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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보신문 새해특집-함께하는 벗 도반][br]20년 봉사인연 이어온 김정자·김미경씨

  • 새해특집
  • 입력 2013.01.02 13:42
  • 수정 2013.01.02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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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로 시작된 인연에 ‘봉사’ 양념 가미하니 보살의 길 멀지 않아요

 

▲ 김정자 보살(왼쪽)과 김미경 보살(오른쪽)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어난다. 그 미소에는 오랜 봉사인연으로 쌓아온 믿음과 애정이 스며들어 있다. 그들은 현재 ‘인생의 전부’인 서로의 손을 잡고 주어진 길을 묵묵히 걸어가고 있다.

 

 

갈대가 흔들립니다. 바람의 방향에 따라, 세기에 따라 눕고 일어납니다. 쉽게 꺾이진 않겠지만 그렇다고 온전히 서있을 수도 없는 상황입니다. 갈대는 자신의 나약함을 자책합니다. 그리고 누군가가 곁에 있어주기를, 모진 바람도 견딜만해지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그때 저 멀리에 홀로 뿌리박고 서있는 고목이 보입니다. 고목은 말없이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그 굳건함이 갈대의 흔들리는 마음을 잡아줍니다. 그 여유로움이 갈대의 상처 입은 마음을 치유해줍니다.


‘도반’이란 무엇일까요. ‘함께 도를 닦는 벗’이라는 표면적 의미를 벗어난다면 그 의미는 무한히 확장됩니다. 스스로를 겸허히 낮추는 마음은 스치는 모든 인연을 도반으로 만들어줍니다. 갈대에게 고목이 그렇듯, 고단한 삶의 순간에 그 존재만으로 우리에게 힘을 북돋아주는 것 역시 도반입니다. 여기 ‘봉사’를 통해 도반의 진정한 가치를 건져 올리고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1991년 만나 함께 불교공부

김정자(55, 대해심) 보살과 김미경(48, 덕운화) 보살은 서로에게 고목 같은 존재입니다. 상대가 힘들고 지칠 때마다 수천 년의 침묵과 지혜를 간직한 나무가 되어 곁을 지켜줍니다. 어느 한쪽의 일방적 관계는 아닙니다. 은은하게 번지는 묵향처럼 향기로운 우정을 주거니 받거니, 사이좋게 나누고 있습니다. 서로를 바라보는 얼굴에는 담백한 웃음이 떠나질 않습니다. 오래 익혀 숙성된 메주의 진한 내음이 피어오릅니다.


‘불교’를 통해 맺어진 그들의 인연은 ‘봉사’를 통해 그윽해졌습니다. 그들이 처음 만난 것은 1991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김미경 보살은 김정자 보살이 운영하는 서예학원 근처의 회사에서 일하고 있었습니다. 평소 서예에 관심이 많았던 김미경 보살이 학원의 문을 두드립니다. 지금까지 20년, 그리고 앞으로 더 얼마가 될지 모르는 인연은 그렇게 시작됐습니다.


김미경 보살은 서예학원 ‘원장님’ 김정자 보살의 권유로 능인선원 법회에 참석합니다. 그리고 불교대학에 입학합니다. 이처럼 김정자 보살이 불교를 권했던 것은 이미 오래전부터 인연을 맺어왔기 때문입니다. 김정자 보살은 한창 서예를 배우던 1970년대에 불교를 처음 접했습니다. 그가 다니던 학원에서는 스님을 모시고 정기적으로 법회를 열었습니다. 불교도, 법회도 처음이었던 김정자 보살에게는 모든 것이 낯설기만 했습니다. 도대체 스님이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것인지 아리송했던 것이죠. 그 어려움은 곧 호기심으로 이어졌고 불교를 공부해야겠다는 간절함이 됩니다. 김정자 보살은 조계사 청년회를 찾아갑니다. 그곳에서 평생의 스승, 부처님을 만납니다.


능인선원 법회에 참석한 김미경 보살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처음에는 스님이 하시는 말씀을 하나도 알아들을 수 없었습니다. 그저 ‘남의 나라 말’처럼 느껴질 뿐이었습니다. 귀에 들어오지 않으니 지루함에 꾸벅꾸벅 졸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자 ‘귓구멍이 열리’기 시작했습니다. 환희심이 생겼습니다. 공부를 체계적으로 해보고 싶었습니다. 김정자 보살의 권유대로 불교대학에 입학했습니다.


