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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들의 대선 후보 지지

특정후보 지지·선거운동 참여
스님들 구태 이번 대선서 재연

 

분별·차별 버리는 것이 불교
스스로 ‘박쥐중’ 자처하는가

 

제18대 대통령 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다. 국민들의 관심 또한 정치권에 쏠려 있다.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는 중요하다. 나라의 미래가 걸려 있고 개개인의 삶이 달려있다. 대통령 선거가 가까워오면서 불자들의 표를 이끌어내기 위한 각 후보 진영의 행보도 빨라지고 있다. 후보들마다 불자들이 주축이 된 불교모임을 꾸리고 불자들의 표를 모으기 위해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국민의 20%이상이 불자이니, 불교계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불자들의 관심도 대선을 향하고 있다. 지난 5년은 불자들에게 암흑의 시간이었다. 장로임을 자랑스러워했던 이명박 대통령의 종교적인 편향은 유별났다. 청와대로 목사를 불러 예배를 보고, 고위공무원을 임명하는데도 교회 인맥이 동원됐다. 그렇게 자리에 앉은 사람들도 대통령 못지않았다. 교통지도에서 사찰표시를 지우고 경찰총장은 선교포스터를 찍고 공립학교에서는 석탑을 땅에 묻기도 했다. 그런 이유로 선거를 바라보는 불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국가를 잘 이끌면서도 종교편향을 하지 않을 사람을 택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중차대한 시기에 스님들의 구태가 불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출가수행자가 세속 정치에 참여해 선거운동에 나서고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또 공신력을 인정받지 못한 불교단체를 마치 불교의 대표인양 앞세워 기자회견을 하는 촌극도 벌어지고 있다.


최근 태고종은 총무부원장을 비롯한 종단 주요 스님들과 신도회 간부들이 박근혜 후보지지를 선언했다. 300여명의 스님이 동참한 것으로 사실상 종단 차원에서 지지를 선언한 것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다양한 생각을 가진 스님들과 불자들이 참여하고 있을 종단이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를 선언한 것은 놀라운 일이다. 생각이 다른 스님이나 불자들은 종단에서 나가라는 뜻인지 알 수 없다. 지지이유도 재미있다. 전륜성왕의 지혜와 관세음보살의 자비를 갖췄기 때문이란다. 후보가 불자도 아닌 마당에 전륜성왕의 어떤 지혜를 갖췄다는 말인지 알 수가 없다.


이에 앞서 민주통합당 당사에서는 대한불교총연합회 소속 종단 대표라는 스님들이 문재인 후보 지지 기자회견을 가졌다. 공신력 있는 종단 모임인 종단협의회 소속도 아닌 이들이 마치 불교를 대표하는 것 마냥 지지회견을 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조계종 전법단장 계성 스님이 선거를 앞두고 새누리당 지도법사로 위촉되자, 스님의 정치참여를 비판했던 민주통합당이다.


5년 전 이명박 대통령 당선 배경에는 일부 스님들의 역할이 적지 않았다. 불교뉴라이트가 그것이다. 부처님은 분별과 차별을 버리라고 했는데 오른쪽을 지향한다니 고소를 금할 수 없다. 서산대사가 쓴 ‘선가구감’에 ‘박쥐중’이라는 말이 있다. 스님도 아니고 재가자도 아닌 스님이라는 뜻이다. ‘가사 입은 도적놈’도 마찬가지다. 수행은 뒷전인 채 세상의 시시비비에 참여해 이익을 탐하고 편을 가르는 일을 경책하는 말이다.

 

▲김형규 부장

종교의 기능은 갈등 참여가 아닌 해소에 있다. 회통(會通)을 중시하는 한국불교로서는 더욱 그렇다. 그런데 스님들이나 종단 집행부가 특정 후보를 지지한다며 국민과 불자들의 편을 가르고 있다. 속세의 인연을 버리고 깨달음을 얻겠다고 출가한 수행자들이 정치판을 기웃거리고 있다. 스스로 ‘박쥐중’을 자처하는 수행자라니, 부처님이 탄식할 일이다. 

 

김형규 kimh@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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