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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경’과 대통령 선거

기자명 법보신문
  • 법보시론
  • 입력 2012.12.10 16:41
  • 수정 2012.12.10 16:49
  • 댓글 0

몇 년 전 대흥사에서 총무 소임을 살고 있었을 때, 그 지역 신도들의 방문을 받았다. 그들은 기독교의 ‘뭉침사랑’을 절에서는 해주지 않는다고 불평을 했다. 교회의 경우처럼 전기공사, 건축, 보일러, 시장 등에서 신도들 업체나 가게를 이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즉, 많은 일거리를 신도에게 주면서 경제적인 도움을 줄 것을 요청했다.


이것이 과연 아름다운 문화인지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해봐야 한다. 사실 불교가 어떤 종교인가? 잘못된 흑백논리에 바탕한 편가르기를 부정하고 모두가 함께하는 제3의 길을 가는 것이 아닌가? 그 길이 바로 연기적 사고이고 중도의 삶이라고 할 수 있다. 모든 존재는 서로의 도움과 은혜로 살고 있다는 이치에 철저할 때 우리는 상극에서 상생의 세계를 만들어갈 수 있는 것이다.


이제 대통령 선거가 며칠 남지 않았다. 대통령 선거에 대한 몇 가지 생각을 중도를 거쳐 확고하게 가져보자. 첫째, 대통령은 대한민국 국민의 행복과 국가 발전을 책임질 지도자다. 대한민국의 ‘모든’ 국민을 위해 일하는 지도자가 바로 대통령이다. 우리는 이러한 당연한 상식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이는 어느 지역만을 위한 대통령, 어느 계층만을 위한 대통령, 어느 종교만을 위한 대통령을 뽑는 선거가 아니다.


둘째, 왜 선거가 중요하고 정치가 중요한지를 생각해보자. 흔히들 쉽게, 무책임하게, 편하게 말한다. “정치인은 그 나물에 그 밥이라고, 혹은 나는 정치에 관심이 없다고, 또는 선거가 밥 먹여 주느냐고.” 이 말은 무책임하다. 정치는 행복한 삶을 위한 권한과 책임의 행위다. 잘못하는 정치인의 잘못을 지적해야지 정치 혹은 선거 자체에 무관심해서는 안 된다. 또 선거는 우리에게 밥을 먹여준다. 좋은 지도자를 뽑으면 그 사람이 공정과 분배, 정의와 평등, 소외자와 약자들을 잘 살펴주고 해결해주기 때문이다.


셋째, 어떤 지도자를 뽑을 것인가? 저마다 생각과 입장이 다를 수가 있다. 그래서 지지하는 후보가 다르다. 그러나 분명히 짚어볼 부분이 있다. 우리가 가진 견해가 과연 올바른 토대 위에서 형성된 생각과 입장인가를. 사상의 자유와 결사의 자유 그 자체는 존중되고 보장되어야 하지만 사심이 없고 공정하고 보편타당한 생각과 행위의 바탕에서 사상과 정치의 자유가 있어야 하겠다. 이를 불교에서는 정견이라고 한다. 바른 생각과 판단을 위해서는 바른 통찰이 전제가 된다. 바른 통찰은 먼저 사심과 이해관계에서 자유로워야 한다. 바른 통찰을 막는 욕망은 지연과 학연, 혈연이라는 이름으로 집단적 이기심을 앞세우고 있는 우리나라의 현재에서 볼 수 있다. 한쪽에 치우침 없는 바른 통찰로 지도자가 될 사람을 평가해야 한다.


선거를 맞이하여 공정하고 지혜로운 선택을 위해서 우리는 ‘금강경’의 가르침을 이에 적용하여 생각해보자. ‘금강경’은 말한다. ‘색성향미촉법에 갇히지 말고 보시하라’고. 색성향미촉법은 무엇인가. 바로 우리가 살고 있고, 마주하는 객관적 조건이고 환경이다. 특정지역을 염두에 둔 것이나 특정 종교, 특정 학교, 대중매체가 조작해 낸 외형적 이미지, 흑색선전, 색깔론, 비방 등 모두가 다 색성향미촉법에 해당한다. 이에 얽매이고 갇히고 이것을 끈으로 후보를 바라보고 투표하면 곧 ‘모든 것에 갇히지 말고 주체적으로 판단하고 행하라’는 ‘금강경’의 가르침을 어기는 것이다.


우리는 이렇게 말하지 않는가? 세간이 곧 정토세계이고, 진실과 자비심으로 행하면 모든 것이 보살행이라고. 이제 오는 19일이면 대한민국 국민을 섬길 ‘대한민국 대통령’을 뽑는 날이다. 그러므로 ‘선거참여가 보살행’이다.

 

▲법인 스님

반드시 투표하자. 지연, 학연, 혈연, 종교연의 개념을 아예 없애고 정견의 눈으로 살피고 판단하자. 수행은 세상을 외면하고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바른 세상을 만들어가는 모든 마음씀과 실천이다. 선거는 곧 수행이고 보살행이다. 이제 우리 모두가 ‘정치보살’의 길을 가자.


조계종 교육부장 법인 스님 abcd369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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