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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일미선(一味禪)

기자명 법보신문

돈오를 기치로 내걸고 있는 조사선
귀종선사 대우 스님 선문답서 유래

일미선(一味禪)이란 한 가지 맛의 선, 곧 최상승(最上乘)의 선을 가리킨다. 잡선(雜禪)이 아닌 순일(純一) 무잡한 선으로, 시대적으로는 당대(唐代)를 풍미했던 선, 즉 돈오를 기치로 내 걸고 있는 조사선을 가리킨다. 일미선은 당 중기의 선승인 귀종지상(歸宗智常, 생몰연대 미상) 화상과 대우스님 사이에 오고 간 선문답에서 비롯된 말이다. 귀종지상은 마조도일(709∼788)의 제자로서, 귀종은 주석 사명(寺名)이다. ‘경덕전등록’ 등에 그의 설법과 기타 선승들과의 문답이 많이 실려 있다.


일미선의 유래가 된 귀종선사와 대우스님의 선문답은 ‘선종송고연주통집(禪宗頌古聯珠通集’ 11권과 ‘지월록’ 9권, ‘어선어록’ 등 그밖에도 선어록과 공안집에 많이 실려 있는데, 원문은 약간씩 차이가 있다.


“대우(大愚)스님이 귀종(歸宗)화상을 뵙고 나서 하직 인사를 드렸다. 귀종화상이 물었다. ‘어디로 가려고 하는가?’ 대우가 말했다. ‘제방 선원에 다섯 가지 맛의 선(五味禪)을 배우러 갑니다.’ 귀종화상이 말했다. ‘제방 선원은 다섯 맛의 선이지만 나의 이곳은 오직 한 맛의 선(一味禪)만 있다네.’ 대우가 물었다. ‘어떤 것이 한 맛의 선(一味禪)입니까?’ 그러자 귀종화상이 갑자기 대우를 후려쳤다. 대우가 홀연히 크게 깨닫고 나서 ‘사(, 목이 쉰 소리)’하고 소리치면서 말했다. ‘알았습니다. 알았습니다.’ 귀종이 다그쳤다. ‘말해 봐라, 말해봐라(알았다면 말해 보라는 뜻).’ 대우가 말을 하려고 머뭇거리자(분별심이 들어가 있다) 귀종이 또다시 몽둥이로 내리쳤다. 대우는 그 후 황벽(黃蘗) 선사가 머물고 있는 선원에 이르러 이 이야기를 하자, 황벽이 상당하여 말하였다. ‘마조(馬祖) 문하에 무려 84명의 선지식이 배출되었지만 불법에 대하여 물어보면 모두가 다 오줌싸개 수준인데 오직 귀종만은 좀 깨달은 것이 있다.’라고 하였다.”


오미선(五味禪)이라는 말은 ‘다섯 가지 맛의 선’이라는 뜻이지만, 바꾸어 말하면 순수한 일미선이 아닌 잡선(雜禪)이라는 뜻이다. 오리지널이 아니라는 것인데, 여기서 오리지널이란 돈오선, 즉 조사선을 가리킨다. 오미선에 대하여 각운은 ‘선문염송설화’에서 ‘천태사교의’의 말을 인용하여 “12부경과 구품수다라, 방등경, 반야경, 법화경”이라고 하여 경전과 교학 전체를 통칭하는 것으로 말하고 있으나, 일본 ‘선학사전’과 중국에서 나온 ‘선종대사전’에는 ‘선원제전집도서’의 말을 바탕으로 외도선(外道禪), 범부선(凡夫禪), 소승선(小乘禪), 대승선(大乘禪), 최상승선(最上乘禪), 이 다섯 가지가 오미선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일미선에 대하여 ‘선문염송설화’를 지은 각운은 자신의 서문에서 규봉종밀의 말을 인용하여 “선은 선나(禪那)이다. 중국 말로는 ‘사유수(思惟修, 명상), 정려(靜慮, 고요히 생각함)’라고 하는데 이것은 모두 정혜를 통칭한 것이다. 마땅히 이로 본다면 교외별전이 일미선이다(禪者, 圭峯云. 具云, 禪那. 此云, 思惟修. 亦云, 靜慮. 斯皆定慧之通稱也. 當此看則, 敎外別傳一味禪也)”라고 말하고 있는데, 여기서 교외별전이란 불립문자의 조사선을 뜻한다.


▲윤창화

사실 육조혜능 이후 마조도일 때에 이르러 조사선이 형성되었는데, 그들은 조사선이 최고이고 기타는 보잘 것 없이 취급했다. ‘응암화상어록(應菴和語錄)’ 10권 송고(頌古)에는 “왜 마음을 다하여 삼조연하(선당 내의 자기 좌선자리. 單이라고도 함)에 앉아 있는가? 곧장 귀종화상의 일미선을 뚫다(窮心何必在三椽, 直透歸宗一味禪)”라고 말하고 있다.

 

윤창화 changhwa9@hanmail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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