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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문화재에 담긴 비원

외세침략 잦았던 한반도
문화재도 수난으로 점철


역사속 서글픈 사연통해
문화의 소중함 되새기길

 

저물어 가는 가을의 끝자락, 조계종 불교중앙박물관에서는 의미 있는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되찾은 문화재, 되살린 문화재’전이다. 도난당했다가 극적으로 돌아오거나, 훼손됐다 가까스로 복원된 문화재들이 주인공이다. 고난을 이겨낸 사람들에게서 진한 삶의 향기가 느껴지듯이 이들 문화재에 담긴 사연들은 시나브로 가슴을 적신다. 이런 절절함 때문일까. 세월에 씻겨 색이 바라고 윤기마저 퇴색한 문화재들이지만 연일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한반도는 유독 외세의 침략이 많았다. 그 때마다 많은 사람이 죽고 국토는 황폐화됐다. 사람들의 간절한 비원과 기도가 담긴 유산들도 불길을 따라 허공 속으로 사라졌다. 일제강점기는 암흑 그 자체였다. 사람들은 일제의 신민으로 전락했고,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문화재들이 골동품으로 전락해 일본으로, 외국으로 반출됐다. 나라를 빼앗겼으니, 하소연 할 곳이 없었을 것이다. 가까스로 독립을 하고 나서는 동족끼리 편을 갈라 피를 흘리며 싸웠다. 수많은 우리 문화재가 잿더미로 버려졌다. 전쟁이 끝나도 시련은 멈추지 않았다. 산업화가 기승을 부리자 개발에 방해된다며 발굴된 문화재를 묻어버리고 일확천금을 노리는 절도범들이 기승을 부렸다. 그래서 우리 문화재의 역사를 수난의 역사라 말한다.


이번 전시회에 모습을 드러낸 문화재들은 이런 시련 속에서도 용케 견뎌낸 문화재들이다. 불상과 불화, 불구들이 대부분이니 불자들 입장에서 문화재라기보다 성보로 경배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그래서 더욱 고맙고 반갑다. 전시회에는 국보 1건 보물 10건을 비롯해 131건 140점이 전시됐다. 문화재 수난사와 이를 지키기 위해 노력했던 분들을 기리는 추모의 마당으로 시작해 도난당했다가 되찾은 문화재에 대한 절절한 사연과 훼손된 문화재를 되살린 노력이 파노라마처럼 담겼다. 문화재는 그 자체로 우리의 삶이며 역사다. 시간과 공간, 조상의 숨결이 함께 스며있다.


그래서 사연들이 구구절절이다. 상원사가 불타는 것을 막기 위해 가부좌를 한 채 입적한 한암 스님 이야기엔 경외감이 묻어있다. 절도범과 결투 끝에 문화재를 되찾기도 하고 절도범의 꿈에 나타난 부처님의 경책으로 문화재가 절로 돌아오기도 한다. 문화재를 소장했던 일본인이 참회의 의미로 문화재를 반환하기도 하고, 도난당한 불화를 지탱했던 텅 빈 틀의 공간에는 애잔함이 묻어난다. 그냥 전시가 아니라 각 문화재의 삶을 보여주는 작은 서사시다. 제작 연대, 크기, 재질 등 천편일률의 무미건조한 문구는 과감히 버렸다. 그래서 사연을 품은 문화재는 모두 주인공이었다. 미스코리아를 뽑듯 크기와 외형으로 가치를 매기고 값어치를 평가하는 천박한 인식이 설자리가 없다. 그래서 사연들을 읽고 생각에 잠기느라 관람시간은 어느 때보다 길었다.

 

▲김형규 부장

부처님은 ‘금강경’에서 “형상 있는 모든 것은 다 허망한 것이니 만약 형상 속에서 형상 아닌 것을 보면 곧 여래를 보게 된다”고 말씀하셨다. 진실은 보이는 것 너머에 있다. 문화재 또한 그럴 것이다. 규모와 화려함에 속지 않고 문화재가 품고 있는 이야기에 귀 기울이면 어느 것 하나 소중한 문화재 아님이 없을 것이다. 문화재는 그냥 골동품이 아니라 오늘을 있게 한 우리의 과거다. 저물어가는 가을, 불교박물관으로 발걸음을 옮겨볼 것을 권한다. 어린 시절 할머니 품속에서 듣던 동화처럼 이들 문화재가 들여 주는 사연에 푹 빠져보기를. 

 

김형규 kimh@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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