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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지배론

불교서 모든 존재는 연기법의 소산
기독교는 법조차도 신의 권한 아래

많은 사람들이 불교와 기독교를 비교할 때 부처와 신에 대해 거론한다. 부처와 신 가운데 ‘누가 더 우월한가’, 혹은 ‘누가 더 전능한가’라는 식으로 대비를 한다. 하지만 부처를 기독교의 신과   비교하는 것은 격에 맞지 않다. 불교의 법과 기독교의 신을 비교해야만 두 종교의 차이가 어떠한지 분명히 알 수 있다. 부처와 대비시켜 비교할 수 있는 대상은 예수로, 부처와 예수를 비교할 때 두 성인의 특성을 파악할 수 있다.


불교에서 법은 기독교 신과 그 성격이 판이하게 다르다. 기독교의 신이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할 줄 아는 인격적 성질을 띤 존재인 반면, 불교의 법은 만물에 적용되고 있는 하나의 이법으로 어떤 사고나 감정을 지니고 있지 않다. 불교에서 볼 때 세상의 모든 존재는 법을 떠나 있을 수 없다. 모든 존재는 법에 의해 생기고 법에 의해 소멸한다. 물질이건 정신이건 미물이건 사람이건 천상의 신들까지도 법의 지배권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


불교에서 법이라는 말은 연기법을 지칭한다. 연기는 인연생기(因緣生起)의 줄임말로 모든 법은 원인(因)을 조건으로(緣), 그 결과가 생기고(生)일어난다(起)는 의미이다. 부처는 ‘잡아함경’에서 “이와 같은 법은 여래가 만든 것도 아니며 남이 만든 것도 아니다. 이 법은 여래가 세상에 나오건 나오지 않건 법계에 항상 머물러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모든 존재의 생성소멸과 길흉화복은 모두 연기법의 소산이며, 이 법은 본래부터 있어왔고 누가 창조하거나 뜯어 고칠 수 없는 절대불변의 진리이다. 기독교의 신도 원인을 조건으로 나타난 존재이기 때문에 법을 위반할 수 없으며 법을 위반할 수 없으므로 창조의 능력과 전지전능의 능력은 자리할 곳을 잃는다. 불교의 법에 의해 기독교의 신을 조명한다면 전지전능하다거나 창조의 주체라는 말은 순전히 허구이며 착각이다.


그러나 기독교는 우주의 어떠한 이법이건 창조주의 섭리와 권한 밖에 있을 수 없다고 본다. ‘에베소서’ 1장에 “모든 일을 그 마음의 원대로 역사하시는 자의 뜻을 따라 우리가 예정을 입어 그 안에서 기업되었으니” 라고 말한 것은 이 세상 모든 것은 신이 창조하고 보존하고 통치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기독교 관점에서 부처가 혹 깨달음을 얻어 세상의 생성소멸과 고락의 법칙인 연기법을 알았다 해도 그 법칙 또한 신의 권세아래 놓여 있다고 본다.


여기서 우리가 알아두어야 할 것은 불교의 법이 세상의 만법을 존재케 하는 원리라 할지라도 기독교의 신처럼 어떤 의지를 지니고 있지 않기 때문에 자신을 계시하지 못한다. 따라서 불교에서 우주만법의 주체는 법이지만 그 주체인 법을 아는 것은 인간이다. 기독교의 신이 인간을 통해 계시되어 그 존재성이 밝혀지는데 비해 불교의 법은 인간 스스로 노력에 의해 그 존재성이 밝혀진다. 이는 불교에서 세계의 주체는 어디까지나 법이지만 이를 발견하여 행복하게 살거나, 불행하게 사는 것이 결국 인간의 의지에 달려 있다는 점에서 그 주체는 결론적으로 인간이라 할 수 있다. 기독교의 신은 인간의 속성을 지닌 인격신이므로 필연적으로 자아라는 사적(私的)인 입장에서 그 능력과 권리를 행사하게 된다. 신은 그의 개인적 판단과 의지에 따라 마음대로 세상을 좌지우지하면서 다스린다. 신이 다스리는 세계에 있어 인간은 결코 어떠한 주권이나 능력을 가지고 있을 수 없다.

 

▲이제열 법사
신이 만물과 인간에게 공정하고 불공정하고는 신이 알아서 할 문제이지 인간의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이러한 신과 비교되는 법은 비인격체이기 때문에 개인이 갖는 사사로움이 없다. 우주 이법으로서 법은 한 개인의 판단과 의지와는 무관한 속성을 지닌 까닭에 만물에게 조금도 치우침이 없이 평등하게 적용된다. 단 인간의 마음이 어떻게 법을 대하느냐에 따라 법이 길흉화복 쪽으로 흘러가게 되는 것이다. 
 

이제열 법림법회 지도법사 yoomale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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