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9. 일자선(一字禪)

기자명 윤창화

한 글자로 선의 심오한 세계 드러낸것
운문종 일으킨 운문선사의 교육 방법

한 글자로 선의 핵심과 그 심오한 세계를 드러내는 것, 한 글자로 선의 세계를 표출해 보이는 것을 ‘일자선(一字禪)’이라고 한다. 또 ‘일자관(一字關)’이라고도 하는데, 수행자들의 질문에 ‘무(無)’, ‘할(喝)’, ‘고(顧)’, ‘감(鑑)’, ‘이(咦)’ 등과 같이 한 글자로 선의 의미에 대하여 답하는 것을 가리킨다. ‘일자공안’, 또는 ‘일자화두’라고 할 수 있다.


일자선은 운문종의 선풍이다. 운문문언(雲門文偃, 864∼949)의 선 지도 및 교육방법으로, 그것을 ‘운문일자관(雲門一字關)’이라고 한다. 운문선사는 ‘간시궐’, ‘일일시호일’ 등 공안으로 유명한데, 어떤 형식인지 ‘벽암록’ 제8칙 ‘취암(翠巖)화상의 눈썹’이라는 공안을 보도록 하겠다.


취암화상이 하안거 해제 일에 대중들에게 다음과 같이 설했다. “여러분, 나는 하안거 동안 대중들을 위해 많은 설법을 했는데, 잘 보시오! 내 눈썹이 붙어 있는지?” 보복화상은 “도둑놈은 늘 마음이 편치 못한 법이지”라고 했고, 장경화상은 “(눈썹이) 다시 생겨났네!”라고 했고, 운문선사는 “관(關, 관문)”이라고 했다. 이에 대하여 설두중현은 “천고에 대적할 사람이 없구만. 운문은 관(關)자로 응수했네.”라고 평했다.


이후 선원총림에서는 수행승들의 본질적인 질문 즉 ‘무엇이 부처냐’고 물으면 앞과 같이 한 글자로 답하는 일자선이 유행하게 되었는데, 원오극근은 일자선에 대하여 ‘벽암록’ 8칙 평창에서 “운문은 관(關)이라고 했으니 아주 대단하다. 이 경지를 알기가 매우 어렵다. 운문대사는 대부분 일자선으로 사람들을 가르쳤다. 이 일자 속에는 세 글귀가 포함되어 있다.”라고 극찬했다.


한편, 중국 고사 가운데는 ‘스승이 제자를 잘못 가르치거나 또는 잘못 설법하면 눈썹이 빠진다’는 속담이 있는데, “하안거 동안 대중들을 위해서 설법을 많이 했는데, 내 눈썹이 붙어 있는지, 잘 보라”는 말은, 선의 세계는 불립문자, 언어도단임에도 불구하고 언설로 표현했으므로 그 자체가 벌써 개구즉착(開口卽錯)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자신의 눈썹은 당연히 빠졌을 것이라는 뜻이다.


이 말은 눈썹이 빠지는 것도 불사하고 하안거 동안 여러분들을 위하여 법을 설했는데, 무언가 깨달은 것이 있느냐는 뜻이다. 오늘이 하안거를 마치는 해제 일이므로 각자 깊이 한번 생각해 보라는 뜻이다. 또 ‘임제록’에는 ‘나의 얼굴을 잘 보게! 눈썹이 몇 개나 남아 있는가?’라는 말이 있고, ‘벽암록’ 27칙에는 ‘눈썹을 아끼지 않다(不惜尾毛)’라는 말이 있는데, 눈썹이 빠지는 과보도 두려워하지 않고 중생을 위하여 설법을 하겠다는 뜻이다. 선승에게 중요한 것은 미혹한 중생을 위하여 불법을 설하고 자비심을 베푸는 하화중생의 보살행이라고 할 수 있다.


운문선사에게는 ‘관(關)’ 말고도 일자관이 몇 개 더 있는데, 어떤 납자가 “무엇이 정법안장입니까?”라는 질문에 “보(普)”라고 대답했고, “부처를 죽이고 조사를 죽이면 어디서 참회해야 합니까?”라는 질문에 “로(露)”라고 대답했다. 운문의 일자관에 대하여 ‘오가정종찬(五家正宗贊)’ 4권에서는 다음과 같이 평하고 있다. “동산은 삼돈방을 놓았으니 그것은 노파심이 철저한 것이다. 운문은 일자관을 수립하여 모든 종사들을 눈을 멀게(봉사)했다”라고 극찬하고 있다.

 

▲윤창화

운문의 관(關)은 수행자라면 누구나 반드시 통과해야 할 관문(關門)이다. 이 관문을 어떻게 통과할 것인가? 큰 과제가 아닐 수 없다. 더구나 이 관문은 문이 있는 관문이 아니고, 문이 없는 관문이다. 본래면목를 밝히는 관문이다.

 

윤창화  changhwa9@hanmaill.net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