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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보신문 새해특집 불교힐링] 6. 서구 불교힐링

기자명 법보신문
  • 새해특집
  • 입력 2012.12.31 23:32
  • 수정 2013.01.14 15:07
  • 댓글 0

과학적인 불교명상 치유, 실용성 강한 서양인 매료시켜

[법보신문 2013 새해특집]

달라이라마 등 불교전파
미국불교인구 500만 추정
의학분야 등에 명상 확산
신앙 배제된 다르마 중심

 

 

▲미국 MBSR에서 진행되고 있는 집단 상담심리 치료과정. (법보신문 자료사진)

 


세계의 석학 아놀드 토인비는 “불교의 서양 전파가 20세기의 가장 중요한 사건이라고 할만하다”고 갈파하였다.

 

물리학의 천재 아인슈타인은 “미래의 종교는 우주적 종교가 될 것이다. 그 종교는 개인적인 신을 초원하고 도그마와 신학을 초월한다. 불교는 이러한 것에 답을 준다. 현대 과학적 필요에 대처할 종교가 있다면 그것은 불교가 될 것이다.”라고 예언하였다. 미국에서 불교명상이 의학을 비롯한 주류사회에서 폭넓게 수용되고, 프랑스에서는 불교가 3번째로 많은 신도수를 가진 종교로 부상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이러한 서구사회의 불교 열풍의 배경과 특성을 불교힐링이라는 시각에서 간략히 살펴보고자 한다.  


요즈음 힐링이라는 말이 우리사회에 널리 회자되면서 불교힐링이라는 말도 등장했다. 보통 치유로 번역되는 힐링(healing)이라는 용어는 외부의 도움을 전제하는 치료(curing)와는 달리 내적인 균형의 회복을 의미한다. 불교가 깨달음을 통한 고통의 소멸을 지향한다면 불교힐링은 동어반복이다. 이미 불교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사성제 안에 완전한 힐링이라는 뜻이 내포되어 있기 때문이다. “고통의 원인은 집착이다. 고통의 소멸이 있다. 그 소멸은 8정도를 통해서 가능하다”는 사성제는 사실 종교적 선언이라기보다 과학적 진술 또는 의료모델에 가깝다. ‘불자’이든 아니든 누구나 계, 정, 혜 삼학으로 불리는 여덟 가지 바른 길을 실천하면 고통의 소멸에 이른다는 것이 진정한 불교 힐링이라고 생각한다.


필자는 미국을 비롯한 서구사회의 불교 힐링의 추세 뒤에는 세 가지 흐름이 있다고 본다. 첫째, 달라이 라마와 틱낫한 스님처럼 전통적인 승가를 바탕으로 전통 불교의 흐름에서 불법을 펴는 지도자들이 있다. 둘째, 미국의 조셉 골드스테인, 잭 콘필드처럼 재가 지도자들에 의한 위빠사나 수행의 흐름이 있는 데 이들 중 상당수가 아시아 등지에서 승려생활을 하였거나 수행자로서 오랜 경험을 거친 사람들이다. 셋째, 존 카밧진 박사처럼 과학적 바탕위에서 불교명상인 마음챙김을 의학, 교육, 기업 등 주류사회에 활용하는 흐름이 있다. 이러한 세 가지 흐름은 선불교, 티베트불교, 상좌부 불교 등 여러 가지 불교 전통과 독특한 관계를 형성하면서 서구사회에 다양한 모습으로 전파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8세기 티베트에 탄트라 불교를 전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파드마삼바바는 “철로 만든 새가 날고 바퀴달린 말들이 달릴 때 티베트인들이 개미처럼 전 세계로 흩어지고 다르마는 레드 맨(북아메리카 원주민)의 땅에 전해질 것”이라고 예언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예언을 뒷받침이나 하듯이 달라이 라마는 1987년부터 마음과 생명 학술대회를 통해 서양의 최고 과학자들과 정기적으로 머리를 맞대고 불교와 과학간의 진지한 대화를 모색함으로써 수많은 서구인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그는 불교적 신념이 과학적인 시각에서 볼 때 오류가 있다고 판명되면 기꺼이 그 믿음을 포기해야 한다는 매우 개방적인 태도를 천명함으로써, 또 ‘나의 종교는 친절’이라는 보편적인 언어로 세계인들에게 다가감으로써 많은 사람들에게 참된 불교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현재 서양에서 가장 불교인구가 많은 나라는 미국으로 그 규모가 대략 500만명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서구사회에서의 불교인구의 증가는 무엇보다도 개인주의, 실용성, 이성 중심의 가치관을 가진 서구의 지식인들이 신 중심의 종교적 패러다임에 한계를 느끼고 그 대안으로서 과학적 실증주의와 부합하는 불교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고 볼 수 있다. 미국 전체 인구로 보면 무시할 만한 숫자이지만 실제 미국의 정치, 사회, 문화, 스포츠. 비즈니스, 의학 등 주류사회에 미치는 불교의 영향은 결코 작다고 볼 수 없다. 사회적 영향력을 가진 사람들이 많이 관여되어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2000년부터 약 5년간 뉴욕에서 유학생활을 할 때 미국인들의 불교힐링의 여러 단면들을 직접 경험할 기회가 있었다. 맨해튼의 경우 매주 불교명상, 불교관련의 심리치료, 또 불교신앙 모임 등 각종 워크숍, 강연, 집중명상 등의 기회가 많다. 이러한 체험을 통해 미국사회의 불교 힐링은 다음과 같은 특색을 가지고 있음을 확인 할 수 있었다.