그들의 인연이 그렇게만 흘러갔다면 지금처럼 향기로운 도반이 될 수 있었을까요. 그들 사이에 어느 순간 ‘봉사’라는 양념이 가미됩니다. 그리고 더욱 맛깔스러운 인연이 됩니다. 1980년대 중반, 김정자 보살은 재능봉사를 시작했습니다. 지인의 소개로 광명 청룡사를 찾았고 어린이법회에서 서예를 가르쳤습니다. 당시는 지금처럼 대중교통이 발달되지 않은 시기였습니다. 서울 천호동에 살던 김정자 보살이 경기도 광명시까지 가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을 투자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개의치 않았습니다. 아이들이 열심히 서예를 배우고 대회에서 입상까지 하는 모습을 보며 봉사의 가치를 발견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재능봉사를 하던 김정자 보살에게, 이번에는 김미경 보살이 “함께 봉사를 하는 것이 어떻겠느냐” 묻습니다. 김정자 보살의 권유로 입학한 능인선원 불교대학을 졸업한 후였습니다. 보육교사 실습을 위해 찾은 삼전종합사회복지관에서 함께 있어야 할 자리를 찾은 것입니다. 그때부터 둘은 같은 장소에서 봉사를 시작합니다. 같은 시간을 공유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진정한 ‘도반’으로서의 길을 걸어가기 시작합니다.


삼전종합사회복지관에서 김정자 보살은 서예반을 운영했고 김미경 보살은 급식봉사를 했습니다. 김정자 보살은 그곳에서 10여년 가까이 서예를 가르쳤습니다. 그 공로로 복지관장 스님에게 상도 받았습니다. 김미경 보살 역시 처음으로 봉사활동을 하며 보람을 느끼는 하루하루를 보냅니다. 하지만 곧 고민에 빠집니다.


“누구를 위해 해줘야 된다고 생각했지, 사실 스스로를 위해서라는 것은 몰랐어요. ‘모르는 게 죄’라는 말이 딱 맞더라고요. 서예 가르치면서도 ‘내가 당신들 위해 왔다’ 이랬거든. 그런데 이게 오산이었어. 봉사하면서 구업까지 져버렸으니….”


하지만 고민은 오래가지 않습니다. 그들은 ‘정토회’를 만나며 답을 얻습니다. 정토회에서 진행하는 ‘깨달음의 장’에 차례로 참석했습니다. 그리고 모든 것은 결국 자신의 마음이었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탁한 눈으로 바라보니 탁했을 뿐이고, 바른 눈으로 바라봐야 바르게 된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깨달음은 다시 봉사활동에 매진할 수 있게 하는 힘이 됐습니다. 그들은 조계사 청년회의 지인들과 함께 봉사단체 ‘목우재’를 만듭니다.


목우재는 창립부터 지금까지 서울노인복지센터 급식봉사와 군포교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김정자 보살과 김미경 보살도 목우재의 활동에 빠짐없이 참석합니다. 특히 급식봉사는 “팔이 빠질 듯이 힘들다”고 입을 모읍니다. 세 시간 가까이 서있으면서 수천명 어르신들이 먹을 음식을 만들고, 배식한다는 것은 누가 봐도 중노동임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그들은 서로 격려하고 힘을 북돋아주며 8년 동안 봉사활동을 이어왔습니다. 군포교도 마찬가지입니다. 식재료를 준비해 군장병들에게 직접 음식을 만들어줍니다. 더우나 추우나,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군장병을 위해 장을 보고, 음식을 만들며 법회를 봉행합니다.

 

‘깨달음의 장’은 봉사활동 전환점

 

▲ 봉사단체 ‘목우재’에서는 군장병들을 위해 직접 음식을 만들고 법회도 봉행한다.

 


이렇듯 ‘불교’ 안에서 만나 ‘봉사’로 맺어진 그들의 인연은 이제 20년이 넘었습니다. 그들은 지금도 저녁이면 인근 공원을 함께 산책하며 이야기를 나눕니다. 그날 있었던 일들, 느꼈던 것들을 두런두런 이야기 나누다 보면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웃음꽃을 피워냅니다. 그들은 때로는 친구처럼, 때로는 선생님처럼 그리고 때로는 가족처럼 곁에 있어주는 서로에게 깊은 감사의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실 내성적인 김정자 보살과 직선적이고 거침없는 김미경 보살은 처음 한동안은 툭탁거리며 다투기도 했습니다. 서로를 있는 그대로 포용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김정자 보살의 ‘내성적 성격’은 ‘세심한 배려’가 됐고 김미경 보살의 ‘거침없는 성격’은 ‘과감한 추진력’이 됐습니다. 상대방을 내 안으로 받아들이니 단점은 장점이 되고 본받아야 할 미덕이 됐습니다.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그들이 생각하는 ‘도반’은 무엇일까요. 잠시의 망설임도 없이 “내 인생의 전부”라는 대답이 돌아옵니다. 바람에 흔들리고 있을 때 고목처럼 굳건히 서 있던 도반은 다름 아닌 내 인생의 전부였습니다. 그들은 오늘도 인생의 전부인 도반의 손을 잡고 주어진 길을 묵묵히 걸어가고 있습니다.


김규보 기자 kkb0202@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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