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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구순피선(口脣皮禪)

기자명 윤창화

조주가 훌륭한 법문과 선기로 수행자를
깨달음의 길로 인도했기에 붙여진 이름

조주(趙州, 778∼897)선사의 선(禪)을 일명 ‘구순피선(口脣皮禪)’이라고 한다. ‘구순피’는 입과 입술을 가리키고 그 의미는 훌륭한 법문을 뜻한다. 즉 조주선사가 훌륭한 법문과 선기(禪機)로 많은 수행자들을 깨달음의 길로 인도했기 때문에 구순피선이라고 한 것이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무자화두’라든가, ‘정전백수자’ 그리고 그 유명한 ‘끽다거’도 모두 조주선사의 선문답에서 시작되었다.


<조주구자(趙州狗子) 공안> ‘어느 날 한 수행승이 조주선사에게 물었다. “개에게도 불성(佛性)이 있습니까?” 이에 조주는 “없다(無)”라고 대답했다. 그가 다시 물었다. “위로는 부처님을 비롯하여 아래로는 하찮은 벌레까지도 모두 다 불성이 있다고 했는데, 어째서 개에게는 불성이 없습니까?” 조주선사가 답했다. “개에게 업식성(중생심)이 있기 때문이다.”


<조주백수(趙州柏樹) 공안> 한 납자가 조주선사에게 물었다. “무엇이 (달마)조사가 서쪽에서 온 뜻입니까?” 조주선사가 답하였다. “뜰 앞의 잣나무니라(庭前柏樹子).”


<끽다거(喫茶去) 공안> 어느 날 한 납자가 조주선사를 찾아왔다. 선사가 물었다. “여기에 와 본 적이 있는가?” “예, 왔었습니다.” “아, 그래, 차나 한 잔 마시게(喫茶去).” 다음날 또 납자가 찾아왔다. “일찍이 여기에 와 본 적이 있는가?” “와 본적이 없습니다.” “차나 한잔 마시게(喫茶去).”


위의 세 공안은 너무 유명하여 중국 천하를 휩쓸고도 모자라 우리나라와 일본도 점령했다. 이 밖에도 조주선사와 관련된 공안은 매우 많다. 조주선사가 삼거리에서 길을 묻는 납자들을 희롱하고 있는 노파를 감파했다는 <조주감파(趙州勘婆) 공안>, 법당에 불이 나지도 않았는데 법당에서 “불이야! 불이야!”하고 소리쳤다는 <조주구화(趙州救火) 공안>, “진주(鎭州)에서는 꽤 큰 무가 난다지.”라고 말한 <조주나복(趙州蘿蔔) 공안>, “만법은 하나로 돌아가는데, 하나는 어디로 돌아가는가?”라고 물은 <조주 만법귀일(趙州萬法歸一) 공안>, “지극한 도는 어려운 게 아니다. 오직 주의할 것은 취사선택하는 마음이다.”라고 말한 <조주무난(趙州無難) 공안>.


그 밖에도 어떤 납자가 “어떤 것이 조주입니까?” 하자, “동문 남문 서문 북문”이라고 답한 <조주사문(趙州四門) 공안>, “그대는 외나무다리만 보고 돌다리는 보지 못하느냐?”고 말한 <조주석교(趙州石橋) 공안>, “아침을 먹었으면 발우를 씻어라.”고 말한 <조주세발(趙州洗鉢) 공안>, 어떤 납자가 하직을 고하자, “버들꽃을 꺾어라(摘楊花).”고 말한 <조주양화(趙州楊花) 공안>, “금부처는 용광로를 건너지 못하고, 목불은 불을 건너지 못하며, 흙부처는 물을 건너지 못한다. 참 부처는 안에 앉았느니라.” 말한 <조주전어(趙州轉語) 공안>, 짚신을 벗어 머리에 얹고는 밖으로 나갔다고 하는 <조주초혜(趙州草鞋) 공안>, <조주판치(趙州版齒) 공안>, <조주포삼(趙州布杉) 공안>, <조주호리(趙州毫簪) 공안>, <조주해자(趙州孩子) 공안>, <조주분소(趙州分疏) 공안>, <조주불자(趙州拂子) 공안> 등 조주로부터 기원한 공안은 매우 많다. ‘벽암록’에 수록된 100칙 가운데 조주의 공안이 무려 12개나 된다.

 

▲윤창화

구순피선이란 조주선의 별칭이다. 그의 가르침과 법문, 선기(禪機), 그리고 지도방법이 워낙 번득였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다. 또 조주를 일컬어 ‘천하조주(天下趙州)’, ‘조주고불(趙州古佛)’이라고 하는 데, 그만큼 그의 법력이 탁월했다. 선종 각파에 지대한 영향을 주었으며, 무려 120세를 살면서 많은 납자들을 깨우쳤다. 14살 때 스승 남전과 오고간 대화는 일화 가운데서도 백미이다. 그러나 뜻밖에도 직계에는 법을 이은 제자가 없다.

 

윤창화 changhwa9@hanmail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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