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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종교인 과세

종교인과세 지지 배경은
종교단체의 이익집단화


청빈한 삶 살고 있는지
성찰하는 계기 삼기를


“사람은 반드시 스스로 업신여길 만한 짓을 한 뒤에 남이 그를 업신여긴다.” 검찰 내부 통신망에 올린 한 검사의 글이다. 검찰의 자성을 촉구한 이 글에 비루한 검찰의 처지가 드러나 있다. 현 정부 들어 검찰은 국민의 신뢰를 모두 잃었다. 대통령 가족과 친인척 비리에는 한없이 무기력하면서도 비판의 목소리에는 한없이 매서웠다. 불의에 맞서라며 국민이 준 권력으로 국민을 위협했다.


요즘 검찰과 비슷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곳이 종교계다. 종교계도 국민의 신뢰를 잃은 지 오래다. 국민들에게 위안과 행복을 주지 못하고 오히려 걱정을 끼치고 있다. 거리에서 “예수천국 불신지옥”을 외치는 선교활동은 고전이다. 이제는 규모가 커져 공공도로를 예배당으로 쓰겠다며 마구 파헤치고 부를 축적한 교회를 자식에게 세습하겠다고 생떼를 쓴다. 스님들이 외제차를 타고 일탈을 일삼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신도들의 헌금과 보시로 쌓은 재력과 권력으로 정치권에 영향력을 발휘하고 각종 이권에 개입하는 모습도 낯설지 않다.


입으로는 청빈과 무소유를 말하면서 자신들은 재물로 바벨탑을 쌓고 있다. 청렴을 이야기하면서 스스로 부패의 늪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영향 때문이었을 것이다. 최근 조계종 불교사회연구소가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종교인 소득과세에 대해 응답자의 71%가 찬성했다. 종교단체의 재정 투명성 여부에 대해 76.6%가 부정적으로 답했다. 국민들 대다수가 종교계가 타락했다고 믿고 있는 것이다.


종교단체는 대부분 비영리법인으로 등록돼 있다. 종교인들이 청빈과 무소유를 기본 덕목으로 하고 있으니 사회 약자들을 위해 헌신할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종교단체뿐 아니라 종교인에게도 세금을 물리지 않는다. 종교인이 재산을 축적하는 일은 상상하기 어렵다. 과거 국가 또한 종교단체 과세에 소극적이었다. 법정 스님이나 김수환 추기경처럼 종교인들이 국민들의 존경을 받아서다. 그러나 지금의 종교단체와 종교인의 모습은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신자들의 헌금과 보시로 거대한 빌딩을 짓고 외제차를 타고 돈을 물 쓰듯 하는 종교인이 적지 않다. 큰 종교단체의 지도자는 기업회장이 부럽지 않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부는 종교인 과세에 대해 뾰족한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미 공룡처럼 몸집을 불린 종교단체의 반발이 두렵기 때문이다. 개신교가 유독 심하다. 교회에서 하는 일 모두가 공적인 일이라는 것이 이들의 항변이다. 대형 교회를 짓고 다른 나라의 전통과 종교를 무시한 공격적인 선교로 지탄을 받는 것이 공적인 일인지 묻고 싶다. 이제 부끄럽게 생각해야 한다. 스스로 업신여길 일을 하고 다니니, 국민들이 업신여기는 것이다. 과세의 타당성을 따지기 전에 먼저 스스로 되돌아봐야 한다. 중세 가톨릭은 면죄부를 팔다 몰락했고 귀족화된 고려불교는 백성을 노예로 부리고 고리대금을 하다 조선조 500년간 산속에서 지내야 했다. 헌금이나 보시로 쌓인 돈을 국민을 위해 쓴다면 종교인 과세를 국민들이 나서서 말릴 것이다.

 

▲김형규 부장

배부르고 따뜻하면 음란한 생각을 하게 되고 춥고 배고프면 진리에 대한 마음이 절로 이는 법이다. 종교본연의 자리로 돌아가야 한다. 배부른 종교에 과세는 당연하다. 청빈과 무소유, 가난한 자기자리로 돌아와야 한다. 종교인 과세 논쟁은 그 자체로 부끄러운 일이다. 종교를 거론하지 않더라도 사람이라면 양심이 먼저 찔릴 일이다. 

 

김형규 kimh@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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