단 집행부에 돌리고 자신은 이런 상황과 관계가 없다고 우긴다. 또 다른 쪽에서는 이 혼란 상황을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 양쪽이 아주 다른 것 같아 보이지만 ‘나는 책임이 없다’며 발뺌을 하거나 방관자가 되어 자기위안에 머문다는 점에서는 똑같다. 그러나 우리가 진정으로 문제 해결을 원한다면, 사성제의 가르침대로 ‘우리 종단이 혼돈상황에 놓여있음(苦)’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그 원인(集)을 찾아 잘못을 없애는(滅) 대안(道)을 마련해야 한다. 내가 보기에는 이 대안이 전체 승가구성원 대표가 모인 쇄신운동이다. 이런 자성과 쇄신 운동에는 이름을 달리하고는 있지만 승속이 망라된 종단 집행부 바깥의 대중들도 함께 참여하고 있는데, 이들은 승려들의 ‘범계(犯戒)’를 거론하며 범계행위자에 대한 공양과 청법 거부 운동을 주장한다.


승가가 잘못된 방향으로 갈 때에 이를 바로잡는 마지막 방법이 ‘공양과 청법 거부’임은, 승가의 분열을 재가 대중들이 바로잡았던 코삼비 사건에서 분명하게 확인되었다. 그러나 이것은 승가 내의 모든 절차를 거치고 스스로 해결할 능력이 없다고 확인될 때에 쓰는 마지막 방법이며, 죽어가는 사람을 살리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쓰는 비상(砒霜)과 같다는 사실을 놓치기 쉽다. 과연 거부가 승가를 쇄신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일까. 거부 운동에 “승가를 바로 세워서 불교를 발전시키고 세상에 안락과 평화를 가져오겠다”는 정의감과 애정이 넘쳐나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일각에 불신·원망·방관·무관심·책임전가 그리고 승단에 대한 대립과 적개심은 없는가도 잘 살펴보아야 한다.


위에 나오는 부정적인 낱말로 드러나는 일체의 행위를 극복하자는 것이 불교가 아닌가. 부처님께서는 “원한과 증오는 원한에 의해서 사라지지 않는다”는 가르침을 숱하게 전해주지 않으셨던가. 그런데 붓다의 정법을 세우겠다면서 그분의 가르침을 어기면 되겠는가.


요즘 나는 여래십호 중에서 ‘세간해’와 ‘응공’에 관심을 갖고 그 의미를 되새긴다. ‘세간을 바르게 살피고 이를 해결해주는 세간해’인 붓다는 ‘마땅히 중생들의 신뢰와 존경·공양을 받을 자격을 갖춘 응공’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응공’이신 붓다에게는 일체 대중들이 가르침을 청하고 싶어지는 것이다. 그런데 붓다가 함께 하지 않는 오늘날 누구에게 공양해야 하는가, 누가 세상 사람들에게 밥을 얻어먹을 자격이 있는가.


“비법을 행하는 승가에는 공양과 청법을 거부하고 정법을 행하는 승가에만 공양을 올리고 법을 청하자”는 내 말은 ‘거부하자’는 말만 강조되어 번번이 오해를 받고 ‘섭섭하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한다.


내 뜻은 대승의 정신에 충실하려면 그름에 대한 거부와 동시에 옳음에 대한 청원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본래면목을 찾고 청빈과 치열한 구도심으로 정진하는 선원, 어려운 이들을 보살피며 포교에 정진하는 스님과 사찰, 더 나아가 불교정신을 실천하고 있는 재가불자단체에도 후원을 하고 생생한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청법 운동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법인 스님

이것이 대승적 공양운동이다. 보살행을 실천하는 승가와 재가는 얼마나 참다운 부처님의 진리 대행자인가. ‘그름에 대한 거부와 옳음에 대한 청원’이 동시에 이루어지면, 정법에 힘이 모아지고 그 힘이 커져서 서로 상생하게 된다. 화합은 선언과 구호가 아니라 ‘부정과 긍정’의 동시 지향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조계종 교육부장 법인 스님  abcd369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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