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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가자 없고 스님뿐인 포교대상

함께 포교현장에서 일했지만 재가자는 없었고 스님만 있었다. 10월23일 포교원이 발표한 포교대상(종정상)에 재가자는 없었다.


지난해 7월5일 전면개정 공포된 ‘포교대상 운영에 관한 령’의 시상기준에 따르면 ‘종단소속 스님 및 재가불자’로 명시돼 있다. 그러나 당초 령을 개정해 포교대상에 재가자를 포함했던 노력이 무색해졌다. 20회가 넘도록 포교대상은 줄곧 스님뿐이었다. 부처님 전법제자로서 포교가 당연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사부대중의 한 축을 담당하며 포교에 매진했던 재가자가 합법적(?)으로 포교대상을 받게 된 결정적인 이유였다.


지난해에는 신임 포교원장 취임이 11월로 예정돼 있었다. 전 포교원장이 법적 근거를 마련한 재가자 포교대상이 ‘차기 원장스님 집행부 이월’이라는 내부 방침으로 이어졌다. 해서 올해는 재가자가 처음으로 포교대상을 받는 기념비적인(?) 해다. 하지만 포교대상에 재가자는 없었다. 군, 어린이·청소년, 대학생, 병원, 교도소 등 사회 곳곳에서 부처님의 따뜻한 온기를 전하는 1000만 재가자들에겐 서글픈 해가 됐다.


이번 포교대상에 재가자는 10명이 추천됐고 10월22일 심사위원회(위원장 지원 스님)가 열려 수상 여부를 논의했다. 심사결과 “포교대상감이 없다”고 공의를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첫 재가자 종정상인 만큼 귀감이 될 분이 돼야 한다”는 말도 덧붙여졌다.


귀감이 될 재가자가 없었을까. 추천 재가자 10명 가운데 김의정 전 중앙신도회장이 있었다. 어머니인 명원 김미희(1920~1981) 선생부터 차로써 불교에 지대한 공을 세웠다는 평이 나왔다. 명원은 잃어버린 우리 차 문화의 복원과 보급에 혼신의 힘을 기울인 근대 한국 차 문화의 선구자다. 불교문화 발전을 위한 후원과 복원 사업에도 앞장서왔다. 김의정 전 중앙신도회장도 전법회관 신축은 물론 불법 유출 문화재 반환 사업, 각종 불교행사를 후원해왔다. 강릉 임영관에서 열린 ‘2011년 문화의 날’에서 ‘해외반출문화재 환수사업 및 전통문화 보급 등 문화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옥관 훈장도 수훈했다.


“김 전 회장의 포교공적은 훌륭하다”는 평가와 달리 “떠나는 마당에 상 하나 줘서 보낸다는 말이 나올 수 있다”는 염려(?)가 심사위원회 회의에서 제기된 것으로 전해졌다. 염려는 포교대상 ‘부적격’으로 돌아왔다. 포교대상을 수상해 5년 이내 동일한 공적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종단에서 수여하는 일반표창도 받지 않아 1년 내 동일한 공적도 없었다. 삼보를 외호하는 1000만 재가자의 상징인 전 중앙신도회장의 ‘수상 탈락’은 1천만 재가자들에게 상처를 남겼다. 반면 후원금 약속을 몇 년이 지나서야 이행한 모 불교매체 사장과 중앙종무기관 소속 불자가 포교원장상을 받는다. 상처의 골이 깊어지는 대목이다.


김 전 회장뿐만 아니다. 포교현장에서 남모르게 부처님을 알리는 많은 재가자가 있다. 10명밖에 추천을 못 받았다는 점도 쉽게 이해할 수 없다. 과거 포교대상 수상자 공모 땐 불교계 언론까지 포교원의 문의전화가 왔었다. 올해는 없었다. 포교대상 발굴의지 여부마저 묻고 싶어진다. 홍보도 문제다. ‘포교대상 운영에 관한 령’에는 시상일 60일 전에 시행공고를 종단 기관지에 게재해야하고 공고내용을 교구본사 및 종단등록 신도단체, 종단소속 포교단체, 전국사찰에 공지해야 한다고 적고 있다. 교계 언론은 지면 발행신문과 인터넷을 포함해 10여곳. 종단 기관지로 한정한 이유도 궁금하다.

 

▲최호승 기자

부처님은 45년간 전법의 길을 걸었다. 비구, 비구니, 우바이, 우바새 등 사부대중도 마찬가지다. 포교 일선 현장에서 고생하는 스님과 재가자 중 스님만 받는 포교대상. 법을 실어 나르는 수레의 두 바퀴에서 바퀴 하나가 빠진 느낌이다. 수레는 바퀴하나로 전진할 수 없다.

 

최호승 기자 time@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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