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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생태생명 운동의 주체

기자명 김영란
  • 법보시론
  • 입력 2012.09.24 13:10
  • 수정 2012.09.24 13:12
  • 댓글 0

‘인간이라면 도저히 이럴 수 없다’는 생각이 들만큼 잔인하고 극악한 아동성폭력사건이 계속 일어나고 있다. 성범죄자의 가혹한 행위에 대한 기사를 자주 접하다보니 사형제, 물리적 거세, 전자발찌 소급뿐만 아니라 그보다 더한 법과 제도가 있다면 무엇이든 채택해야 할 것처럼 분노가 치밀어 오르고 고통스럽다.


그런데 집요하리만치 상세하게 보도하는 언론의 태도나 정치권의 경쟁적인 처벌법 제안, 대통령까지 나서서 직접 해결을 지시하는 일련의 일들을 접하면서 언론은 왜 성폭력사건을 마치 중계방송 하듯이 보도하는지, 예방과 대안을 모색하지 않고 또 다른 왜곡된 통념을 양산하고 있는 건지 의심도 되고 우려가 생긴다.


잔혹한 성폭력 사건이 점점 더 증가하고 있는 것 같고 실제 통계자료에서도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지만 엄격한 의미에서 성폭력사건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우리나라의 성폭력 신고율은 여전히 10% 전후로 다른 범죄에 비해 신고율이 매우 낮기 때문이다. 숨겨져 있는 사건이 많기 때문에 드러난 일부의 사건을 두고 발생율이 높아졌다, 더 잔혹해졌다라고 평가하기 어려운 것이다. 신문 검색사이트에서 조사한 성폭력 보도 건수를 보면 2008년 이후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났고 2010년에는 거의 다섯 배에 달하고 있다. 왜 성폭력사건 보도가 다른 사회적 이슈보다 더 많이 보도되는가? 왜 더 선정적으로 보도되는가?


성폭력사건 보도는 검색건수가 매우 높게 나타난다는 점에서 보도할만한 가치가 있는 주제라고 한다. 조회수를 의식한 소위 낚시성 제목이나 내용을 통해 성폭력을 일으키는 왜곡된 통념을 더 강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성폭력을 마치 성적 욕망을 조절하지 못해 충동적이고 우발적으로 일어나는 것처럼 묘사하여 사회적인 해결방법에 대해 무관심하게 한다. 하지만 성폭력은 일상적인 관계에서 일어나고 있으며 우리 사회의 왜곡된 성문화, 타인에 대한 존엄성과 낮은 인권의식에 기인한다. 아동과 장애여성 피해자가 많은 것은 성폭력이 성욕이 아니라 힘의 차이에 의해 일어나는 일이며 또한 사회적 안전망이 그만큼 취약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형, 거세, 전자발찌 소급 그리고 최근 충분한 논의도 없이 물리적 거세법까지 제안되는 등 성범죄자에 초점을 둔 통제방식은 대중의 분노를 가라앉히기 위한 임시방편으로 유용할지 몰라도 효용성은 담보할 수 없는 법과 제도이다. 대부분의 성범죄자는 교육이나 상담을 통해 자신을 성찰하고 자존감을 높이고 스스로를 통제할 수 있는 역량을 통해 재범을 줄일 수 있다. 그러한 제도적 지원 없이 단지 격리수감 시키고 사회로 출소케 하는 것은 더 큰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언론의 지나친 선정적인 보도는 성폭력에 대한 공포와 두려움을 키우고 이는 결국 자유롭고 독립적인 활동을 위축시키며 인간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게 한다.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무력감은 공권력에 대한 의존성을 높이게 되고 실제 폐지된 것과 같았던 사형제를 재도입하자거나 화학적 거세에 이어 물리적 거세까지, 이미 시행되고 있는 전자발찌 제도는 소급해서 적용해야 한다는 등 강력한 처벌에 대한 요구도를 높이고 심지어 ‘범죄자의 인권은 지켜줄 필요가 없다’고까지 주장되고 있다. 하지만 누군가의 인권은 침해되어도 된다는 인식은 피해자인 여성, 아동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로 전환될 수 있다.

 

▲김영란 소장
성범죄에 대한 분노와 무한한 공포를 가짐으로써, 범죄자에게 강력하게 대응하는 법과 제도에 대한 요구가 높아짐으로써 과연 성폭력이 예방될 수 있을까?


인권이 침해받아도, 범죄자만 처벌된다면 무엇이든 용납하겠다는 인식을 갖는 것이 과연 누구에게 이득이 되는 일인가? 

 

김영란 나무여성인권상담소장 ranyharu@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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