첫째, 미국 불교 힐링은 불교신앙보다는 다르마 중심이다. 한국 등 아시아 여러 국가들에서 볼 수 있는 신앙 중심의 불교라기보다는 덜 교리적이고 덜 교조적이며, 보다 탐구 중심적인 것이 특색이다.


둘째, 신비적이거나 추상적이지 않고 명상수행중심의 불교이다. 명상은 미국 불교 운동의 핵심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들은 ‘열반’을 목표로 한다기보다는 자신의 스트레스 관리 또는 ‘심리치료’라는 실용적 목표를 위해 명상을 한다.


셋째, 승가 중심이 아니고 재가자 중심이다. 물론 미국에도 출가자 중심의 승가가 있지만 대부분 일상생활 중심의 재가 공동체이다.


넷째, 지도자 한 사람 중심의 수직적 위계질서라기보다는 수평적 평등적인 관계이다. 전통불교에서의 승, 속의 구별 및 위계 구조가 아닌 역할 중심의 민주적 관계가 대부분이다.


다섯째, 남녀 평등적인 참여가 특징이다. 대부분의 모임에 가 보면 명상 지도자의 반 정도가 여성이다. 또 한 사람의 지도자가 전체 모임을 주도하기보다는 2인, 3인, 5인등 여러 명의 남녀 혼성 집단 지도 형식으로 하는 경우도 상당히 많다.


여섯째, 특정 전통에 국한되지 않고 통불교 지향적이다. 대부분의 모임은 초 종파적, 혼합적, 보편적인 비전을 공유하며 당파적인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


일곱째, 불교라는 종교적 측면 보다는 심리치료 또는 스트레스 완화에 중심을 둔 실용적, 과학적 접근이 지배적이다. 1995년 발간된 다니엘 골먼의 베스트셀러인 감성지능(Emotional Intelligence)은 불교의 위빠사나 명상에 상당한 영향을 받았으면서도 이에 대한 언급이 빠져 있는 것도 미국사회에서 불교라는 종교를 내세우는 것은 저항감이 있기 때문에 실용적, 과학적 접근을 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미국을 중심으로 서구사회에 일고 있는 불교힐링 열풍은 긍정적인 특징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면 불법승 삼보를 중심으로 하는 아시아 여러 나라의 불교 전통과 비교할 때 미국 불교는 주로 다르마(법)가 중심이다. 이런 현상은 실용성이 강한 장점이 있는 반면에 자칫 환원주의에 빠질 수도 있고 전통불교가 갖는 신앙적, 정서적 측면의 장점을 간과할 수도 있다고 본다.

