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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보신문 새해특집 불교힐링] 3. 힐링스테이

  • 새해특집
  • 입력 2012.12.31 23:06
  • 수정 2013.01.14 15:13
  • 댓글 0

산사의 하룻밤, 꽁꽁싸맨 상처 위로하다

[법보신문 새해특집 불교힐링]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
생활고에 시름하던 국민
사찰 찾아 지친 심신 달래

 

2012년 누적인원 22만명
템플스테이 첫해의 100배

 

 

▲ 힐링의 시대, 템플스테이가 주목 받고 있다. 지친 마음과 몸을 달래고 새로운 희망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청년출가학교에 참가했던 20대 청춘 40여명은 물론 장기간 파업으로 힘들었던 MBC노조, 갈등을 겪던 가족들이 산사에서 하룻밤으로 웃음을 되찾았다.

 


한국은 OECD 가입 국가 중 자살률 1위다. 개개인의 삶이 생활고, 경제난, 취업난에 신음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특히 우리나라 정신질환 평생유병률은 27.6%로 국민 정신건강 수준이 크게 낮다. 보건사회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사회적 여건 변화에 따른 정신건강 증진 정책의 추진 방향과 과제’ 보고서에 밝힌 평생유병률 수치다.

 

정신장애의 1년 유병률(인구 중 환자가 차지하는 비율) 16.0% 가운데 기분장애 1년 유병률은 2006년 3.0%에서 3.6%로 증가했다. 불안장애 유병률도 5.0%에서 6.8%로 증폭했다. 전국 만18~74세 성인을 대상으로 한 2011년도 정신질환실태 역학조사 결과가 담긴 보고서는 더 충격적인 사실을 밝혀냈다. 지난 1년간 자살을 생각해본 경험이 있는 인구는 3.7%, 자살계획을 세운 경험이 있는 사람은 0.7%, 자살 시도 경험은 0.3%에 달했다. 힐링이 필요한 시대다.

 

 

 

 

힐링은 우리말로 치유다. 치유는 일종의 대체요법이나 자연요법이다. 지난해에 이어 2013년 새해도 ‘힐링(Healing) 열풍’은 그치지 않을 것으로 각계 전문가는 전망한다.

 

사찰이 숲과 흙길, 맑은 물과 공기를 가지고 있으며 갖가지 체험으로 마음을 다스릴 수 있는 템플스테이가 ‘힐링의 고향’으로 주목받고 있다. 한국사회가 웰빙에서 힐링으로 문화가 정착되는 시점에서 템플스테이는 정신의 쉼터로, 힐링의 고향으로서 꾸준한 관심을 받았다.

 

2002년 한·일 월드컵 개최를 앞두고 한국 전통문화를 알리기 위해 도입된 템플스테이는 그 해 사찰 33곳에서 2500여명이 참가했다. 이후 10년이 지난 2012년 한 해 동안 118곳에서 누적인원 22만명이 체험한 프로그램으로 성장했다. 참가자가 2002년보다 100배 정도 증가했다.

 

 

 


템플스테이가 현대인의 상처를 힐링했다는 사실은 참가자 만족도에서 드러났다. 2012년 4월 한국불교문화사업단이 발표한 ‘템플스테이 만족도 조사연구서’에 따르면 참가자 10명 중 8명이 “추천하고 싶다”는 답을 내놨다. 만족도 지수는 다도체험(8.72)이 가장 높았고 스님과의 대화(8.60), 연등·연주만들기(8.57), 108배(8.55), 포행·걷기명상(8.32), 참선(8.26) 순으로 나타났다. 대부분 8점 이상의 매우 만족스럽다는 평이다.

 

실제 노숙자, MBC노조, 가족을 대상으로 한 템플스테이는 성공적이었다. 노숙자 40여명은 6월 강원 인제 백담사에서 2박3일을 보낸 뒤 새로운 삶의 의지를 세웠다. 이모씨는 “욕망, 욕정, 자만, 시기, 나태, 미움 등 내면에 숨어 벌레처럼 꿈틀대는 것들이 산산이 부서졌다”고 했다. 예불과 참선, 108배, 발우공양, 운력 등 사찰체험 외에도 백담사가 준비한 ‘심리극(연극치료)’과 ‘가족 세우기’ 프로그램이 빚어낸 결과였다.

