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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영향 재평가 이루어져야

기자명 이영경
온 나라가 도로건설 때문에 들끓고 있다. 서울에서는 북한산 관통도로 때문에 사부대중 100여명이 3보1배를 하면서 급기야 수경 스님과 성타 스님이 탈진하는 사태가 발생하고, 부산에서는 경부고속도로의 천성산·금정산 터널통과 때문에 내원사 비구니 스님들의 3보1배가 부산시청광장에 계획되고 있다. 국토의 70%가 산으로 이루어진 우리나라 현실을 볼 때 모든 도로가 다 산을 우회하는 것은 어쩌면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2000여 년의 자연과 문화를 가진 북한산 국립공원이나, 20여 개의 고산늪지와 희귀 동식물이 있고 원효 스님의 역사가 숨쉬는 천성산, 부산의 진산 역할을 하는 금정산의 가치를 어떻게 몇 십 여분의 빠름과 바꿀 수 있겠는가? 몇 십 여분만 늦어진다면 이 모든 것들을 손상시키지 않고 우리가 받은 대로 자손에게 물려줄 수 있으면서도 여전히 편리하게 살 수 있다.



'우회'로 지키는 자연과 문화

환경부와 건교부 등 정부관리는 입만 열면 똑같이 지속 가능한 개발을 외치고 있지만 지속 가능한 개발의 뜻이 "미래세대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능력을 손상하지 않으면서 우리세대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개발"임을 모르는 모양이다. 그 단어의 뜻을 진정으로 알고 있다면 적어도 잠시 이 땅을 빌려쓰는 우리가 손대지 말아야 할 것에 대한 목록만은 갖고 있어야 하고 그 목록이 있다면 작금과 같은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을 테니 말이다.

이 답답한 현실을 더 심각하게 만드는 것은 환경영향평가라는 제도다. 부산-경남구간 고속철도 환경영향평가서를 보면 내용이 매우 부실하며 중요한 영향이 발견되지 않는다. 예를 들면 평가서에서는 설계노선주변의 보호 동식물이 없다고 서술된 반면 다른 조사에 의하면 금정산 주변과 천성산 주변의 보호 동식물이 다수인 것으로 나타나 있다. 이와 함께 부산-경남 전체 구간 75㎞ 중 46% 정도가 산을 뚫는 터널구간으로 계획되어 있는데, 터널통과에 대한 소음 진동, 지하수 및 지질 등의 환경영향이 발견되지 않는다. 그러나 부산-경남 고속철도 대책위원회 주관으로 실시된 2차 토론회 결과, 터널 굴착 시 주변지역 지하수에 미치는 영향과 고속철도 운행 시 초래될 소음·진동의 영향에 대한 평가를 추가한 환경영향의 재평가가 시급하다는 결론이 도출되었다.



환경 지키는 환경부 필요

이렇게 내용이 부실한 환경영향평가서가 통과되고 지금과 같은 문제가 발생하는데는 환경의 주관 부서인 환경부의 책임이 막중하다. 과거의 일은 일단 접어두고 현시점에서는 환경영향의 재평가에 대한 환경부의 적극적 노력이 가장 절실하다. 환경영향평가법에 의한 재평가는 국가, 지방자치단체, 또는 공공단체가 시행하는 사업으로서 평가서 협의당시에 예측하지 못한 환경영향이 발생할 때 환경부 장관이 환경정책평가연구원장에게 요구하는 것이다. 금정산의 경우 터널 통과 시 예측되는 지하수, 지질, 소음·진동에의 영향이 서술되지 않았기 때문에 재평가를 요구할 수 있는 사안이라 판단된다. 또한 북한산관통도로의 경우에도 사업주체가 민간이긴 하지만 회룡사와 흥법사를 지나가는 관통도로 구간에 대한 법원의 공사중지결정에 따라 기존 노선에 대한 재평가를 실시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

환경부의 위상을 높이고 국민의 신뢰를 도모하기 위해서는 북한산 관통도로와 부산·경남구간에 대한 환경영향 재평가를 실시하고 환경적 훼손이 가장 적은 노선을 대안으로 설정하는 행동을 보여줘야 할 때이다.



이영경 교수(동국대학교 조경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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