 

▲안희영

현재 미국사회를 비롯한 서구사회에 일고 있는 불교힐링 현상은 지금까지 인류가 한 번도 심도 있게 경험하지 못한 과학과 다르마의 대화라는 엄청난 진화현상의 서곡으로 보인다. 인간과 세상에 대한 통찰력의 보고인 불교가 현대 과학이라는 상이한 인식론과 교류하면서 새로운 문명의 창발로 이어지는 역사적인 사건일 수 있다. MBSR 의 창시자 카밧진 박사의 말처럼 다르마를 변질(decontextualizing the Dharma)하는 것이 아니라 새롭게 재해석해서 활용하는(recontextualizing the Dharma) 지혜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다르마가 서구의 새로운 토양에서 새롭게 진화하는 역사적 사건을 목도 하면서 우리는 과거의 귀중한 다르마 유산을 시대에 맞게 재해석하고 활용하여 삶의 질을 향상해야만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잭 콘필드·조셉 등 ‘위빠사나 운동’ 선도

 

불교힐링을 이끄는 사람들

 

서구의 불교힐링은 무엇보다도 명상수행을 중심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동북아시아 문화를 반영한 선불교이든, 티베트의 족첸 수행이든, 동남아시아의 위빠사나 수행이든 서구사회에 전래될 때는 본래 그 수행 방법들을 가능하게 한 종교적 틀인 대승불교, 금강승, 상좌부 전통이라는 고유의 불교전통은 약화되고 명상수행적 측면이 부각 되었다고 볼 수 있다.

 

 

▲ 달라이라마               ▲ 조셉 골드스테인       ▲ 잭 콘필드                 ▲ 존 카밧진

 


서구사회의 불교힐링을 이끄는 대표적 인물은 승가를 대표하는 달라이 라마, 틱낫한 스님, 명상 지도를 대표하는 조셉 골드스테인, 잭 콘필드, 마음챙김에 근거한 개입법을 대표하는 존 카밧진 등을 들 수 있다. 달라이 라마는 티베트의 정치 종교 지도자로서 과학적 탐구 방법과 성과를 인정하고 불교적 신념을 과학과 균형 있게 수용하는 태도를 가진 대표적인 인물이다. 사람들이 불교를 맹신하지 않고 경험과 실험을 통해 지혜를 함양하도록 촉구함으로써 과학자들을 포함한 많은 지식인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1987년부터 서양의 최고 과학자들과 마음과 생명 연구소(Mind and Life Institute)를 통해 불교와 과학의 조화에 기여하고 있다.


베트남 출신의 임제종 승려이자 평화운동가로 알려진 틱낫한 스님은 1982년 프랑스에 플럼빌리지를 설립하고 수많은 저술과 강연을 통해 참여불교를 실천함으로써 전통불교가 새로운 사회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 지를 보여준 공로를 인정받고 있다.


현대 서구사회의 불교힐링의 주요 특색의 하나인 미국 ‘위빠사나 운동‘에 선도적 역할을 한 사람은 잭 콘필드, 조셉 골드스테인, 샤론 살즈버그이다. 미국 명상운동의 주류가 된 위빠사나가 대중에게 소개된 가장 중요한 사건은 초롱파와 람 다스의 초청으로 1974년 나로빠 대학에서 잭과 조셉이 이끈 여름 강좌였다. 잭의 경우 태국의 아잔 차 미얀마의 마하시 스님에게서 사사하였고 조셉의 경우는 마하시 스님, 그의 제자인 우 빤디타 스님과 무닌드라에게 각각 사사하였다. 이들은 스승인 마하시 스님과 마찬가지로 위빠사나가 속해 있는 상좌부 불교의 종교적 측면을 강조하는 대신 위빠사나 명상에 보다 초점을 맞추게 되었고 그 결과 미국의 위빠사나 운동은 불교 신앙으로서가 아니라 심리치료적 명상수행의 형태를 띠게 되었다.


