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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베트인들의 소신공양

구도·중생구제 상징 소신공양
경전 속 아닌 현실에서 잇따라


탐진치 버리라는 불꽃의 외침
공업중생으로서 관심 가져야
 


불교에 소신공양(燒身供養)이 있다. 깨달음을 얻기 위해 또는 세상을 구제하기 위해 스스로 몸을 불사르는 것이다. 경전은 약왕보살이 향유를 몸에 바르고 자기 몸에 불을 붙여 법을 구한 것에서 비롯됐다고 전한다. 깨달음에 관한 가르침 네 구절을 듣기 위해 야차에게 몸을 던졌던 설산동자의 행동도 소신공양의 일종일 것이다. 진리를 위해 자신의 몸을 온전히 버릴 수 있다는 것은 구도의 치열함이 극한에 이르렀음을 뜻한다. 그러나 중생을 구하거나 세상을 구제하기 위한 소신공양도 있다.


최근 경전 속에서, 또는 오랜 역사 속에서 마주하던 소신공양이 우리의 실존 속에서 파고들고 있다. 머나먼 땅 중국 티베트 자치구에서는 지금 이 순간 끊임없이 소신공양이 벌어지고 있다. 중국의 식민지로 전락한 티베트인들의 슬픔과 자유에 대한 열망이 붉은 불꽃으로 타오르고 있다. 2009년 첫 소신공양 이후 지금까지 86명. 티베트인들은 몸을 심지 삼아 불꽃을 피우고 허공으로 사라졌다. 스님들로부터 시작된 소신공양은 가정주부에서 10대 청소년들로 옮겨 붙어 전 민족으로 확대되고 있다.


티베트에 비극이 시작된 것은 1950년의 일이다. 19~20세기, 서구열강에 의해 국토의 상당부분을 빼앗겼던 중국은 공산당이 전국을 통일하자 가장 먼저 티베트를 침략했다. 자비와 비폭력이라는 불교의 교리에 따라 변변한 무기조차 갖추지 못했던 티베트는 이내 중국의 식민지로 전락했다. 중국은 티베트를 철저히 수탈했다. 사찰을 파괴하고 자원을 약탈하고 찬란한 티베트 문화를 모욕했다. 최근에는 말과 글도 쓰지 못하게 하고 있다. 60여년 전 일제의 의해 겪었던 우리 아픔의 역사가 티베트에서 재연되고 있다.


티베트인들의 행동을 분신(焚身)으로 바라보는 시각엔 동의할 수 없다. 불꽃으로 몸을 사르는 그들의 행동엔 저항을 초월한 자비가 담겨 있다. 티베트도 한때 무장독립 투쟁을 고민한 적이 있다. 그러나 달라이라마는 티베트 국민들을 향해 무기를 내려놓을 것을 설득했다. 불자로서 비폭력에 대한 신념은 목숨을 버리더라도 지켜야 할 계율이기 때문이다. 티베트 스님들과 불자들은 자유를 위해 중국 사람이 아닌 스스로의 몸을 불사르고 있다. 그러면서 중국을 위한 기도를 빼놓지 않고 있다. 탐욕과 악업에서 벗어나기를 간절히 염원한다. 이런 티베트인들의 마음이 슬프고 아프다. 


소신공양이라면 베트남의 틱광득 스님을 기억하지 않을 수 없다. 베트남 전쟁이 한창이던 1963년 틱광득 스님은 가부좌를 튼 채로 호치민 시내에서 몸을 불살랐다. 재로 변할 때까지 가부좌는 그대로였다. 소신공양을 바비큐파티라고 비아냥거리던 부패한 고딘디엠 정권은 몰락했다. 스님의 소신공양은 베트남 국민들을 폭압에서 구하기 위한 숭고한 자비였다.


중국의 억압이 계속되는 한 티베트에서는 끊임없이 소신공양이 일어날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제 티베트인들의 소신공양을 막아야 한다.

 

▲김형규 부장

그들에겐 소신공양이지만 우리에겐 소중한 생명의 희생이며 또한 우리의 무관심에 대한 묵직한 죽비다. 같은 시대를 살고 있는 공업중생으로서, 부처님의 제자로서 그들의 고통이 남의 일이 될 수는 없다. 죄업은 죄업대로 선업은 선업대로 쌓인다. 중국은 이제라도 소신공양의 의미를 깨달아야 한다. 더 이상 죄업을 짓지 말아야 한다. 티베트여! 부디 눈물을 닦고 다시 일어서기를. 

 

김형규 kimh@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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