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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성평등 사회와 불교의 여성차별

사회는 여성 전성시대
여권신장, 사회 질 바꿔


부처님도 인격체로 존중
시대착오적 현실 변해야


여성들의 전성시대다. 과거 초등학교 반장이 남학생들의 몫이었다면 지금은 셋에 둘이 여학생이다. 사법시험을 비롯해 각종 시험에서 여성들이 수석을 차지하는 일은 일상이 됐다. 성적도 남성에 비해 월등히 높다. 올해는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 대통령 후보가 등장했다. 여성들의 재능이 갈수록 빛나고 있다. 여성이 한 사람의 인격체로 인정받게 된 역사는 길지 않다. 1893년 뉴질랜드에서 우여곡절 끝에 처음으로 여성들의 참정권이 보장됐으니 불과 100년쯤이다. 우리나라는 그보다 한참 뒤인 1948년에야 여성에게 투표권이 부여됐다. 여성에게 참정권이 부여되기 전 정치와 권력은 남성들의 몫이었다. 여성은 남성의 소유물이거나, 불완전한 인격체로 대우받았고 그 속에서 길들여졌다. 남성들이 만든 편견 속에서 세상은 불우했다. 인류가 가진 능력의 50%가 사장됐으니 사회의 발전은 더뎠고, 50%의 능력으로 세상 전부를 책임져야 했던 남성들은 중압감에 짓눌렸다. 오랫동안 인류는 행복하지 못했다.


여성의 인권이 보장된 나라일수록 사회 발전속도가 빠르고 삶의 질도 높다. 북유럽 선진국이 대표적이다. 반대로 여성의 인권이 억압 받는 사회일수록 낙후되고 삶의 질 또한 낮다. 아프리카가 그렇고 종교에 의한 여성 차별이 심한 중동이 그렇다.


불교는 가장 먼저, 가장 폭넓게 여성의 인권을 존중했다. 이미 2500여년 전, 부처님은 여성의 출가를 허락했다. 여성을 독립된 인격체로, 성불의 주체로 인정한 것이다. 당시 인도는 엄격한 신분제 사회였으며 남편이 죽으면 아내가 따라 죽어야 할 만큼 여성의 인권은 형편없었다. 따라서 여성에게 출가가 허락된 것은 일대 혁명이었다. 종교적 엄숙주의에 빠진 바라문들의 적지 않은 저항도 따랐을 것이다. 가톨릭과 보수 개신교가 지금까지도 여자 사제와 목사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시대를 앞서 간 참으로 뛰어난 혜안(慧眼)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전통이 무색하게 최근 종단 내부에서 양성평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들린다. 비구니 스님들에 대한 차별 때문이다. 조계종은 종정 스님을 비롯해 총무원장, 교육원장, 포교원장, 본사 주지, 법규위원 등 주요 소임을 비구 스님으로 한정하고 있다. 사회는 남녀평등의 사회로 치달리고 있는데 불교는 역주행을 하고 있는 것이다. 얼마 전엔 본사 주지를 선출하는 산중총회법을 개정해 비구니 스님의 참여 비율을 비구 스님의 20%로 확대했다가 비판만 받았다. 승가 내부의 여성 차별에 대한 치부만을 드러낸 꼴이 됐기 때문이다.


비구 스님들은 비구니 스님들에 대한 차별의 근거로 비구니 팔경계(八敬戒)를 들고 있다. 100세 된 비구니라도 갓 출가한 비구에게 먼저 절을 해야 한다는 비구니 스님들만이 지켜야 하는 8가지 계율이다. 그러나 이는 부처님의 참뜻이 아닐 것이다. 아마도 당시 인도사회를 움직이던 바라문의 반발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편이었거나 후대 남성중심의 교단문화에 의해 왜곡됐을 것이다. 부처님께서는 한 갓 미물에게도 불성이 있다고 하셨다. 이러니 여성에 대한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김형규 부장

사회의 흐름과 마찬가지로 교단 내 비구니 스님들의 능력은 갈수록 돋보이고 있다. 절 살림은 물론 수행과 포교 무엇 하나 뒤지는 게 없다. 이제 비구 스님들이 한줌 권력을 방하착(放下着)해야 할 때다. 그렇지 않으면 불교는 시대착오적 종교로 지탄받게 될 것이다. 수행자라면 부처님께 부끄럽지 않아야 한다. 

 

김형규 kimh@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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