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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무구정광대다라니경’ 발견

1966년 10월13일 석가탑서
현존인쇄물 중 最古 문화재
중국 “당나라 때 제작”주장
중수기 통해 신라제작 확인

 

▲불국사 석탑에서 발견된 ‘무구정광경’.

1966년 10월13일 세계인들의 이목이 경주에 집중됐다. 도굴범에 의해 훼손된 불국사 석가탑을 보수하는 과정에서 현존 세계최고(最古)의 인쇄물로 추정되는 ‘무구정광대다라니경(이하 무구정광경)’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당시 석가탑 보수정비를 담당했던 학자들은 “무구정광경은 751년 신라 경덕왕 때 김대성이 석가탑을 건립하면서 봉안했던 경전”이라고 밝혔다. 이는 그 동안 가장 오래된 인쇄물로 알려져 왔던 일본 호류사의 ‘백만탑다라니’(770년)보다 최소 20여년 앞서는 것이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인쇄물을 보유한 국가로 평가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1980년대 들어 중국 서지학계가 ‘무구정광경’이 당나라에서 인쇄돼 신라로 건너간 것이라는 주장을 제기하고 나서면서 학계에서 논란이 일기 시작했다. 특히 중국학계는 “석가탑에서 발견된 ‘무구정광경’에 수록된 글자 가운데 8자가 무주제자(武周制字, 당나라 측천무후 재위 당시 새롭게 만든 글자)로 보인다”며 “따라서 ‘무구정광경’은 중국 당나라 때 간행된 것으로 신라에 건너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국 서지학자들의 반론도 적지 않았다. 특히 김성수 청주대 교수를 비롯한 한국 서지학계는 중국학자들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김성수 교수는 “△‘무구정광경’의 일부에 나타난 무주제자는 중국에서만 사용된 것이 아니라 통일신라와 고려시대 때에도 나타나고, △피휘(避諱-황제의 이름이나 성을 피해 한자를 사용하는 것)자인 조(照)자가 사용됐다”며 “이는 ‘무구정광경’이 중국에서 간행된 것이 아니라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즉 측천무후의 성이 조(照)씨로 만약 ‘무구정광경’이 중국 당나라에서 간행된 것이라면 ‘照’를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 박지선 용인대 교수는 “‘무구정광경’의 종이재질을 과학적으로 분석한 결과 이 종이는 당시 신라에서 사용하던 종이 가공법인 도침법(搗砧法)으로 제작된 닥종이”라고 밝히면서 ‘무구정광경’의 중국 간행설을 반박했다. 이처럼 한국 서지학계의 치밀한 반박으로 ‘무구정광경’은 신라 때 제작된 현존 최고의 목판인쇄물이라는 것이 사실상 입증됐다.


그러나 2005년 ‘무구정광경’과 함께 석가탑 사리구함에서 발견된 종이뭉치인 묵서지편(墨書紙片)을 보존처리하는 과정에서 고려시대 석가탑을 중수한 중수기가 발견돼 또 한 번 논란이 일었다. 일부 학자들 사이에서 고려 현종 15년인 1024년 석가탑을 중수하면서 봉안했을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현존 최고(最古) 인쇄물이라는 ‘무구정광경’의 위상도 크게 흔들리게 됐다.


그러나 국립중앙박물관이 2년여에 걸쳐 묵서지편을 판독한 결과 “지난 1966년 사리함에서 발견된 ‘무구정광경’은 애초 석가탑을 건립할 당시 봉안된 인쇄물”이라는 사실이 다시 한 번 확인됐다. 당시 판독자들은 상하좌우로 접혀 석가탑 사리함에 납입됐다가 조각조각 떨어져 한 뭉치로 엉겨 붙은 채 발견된 묵서지편을 순서대로 연결한 후 판독한 결과 묵서지편의 내용은 고려 현종 15년인 1024년의 기록 2건과 정종 4년인 1038년의 기록 2건 등 총 4건의 중수기록으로 확인됐다. 그 가운데 1024년 기록에서 “신라 때 안치한 ‘무구정광경’을 꺼냈다가 석탑을 다시 세울 때 안치했다”는 내용이 확인됐다. 이는 고려시대 석가탑 중수 이전부터 ‘무구정광경’이 봉안돼 있었다는 의미로 그동안의 논란을 사실상 마무리 됐다. 그러나 ‘동북공정’이라는 역사왜곡을 앞세운 중국이 여전히 억지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어 ‘무구정광경’은 세계 최고의 기록문화이면서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지 못하고 있다.


최근 문화재청이 ‘무구정광경’에 대한 논란의 진실이 숨어 있는 석가탑에 대해 전면 해체보수를 시작했다. 46년 전 보수공사를 한 바 있지만 최근 탑의 상층 기단부 받침돌의 일부에서 금이 생기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1966년과 달리 석가탑을 완전 분해해 새롭게 쌓겠다는 것이다. 이런 대수술은 1000년 만의 일이다. ‘무구정광경’의 논란을 잠재울 수 있는 새로운 단서가 나올 수도 있을 것이라는 예측이 조심스럽게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권오영 기자 oyemc@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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