 

지난해 7월 150일이 넘는 파업으로 고충을 겪었던 MBC 노조와 가족들도 1박2일간 공주 태화산 전통불교문화원에서 보낸 시간으로 마음을 추슬렀다. 부모와 자녀가 참여했던 연꽃 만들기, 인경체험, 스트레스는 가족 간 친밀감을 확인했고 스트레스 정도 측정, 방어력 평가 및 레크리에이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은 높은 호응을 얻었다.

 

150여 가족들이 8월 전북 완주 송광사에서 가졌던 템플스테이는 치유 프로그램이 인기였다. 가족 심리 상담과 미술치료, 가족 간 역할 드라마 등 전문 상담이 사찰체험에 더해져 갈등을 치유하는 기회가 됐다.

 

 

▲노숙자 40여명이 2박3일간 마음치유를 위한 템플스테이에 참가해, 상실감과 소외감이 스스로에게서 비롯됐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산사에서 보내는 체험이 힐링이라는 사실은 조계종 교육원의 청년출가학교가 증명했다. 수험생이든 대학생이든 직장인이든 아팠다. 20대 청춘은 더 그랬다. 각종 매체와 멘토들이 쏟아낸 “아프니까 괜찮다”는 위로는 공염불이었다. 전환이 필요했다.

 

성적 1등, 1순위권 대학, 6급이나 7급 공무원, 40평 아파트 등 청춘들 꿈은 숫자였다. 스스로 꾼 꿈이 아니었다. 주위 시선과 기대였다. 부담이었고 고민과 상처로 다가왔다. 청춘은 혹은 도피하듯 혹은 자신을 찾고자 출가학교를 찾았다. 출가학교는 고민과 상처를 나누며 스스로 마음을 치유하고 서로 포옹하는 장이었다. 회향 전날 청춘들 마음은 웃었다.


“남들과 스스로를 비교하는 제 자신을 알았어요. 마음 소리에 귀 기울이려고 합니다. 삶이라는 여행에서 주인으로 살 수 있단 자신감이 생겼어요.” “복숭아가 맛있어서 하나 더 먹으려고 허겁지겁 먹다 보니 복숭아의 향을 못느꼈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지금, 여기에 충실하면 행복하단 사실을 알았어요.” “존재 자체만으로도 우리는 빛난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출가학교는 성공적이었다. 자연을 곁에 두며 새벽예불, 108배, 발우공양, 포행, 참선, 다담 등을 나누자 상처를 감추고자 닫았던 마음을 열었다. 산사에서 보내는 시간이 그대로 힐링으로 이어졌다.


각종 블로그엔 특별한 심리 프로그램 외 산사체험이 주는 힐링의 힘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주류다. 여성가족부플러그에 실린 이지영 위민넷 위민기자는 템플스테이 참가 소감을 기사로 썼다. 이 기자는 꾸준히 뭔가를 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 도태되고 있다는 불안함의 원인을 알고 싶어 산사를 찾았다. 발우공양은 이 기자에게 작은 깨달음을 줬다. 최소한의 양만 덜어 먹을 만큼만 먹고 음식을 남기지 않는 발우공양 첫 번째 원칙에서다. 할 수 있는 것과 하고 싶은 것을 정확히 알아야 한다는 점이다. 108배하며 염주 108알을 꿰는 일정은 ‘빠름’에 익숙한 현대인의 자화상을 짚었다. “한 시간이 지나자 불평불만이 사라졌다. 대신 그 자리에 모자란 내 모습을 되돌아보는 여유가 들어왔다.”


기독교 집안서 자라 고등학교 때까지 교회를 다녔다고 고백한 블로거는 템플스테이를 강력 추천했다. 자신을 다스리는 방법, 타인을 용서하는 방법, 나를 내려놓는 방법, 나를 이해하는 방법 등 스님과의 대화시간이 “굉장히 도움이 됐던 시간”이라고 기억했다. 새벽예불 뒤 108배도 인상적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체력에 무리가 올수록 정신이 맑아졌다. 말씀하나 하나가 머릿속으로 가슴속으로 와 닿으면서 주변 사람, 사랑하는 사람들, 가족들, 내 상황, 내 마음을 떠올리고 반성하게 됐다. 신기했다. 108배 몇 번 더하면 진짜 나를 다스릴 수 있을 것 같다.”


힐링을 원하는 현대인들의 몸과 마음이 산사라는 시공간에서의 하룻밤으로 기울고 있다.


최호승 기자 time@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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