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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임제선(臨濟禪)-2

기자명 법보신문

임제선은 조사선의 극치이면서 최고봉
중국 오가 중에서도 가장 융성하고 발전

임제의현이 개창한 임제종과 임제선은 사실상 조사선의 극치, 최고봉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임제종은 중국의 오가(五家) 가운데서도 가장 융성하고 발전했는데, 임제의 6대 법손(法孫)인 석상초원(石霜楚圓, 986∼1039)에 이르러 제자 황룡혜남(黃龍慧南, 1002∼1069)과 양기방회(楊岐方會, 992∼1049)에 의하여 황룡파(黃龍派)와 양기파(楊岐派)로 나뉘어서 그 문하에 많은 인재가 배출되었다.


특히 그 가운데서도 양기파에서 걸출한 선승인 대혜종고가 출현하여 화두참구의 간화선을 제창함으로 인하여 임제종은 중국 선불교의 대부분을 석권하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임제록’에는 ‘수처작주 입처개진’ ‘무위진인’ ‘무의도인’ ‘무사시귀인’ ‘평상무사’ 등 유명한 선(禪) 명구들이 많이 등장한다. 그 가운데서도 대표적인 명구는 ‘수처작주 입처개진(隨處作主 立處皆眞)’으로, 임제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큰 그릇의 사람이라면 가장 중요한 것은 남의 유혹을 받지 않아야 한다. 어느 곳에 처하던 간에 주(主)가 된다면 그대가 있는 그 자리는 모두 다 참된 곳이 될 것이다”


주(主)는 본체이고 객은 그림자이다. 주는 번뇌 망상 등 모든 것을 항상 자기 페이스로 리드해 간다. 그러나 객(客)은 끌려 다닌다. 객은 주에 소속된 껍데기 같은 존재다. 그러므로 깨달은 자는 일체의 번뇌 망상과 사물에 끌려가지 말아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각자(覺者)이고 해탈인이며, 번뇌 망상의 속박으로부터 벗어난 대자유인이라고 할 수 있다.


무위진인(無位眞人)은 일체의 고정관념과 범주를 초월한 참 사람(眞人), 어떠한 틀에도 박혀 있지 않은 사람을 가리키는데, ‘임제록’을 보도록 하자. “임제선사가 상당하여 설했다. 벌거벗은 육체 위에 하나의 지위 없는(一無位) 참 사람(眞人)이 있다. 항상 여러분들의 눈과 귀, 코, 입으로 드나들고 있다. 아직 그것을 보지 못한 사람은 똑똑히 보도록 하라.”


여기서 말하는 참 사람이란 육신 덩어리를 가리키는 것이 아니고 그 육신을 지배하고 있는 존재 즉 주인공을 뜻한다. 임제는 그것을 장자(莊子)에 나오는 ‘참 사람(眞人)’이라는 말을 빌려서 사용하고 있는데, 용어는 같아도 뜻은 좀 다르다.


무의도인(無依道人)은 어떠한 것에도 의지, 의존하지 않는 독존의 주체자, 자립적인 존재를 가리킨다. 예컨대 연예인들의 삶은 매우 화려하다. 그러나 그들의 일상은 항상 소속사의 통제를 받는다. 일거수일투족도 마음대로 할 수 없다. 의존하는 곳이 있다면 그 누구든 통제자의 손아귀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무사시귀인(無事是貴人)에서 무사는 경전 첫 구에 나오는 무학(無學, 더 이상 배워야 할 것이 없음)과 동의어로, 깨달은 사람, 수행을 완료하여 더 이상 닦아야할 일이 없는 사람을 가리킨다. 즉 부처를 가리키는데, 그런 사람이야말로 가장 존귀한 사람(貴人)이라는 뜻이다. 평상무사(平常無事)도 무사시귀인, 평상심시도와 같은 말이다. 살불살조는 임제의 선풍을 잘 압축한 말임은 이미 앞에서 서술한 바와 같다.


‘임제록’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어떤 것이 정법안이며, 진정(眞正)한 견해인가(如何是 眞正見解)’라고 할 수 있다. 시종일관 올바른 견해를 갖출 것을 강조하고 있는데, 이것은 곧 실상을 바로 보는 눈 즉 반야지혜임은 두말 할 것도 없다.

 

▲윤창화

그 밖에도 임제는 ‘사료간(四料簡)’ ‘사빈주(四賓主)’ ‘사조용(四照用)’ 등 교학적인 것도 나오는데, 여타 법문에 비하여 난해한 편이다. 그의 법문은 매우 직절적이고 확신에 가득찬 모습을 볼 수 있는데, 대단한 철견(徹見)이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윤창화  changhwa9@hanmail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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