잭과 조셉은 1979년 동료이자 고엔카 지, 마하시 스님, 무닌드라 우빤디타 스님에게 사사한 샤론 살즈버그와 함께 보스톤 근교 배레에 있는 카돌릭 수도원을 구입하여 통찰 명상회(Insight Meditation Society)를 설립하게 되는데 이것이 후에 미국 위빠사나 명상의 총 본산이 된다. 1980년 대 초 잭은 캘리포니아로 건너가서 IMS 와 함께 미국 위빠사나 수행의 양대 기둥이 될 스피릿 락(Spirit Rock) 명상센터를 설립하였다. 남아시아 및 인도 등에서 수년간 승려생활을 한 잭은 귀국 후 임상 심리학 박사로서 심리치료 전문가로 또 명상 지도자로 활동하였다. 그 가 이끄는 스피릿 락의 명상지도자 중 상당수가 심리치료사인 것은 미국의 수행자들이 명상과 심리치료를 통합하고 있는 경향을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미국에서 불교 힐링이 마음챙김 명상 중심으로 가면서 심리치료적 요소가 강한 것은 개인주의와 마음을 과학적, 이성적으로 탐구하는 서구 문화의 산물이라고 볼 수 있다. 심리학자이자 불교학자인 잭 엥글러는 이러한 현상을 “무아가 되려면 누군가가 되어야 한다”라는 말로 표현하고 있다. 이는 심리치료에서 자기를 잘 이해하고 확립한 다음에야 그 건강한 자아를 바탕으로 무아라고 하는 초월적 영역을 성취할 수 있다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자아초월 이전에 심리적 안정이 선행 되어야 한다는 이러한 암묵적 합의는 대부분 서양 명상 센터에서 볼 수 있는 집단 심리 치료적 경향을 설명해 준다. IMS를 비롯하여 필자가 경험한 미국의 여러 명상 센터들에서는 묵언 중심의, 또 지도자 중심의 동양의 명상 센터와는 달리 여러 지도자와 참가자들이 질의과정을 통해 일상생활의 문제해결을 중시하는 심리치료적 성격이 강하였다. 


MIT 분자생물학 박사인 존 카밧진 박사 수십 년의 불교명상 경험을 바탕으로 다르마와 과학의 두 가지 상이한 전통을 통섭하여 스트레스는 물론 자신을 보다 깊은 차원에서 치유하는 MBSR을 만들어 전 세계 720개의 병원 및 클리닉은 물론, 학교, 기업, 스포츠 등 다양한 분야에서 마음챙김 명상을 통해 개인의 고통을 감소하는 데 큰 공헌을 하였다. MBSR은 참여자들이 자신의 종교에 더욱 깊은 체험을 하는 데 기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카밧진 박사가 다르마를 보편적인 것으로 보지 않고 불교적인 용어와 맥락 속에서 한정하여 MBSR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보급했다면 미국적 토양에서 지금과 같은 성공을 거둘 수 없었을 것임은 분명하다. 그 가 말하는 ‘불교적 신념이 없는 다르마’ 는 불교의 본질과 다르지 않다고 볼 수 있다. 새로운 시대와 토양에 맞게 다르마를 재해석되고 유익하게 활용되는 것은 진정한 방편이며 지혜라고 볼 수 있다.


달라이 라마, 틱낫한 스님 등이 이끄는 상가 중심의 불교 운동, 미국, 유럽 태생의 명상 지도자들이 이끄는 명상을 강조한 재가자 중심의 공동체, 또 카밧진 박사 등으로 대변되는 마음챙김에 근거한 개입법이라는 세 가지 흐름 뒤에는 불교 다르마와 현대과학이라는 공통적인 두 가지 패러다임의 대화와 교류가 있다. 불교 다르마의 핵심으로 제시되고 있는 것이 바로 깨어있는 자각 능력을 기르는 마음챙김 수행이다. 필자는 이 세 가지 흐름의 시원에 깨어있는 마음을 함양하는 마음챙김 수련이 있다고 본다. 바로 이 마음챙김이 서구 사회의 불교힐링의 원동력이라고 볼 수 있다. 이 마음챙김 수행 전통과 과학적 사고의 만남을 강조하는 서구의 불교힐링 현상을 우리 전통과 비전속에서 어떻게 바라보고 활용할 것인지는 우리에게 주어진 훌륭한 화두이다.

[법보신문 2013 새해특집]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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