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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바람 대표 동출 스님

“불서는 佛法 세상으로 향하는 징검다리”

좋은 불서가 또다른 파사현정
설법전서·사찰총서 완간 보람

 

 

▲동출 스님은 어린이불자들을 위한 불교만화책 발간에 전념하고 있다.

 

 

도시 전체가 법당이라 해도 무방한 곳 경주에서 태어나 자연스럽게 불교학생회 활동을 시작했다. 그리고 그것이 인연이 되어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출가사문의 길에 들어섰다. ‘출가해서 불교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렇게 출가해 어느덧 30년이 지났다.


도서출판 솔바람 대표 동출 스님. 스님은 법주사 강원을 졸업하고 법주사, 해인사, 봉암사 등 선원을 찾아 화두를 들었다. 여느 스님들처럼 운수납자의 길을 걷던 중 월간 ‘법회’를 만나면서 세간과 출세간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경전 말씀과 법회에 필요한 내용들도 적지 않았지만, 당시 시대상황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내용들이 가득했다. 진보 논객들의 시론이 가감 없이 실리는가 하면 1987년 해인사승려대회가 그대로 옮겨지기도 했다. 불교 안팎으로 ‘파사현정(破邪顯正)’이 필요한 세상이었다.


그러한 시각은 은사스님 권유에 따라 중앙승가대에 다니면서 더욱 확대됐다. 1989년부터 3년 동안 ‘정토’지 주간 소임을 맡았고, 학교 신문사에서 기획업무를 담당하다가 학생회장이 되기도 했다. 그런 활동은 잘못된 것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소명의식을 더욱 공고하게 했다. 그리고 그 소명의식은 94년 종단개혁에 누구보다 앞장서게 하는 바탕이 됐다.


하지만 스님은 출가수행자가 가야할 길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파사현정이 꼭 어떠한 갈등 속에서만 가능한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때 자신을 담금질 했던 월간 ‘법회’가 폐간 된 이후 안타까웠던 마음이 되살아났다. 그 당시 하고 있던 설법연구원 일을 본격적으로 해 보겠다는 생각이 간절해졌다. 마침 설법연구원 운영을 버거워하던 운영자로부터 운영권을 넘겨받았다. 1996년이었다.


설법연구원을 직접 운영하면서 첫 번째로 한 일이 그동안 미진했던 ‘설법전서’를 완간하는 것이었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 했다. 전체 10권으로 구성된 ‘설법전서’를 완간하면서 이 길에서 본인이 생각하는 불교 일을 잘 해볼 수 있겠다는 자신도 생겼다. 여세를 몰아 기존에 시리즈로 출간되다 중단된 ‘전통사찰총서’에 관심을 가졌다. 19, 20, 21권과 별권으로 구성된 1, 2권 등 모두 5권을 출간하면서 ‘전통사찰총서’도 직접 마무리 할 수 있었다. 그것은 큰 보람으로 다가왔고, 자부심이 되었다.


설법연구원 운영초기 받을 수 있는 보시금도 없었다. 몇 년 지나면서 50만원, 또다시 몇 년이 지나서야 100만원 정도의 보시금을 받았다. 그렇게 조금씩 출판을 통한 불법전파에 자신이 생기면서 새로운 출판 분야에 눈을 떴다. 어린이 눈높이에 맞춘 불교만화였다. 2003년 ‘승산이 없을 것’이라는 주변의 만류에도 과감하게 1000만원에 달하는 선인세를 지급하며 제작에 뛰어들었다. “소규모 출판사에서 선인세를 그렇게 지급하면서 책 제작에 나서는 것은 다소 무리였습니다. 하지만 불교의 미래를 생각하면서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위한 불교 안내서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믿었고, 가장 적절한 방법이 비주얼 있는 만화를 통해 불교를 알게 하는 것이라고 확신했습니다.”

 

출판사 경영 악화로 힘들어도
어린이 대상 불교만화는 발간


그 믿음과 미래불교를 위한 희망의 씨앗을 심는다는 마음으로 불교만화책 발간에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마음을 밝히는 60가지 이야기’를 시작으로 ‘마음 밭을 일구는 사람들’, ‘백유경’, ‘야단법석’, ‘자타카’ 등 10년 동안 16종을 펴냈다. 그리고 두 권으로 펴낸 ‘생각나무’는 2012년 올해의 불서 10에 선정되기도 했다. 이 가운데 ‘마음 밭을 일구는 사람들’은 스스로도 늘 지니고 있다가 아이들이 눈에 띄면 선물로 전하는 책이다.


그러나 시장은 스님 마음과 달랐다. 서점을 통해 독자들에게 전달되는 경우는 극소수에 불과했다. 지인들이 포교용으로 대량 구매를 한 덕분에 근근히 명맥을 유지할 수 있을 정도로 힘에 부쳤다. 소자본으로 운영하는 불교출판사가 겪는 어려움을 피할 수 없었던 것이다. “능력부족을 절감했습니다. 자본과 기획력이 부족했고, 외도 아닌 외도를 하면서 불서출판에 선택과 집중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더 열악해진 운영상황이 안타까웠습니다.”


불교와 종단의 희망찬 미래를 열어야 한다는 구종심만 가슴에 가득했을 뿐, 엄연한 정치임에도 정치적 감각을 갖추지 못한 채 종단 선거에 발을 디딘데 대한 참회였다. 그러나 그것만이 문제는 아니었다. 불교출판사들이 공통으로 겪는 어려움이지만 스님들이 불서에 큰 관심이 없다는 것이 더 큰 문제였다. “주지 스님들이 어린이법회나 어린이불교학교를 열지는 못하더라도 찾아오는 어린이와 젊은 불자들에게 불서를 선물하고 읽게 함으로써 자연스럽게 불교를 알아가도록 하려는 의지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는 이유이기도 하다.


동출 스님은 출판에 발을 디딘 20여 년 동안 설법연구원과 솔바람이라는 두 개의 브랜드로 70여 권의 책을 발간했다. 그 사이 출판사 살림살이는 더 어려워졌다. 하지만 불서출판이 “불자들에게 또는 일반인들에게 불교를 조금 더 알게 하는 사다리가 될 수 있도록 인연을 맺게 하는 도구”라고 생각하는 스님은 여기서 멈출 수가 없었다. “수행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그 자체로 법당인 몸도 돌보지 못한 땡초이기에 직접 포교현장에 나가지는 못하는 상황이지만 현장에서 포교하는 분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 되는 역할을 해야겠다는 생각입니다.”


동출 스님은 최근 출판사 규모를 조금 줄였다. ‘이제 그만할까’라는 생각도 있었지만 그동안 관계 맺은 많은 인연들과 천진불들이 떠올라 그럴 수 없었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용기를 내 대중이 불교라는 목적지에 이를 수 있도록 징검다리 놓기에 다시한번 매진하기로 했다.


그리고 지금 또다시 ‘관세음보살 보문품’과 ‘법화경’ 등 어린이들을 위한 만화책을 준비하고 있다. 또 ‘부처님 생애’, ‘불교인물사’, ‘근본불교’, ‘대승불교’ 등 다른 출판사에서 선보였다가 절판된 책을 재출간해 독자들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던 경험을 되살려 이제는 잊혀진 책 틱낫한 스님의 ‘리빙붓다’에도 새 생명을 불어넣을 계획이다.


동출 스님은 신장을 이식해야 했을 만큼 고통에 직면했던 몸에 새 기운을 불어넣고 있듯, 불서출판에서 또 다른 희망을 찾아 정진하고 있다. 

 

심정섭 기자 sjs88@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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