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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希望)과 서원(誓願)

새해 맞이하는 경건한 마음
불자다운 서원 세워 보기를
치열한 실천·노력 함께하면
부처님 가피가 절로 깃들 것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됐다. 우주의 시간은 시작과 끝이 없이 흘러가고 있지만 굳이 해를 나누는 것은 우리의 삶이 유한하기 때문일 것이다. 끝을 모색해도 끝은 다시 시작과 맞물려 영원으로 흘러간다. 시작과 끝을 나눌 수 없기에 지역과 문화에 따라 시작과 끝은 달라진다. 그래서 해의 시작과 끝은 사람의 인식 속에만 자리하는 지도 모른다.


한 해의 시작과 끝은 세월을 거슬러 사람에게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새해가 있기에 지난 한 해의 삶을 돌이켜보고 반성하며, 그 토대 위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다.


그래서 새해를 맞는 마음은 항상 경전하고 성스럽다. 새로움이 주는 설렘과 미래에 대한 기대가 출렁인다. 사람들은 새해가 주는 달콤함에 취해 한 해의 희망과 소망을 그려본다. 아마도 밝아오는 새해를 보며 비극을 바라는 이는 없을 것이다. 지금보다 나아지리라 끊임없이 염원하는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다시 해의 끝자락에 섰을 때 미소 짓는 이가 얼마나 될까. 지는 해를 아쉬워하며 참회와 회한의 눈물을 흘리는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다.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희망은 공허한 바람일 뿐이다. 실천 없는 소망은 고루한 자기 위안이다. 현실과 실천을 바탕에 두지 않은 희망은 스스로를 속여 한 해를 지탱하는 진통제 이상의 의미를 갖기 어렵다.


그래서 불교에서는 희망이나 소원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대신 발원(發願)과 서원(誓願)을 말한다.


반드시 이루고자 하는 원대한 목표를 염원하는 것이 발원이라면 구체적인 실천을 통해 반드시 이루겠다 맹서하는 것이 서원이다. 그래서 발원과 서원은 맞물려 있다. 발원은 발기서원(發起誓願)의 줄임말이다. 서원을 일으킨다는 의미다. 서원에는 불자들의 바람과 목표를 아우르는 총원(總願)이 있고 각각의 서원을 밝힌 별원(別願)이 있다. 중생을 구제하고 번뇌를 끊고 법문을 다 배우고 불도를 반드시 이루겠다는 사홍서원(四弘誓願)이 총원이라면 보현보살의 10대원이나 지장보살의 48대원은 각각의 보살이 가진 별원이다. 이들 불보살의 서원은 불자로서 평생을 걸쳐 지켜야 할 계율이며 성불로 가는 지름길이다. 그리고 이를 받아들이는 것은 불보살과 함께 반드시 성불을 이루리라 맹서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불자라면 서원을 가져야 한다. 구체적인 목표를 세우고 이를 반드시 지키겠다 스스로 다짐해야 한다.

 

그 경건함과 치열함으로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허황된 꿈이나 희망을 들어줄 도깨비 방망이나 절대자는 없다. 치열한 실천이 함께 했을 때 부처님의 가피도 깃드는 것이다. 그래서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은 서원의 다른 이름이다. 사람의 일을 남김없이 하고서 경건하게 하늘의 결과를 기다리는 것이다.

 

▲김형규 부장

새해 초입, 희망보다는 서원을 가져보자. 실천 가능한 서원들이 좋을 것이다. 사홍서원이 총원이라면 매년 가지는 서원은 나만의 별원이 될 것이다. 이런 작은 서원들이 모여 결국은 원대한 대원은 성취된다. 물론 물욕을 채우기 위한 맹서가 서원일 수는 없다. 탐욕일 뿐이다. 서원은 나와 가족과 이웃의 행복을 확장시키는 것이다.


“성 안내는 그 얼굴이 참다운 공양구요. 부드러운 말 한마디가 미묘한 향이로다.”


아직 서원을 정하지 못했다면 우선 문수동자게(文殊童子偈)부터 지키기를 맹서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김형규 kimh@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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