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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굴암 전시관 미룰 수 없다

기자명 윤청광
경주 불국사의 '석굴암'은 해인사의 장경판전과 함께 유네스코가 지정한 인류의 문화유산이다. 그런데 우리의 성보(聖寶)요, 나라의 보물이요, 전세계 인류의 위대한 문화유산인 석굴암도 무상(無常)의 벽을 뛰어넘지는 못한다.

"이 세상에 변하지 않고 항상 그대로 있는 것은 없다." 일찍이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설파한 이 '무상의 진리'를 뛰어 넘은 것은 아무 것도 없다. 그래서 저 위대한 예술품이요, 거룩한 성보요, 자랑스러운 인류의 문화재 '석굴암'도 천년 세월의 무상을 견디지 못하고 시시각각 변해가고 있다. 석굴암도 어김없이 성주괴공(成住壞空), 이루어지고 머물고 무너져 없어지는 무상의 진리를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

쇳덩이도 녹슬어 변하고 바위도 풍화를 견디지 못한다. 석굴암도 결코 예외가 아니라는 것을 석굴암은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 우리의 마음 같아서야 저 아름답고 거룩한 석굴암이 앞으로도 천년 만년 그 모습 그대로 있어주었으면 얼마나 좋으랴만, 그러나 지금 석굴암은 지켜보는 이의 마음을 안타깝게 할 정도로 시시각각 보존의 위기를 전하고 있다.

석굴암을 저 모습 저대로 보존하기 위해서 우리는 그 동안 최선의 방법을 다 동원했고 우리의 지혜를 다 짜내었다. 그렇게 해서 설치한 것이 제습장치요, 차단 유리막이었고 과학적인 통풍장치였다. 그러나 과학으로도, 지혜로도 해결할 수 없는 한계가 있었다. 그것은 어쩌면 컴퓨터 과학으로도 풀 수 없고 해결할 수 없는 '무상의 진리'인지도 모른다.

우리는 그 동안 석굴암 안에 직접 들어가 참배하고 싶은 지극한 신심을 억제하며 석굴암 보존이라는 절대절명의 명제 앞에 '유리창 너머'의 참배만으로 아쉬운 신심을 달래어 왔다.

불국사나 석굴암을 찾는 수백만의 국내외 관광객도 '석굴암 보존'을 위해 '유리창 너머'의 관람으로 발길을 돌려야 했다. 그러나 '유리창 너머'의 참배와 관람으로도 석굴암의 영구 보존은 불가능하게 되었다. 그것이 전문가들이 내린 결론이다.

그래서 우리는 마지못해 저 아름답고 거룩한 석굴암의 생명을 단 몇 십 년, 몇 백 년이라도 더 보호하고, 우리들의 지극한 신심을 달래기 위해, 그리고 언젠가는 저 석굴암이 없어질지도 모르는 먼, 먼 훗날을 위해 '석굴암 유물전시관'을 꿈꾸게 되었다. 오랜 세월을 두고 연구하고 검토하고 토론되었다. 그 꿈은 문화재 전문가들에 의해 또 다시 연구되고 검토되고 점검되었다. 그것도 경솔하게 한 두 번의 회의를 통한 게 아니었다.

그리고 꿈을 꾸기 시작한지 실로 수 십 년만에 문화재전문위원들이 심사숙고 끝에 석굴암유물전시관을 새로 짓기로 결정했다. 그런데 '호사다마(好事多魔)'라더니 마(魔)가 끼어 들었다. '석굴암전시관건립저지대책위원회'라는 게 멋모르는 언론을 부추겨 반대운동에 나선 것이다. "석굴암의 모형을 만드는 것은 신성모독이다", "석굴암 마당에 전시관을 지으면 환경파괴다"

그들이 내세운 주장을 크게 두 가지였다. 그러나 국보로 지정된 문화재도 국가예산으로 모조품을 만들어 전시하는 게 상식에 속한다. 그리고 전시관을 지으려는 석굴암 마당은 자연 그대로 있던 마당이 아니요, 60년대 석굴암복원공사를 할 때 계곡이었던 곳을 부토와 성토를 통해 마당으로 만든 곳이었다. 환경파괴라는 그들의 주장은 억지였다. 그러나 문제는 다른데 있다. 전시관 건립저지대책위원회의 주동인물은 어이없게도 이교도(異敎徒)가 아닌가?

불교를 신봉하지 않는 이교도의 입장에서 보면, 석굴암이 저대로 저 자리에서 무너져 역사 속으로 사라져버리기를 원하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더욱 가관인 것은 그 이교도의 장단에 우리 불교계 일부까지 춤을 추었으니, 오호 통재라!

이제 우리는 이교도의 심통을 더 이상 묵과해서는 안 된다. 이교도의 훼방에 전시관 건립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감히 어찌 1600년 역사의 한국불교가 몇몇 이교도의 훼방을 당하고만 있단 말인가? 문제는, 지극한 예술혼으로 지금의 석굴암보다도 더 아름다운 새 석굴암, 지극한 신심으로 옛 석굴암보다 더 성스러운 석굴암을 만드는 일이다.



윤청광(방송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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