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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후보의 반성

기자명 박한용

박근혜 후보는 9월24일 추석을 앞두고 기자회견을 통해 5·16과 유신, 인혁당 사건 등에 대해 평가하고 사과 입장을 밝혔다. 그는 5·16과 유신 그리고 인혁당 사건에 대해 “헌법 가치를 훼손하고 대한민국 정치발전을 지연시킨 결과를 가져왔다. 상처와 피해를 입은 분과 가족들에게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했다.


불과 기자회견 2주 전까지도 5·16과 유신은 조국근대화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하고 국민들도 당시 투표를 통해 찬성했다고 강조하던 그였다. 오늘날 ‘선진’ 대한민국의 토대가 된 게 5·16과 유신이요 아버지 박정희 덕이라고 하지 않았는가. 누가 박정희 시대의 그늘을 거론하면, “왜 자꾸 과거를 들추나요, 미래를 얘기 해야죠”라고 발끈하던 그 모습에서 변해도 많이 변했다. 그 정도면 진정성이 있는 거라는 말도 무성했다. 이제 과거를 더 이상 얘기하지 말고 가자는 분위기도, 박근혜의 사과로 모든 게 해결된 듯 떠드는 민망한 사설도 넘쳐난다.


솔직히 말하겠다. 박근혜 후보는 사과보다 사죄 아니 참회를 했어야 한다. 사과는 진정성이 없어도 상대방이 받아만 주면 화해할 수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박정희대통령이 저지른 헌정 파괴와 인권 유린과 생명 살상은 사과가 아니라 참회로 가야할 사안들이기 때문에 사과로는 부족하다. 더구나 이 기자회견은 너무나 교묘한 정치적 목적으로 짜여 있어 대선승리를 위한 고육지책의 발언이 ‘사과’의 형식을 빌은 것이라고 밖에 할 수 없다.


박근혜 후보는 기자회견 시작부터 “자녀가 부모를 평가한다는 것, 공개적으로 과오를 지적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아실 것”이라며 어려운 자신의 처지부터 얘기했다. 부모의 잘못을 자식이 대신 하는 것은 효에 어긋나는 것이라는 뜻이고, 당사자도 아닌 딸이 이 정도 사과하면 넘어가달라는 호소도 묻어 있다. “딸이 무슨 죄가 있나, 그만하면 됐다”라는 국민적 정서도 불러일으킬만하다. 여기에 부모를 함께 잃은 정신적 고통까지 얘기해 동정심도 유발하고 있다. 부모 잃은 효녀가 어찌 죽은 부모의 허물을 거론할 수 있단 말인가! 이게 본질이다.


그리고 그녀가 아버지를 대신해 꼭 사죄해야 할 것이 하나 더 있다. 아버지 박정희의 친일반민족행위이다. 박정희는 일제 강점기 목숨을 바쳐 천황에게 충성하겠다는 ‘일사봉공(一死奉公)’의 혈서까지 쓰고 항일세력을 토벌하다가 해방이 아닌 패전을 맞이한 최후의 제국장교였다. 대한민국임시정부와 광복군의 적국장교로서 반민족행위를 한 역사적 죄과 또한 가볍지 않다. 그러나 여기에 대한 언급은 없다. 아버지가 빼앗고 딸이 실권을 행사한 정수장학회와 육영재단, 영남대, 부산일보 등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없었다. 이건 아버지를 대신해서 사과할 문제가 아니라 본인이 나서서 해결하고 사과할 문제 아닌가! 박근혜 후보의 다음 마지막 말이야 말로 이 사과의 동기이자 목적이다.


“100% 대한민국은 1960~70년대 인권침해로 고통을 받았고 현재도 그 상처가 아물지 않은 분들이 저와 동참하여 주실 때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요컨대 사과하고 내가 고통을 해소시켜 줄 테니 (피해자분들이) 나를 지지해달라는 것이다. 그것은 사과를 통해 표를 얻겠다는 것이다. 불가에서는 참회를 할 때 그런 ‘옵션’을 붙이지 아니한다. “저희가 참된 성품 등지옵고…미혹하고 어리석어 성 잘 내고 탐욕 부려 많은 잘못 지었습니다.…저희들의 이 기도와 발원으로 어둠 속의 모든 생명이 고통을 여의고 부처님 자비광명 속에 평안함을 얻게 하소서,” 참회기도 발원문이다

 

▲박한용 연구실장
이런 수준으로 그가 말했더라면 얼마나 좋을까! 아쉽고도 아쉽도다. 그리고 기이하고도 기이하도다. 왜 정치인의 ‘반성’은 꼭 권력을 잡으려고 할 때만 나오는지. 


박한용 phyk6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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