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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연재를 시작하며

기자명 이필원

심오한 불법 쉽게 설명하기 위해
알기 쉬운 비유를 방편으로 사용

어린아이가 묻는다. ‘죽음이 뭐예요?’ 이러한 질문에 부딪히면 설명하기가 결코 쉽지 않다. 물론 사람에 따라서는 훌륭히 설명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적잖이 망설이게 된다. 이럴 때, 어린아이에게 죽음을 직접적으로 설명하는 것보다는 비유를 들어 설명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일 수 있다. 적절한 비유는 그 어떤 사실적 묘사보다도 더 훌륭하게 어떤 사태를 효과적으로 설명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라는 이야기는 권력자들이나 사회지도층이 부패하면 일반 국민들도 법을 가벼이 여겨 부정에 익숙해지게 된다는 것을 비유한다. 이렇듯 긴 의미를 한 줄로 간명하게 표현하면, 백 마디 말보다 훨씬 피부에 와 닿게 된다.


경전에서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심오하여 이해하기 어렵다’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부처님은 다양한 비유를 즐겨 사용하셨다. 즉 부처님은 당신의 가르침을 쉽게 대중들에게 이해시키기 위해 비유를 방편으로 사용했던 것이다.


비유는 언어의 마술과도 같다. 설명도, 이해도 어려운 난해한 이야기를 명철하게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언어와 사물에 대한 깊은 통찰력을 필요로 한다. 부처님의 비유가 기막히게 우리들로 하여금 ‘아하!’할 수 있게 하는 것은 부처님이 그 누구보다도 언어와 사물에 대한 깊은 혜안을 가졌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가 ‘안다’라고 할 때는 익숙하다는 측면에서의 앎과 이해한다는 측면에서의 앎이 있다. 비유에는 우리가 익숙하게 알고 있는 것을 통해 이해의 지평을 넓혀주는 탁월한 기능이 있다. 예를 들어 ‘독화살’의 비유, ‘갈대’의 비유, ‘거문고’의 비유나 손가락과 달의 비유 등에서 사용되는 소재는 모두 우리들이 일상에서 접할 수 있는 것들이다. 이렇듯 익숙한 소재를 통한 비유는 우리로 하여금 작게는 우리 자신의 일상을 되돌아보게 하고, 크게는 어떤 깨침을 얻게 하는데 용이하다. 즉 이해의 지평을 크게 확대시키는 것이 쉽다는 말이다.


이러한 비유적 표현들이 경전의 곳곳에 가득 차 있다. 그리고 그 이야기들은 오늘날 우리에게 현대사회의 다양한 문제들에 대한 시사점을 던져주기도 한다. 일례로 ‘갈대의 비유’는 연기법을 설명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나만 잘 살면 된다고 생각하는 이기주의적 관점을 비판하는 비유로도 훌륭하다. 아무리 권력이 높은 사람일지라도 ‘천을 재단하여 재봉’하는 사람이 없으면 옷을 입을 수가 없다. 그처럼 사람은 누구나 다른 사람에 의지하고, 동시에 의지처가 되어 살아갈 수밖에 없는 사회적 존재임을 설명하는데, 갈대의 비유만큼 적절한 비유도 없을 것이다. 또한 우리들은 늘 현실에서 무엇이 중요한지를 착각하며 사는 경우가 많다. 그것을 ‘독화살’의 비유만큼 잘 설명하는 예도 드물 것이다. 독화살에 맞은 사람이 화살을 뽑을 생각은 하지 않고, 그것이 무슨 재질로 만들어진 것인지, 누가 쏜 것인지만을 묻고 있다면 그는 어떻게 되겠는가.

 

▲이필원 박사

하지만 경전 속 비유가 아무리 좋다 해도 우리의 삶 속에서 재해석되지 않으면 안 된다. 즉 그 비유를 통해 우리는 우리의 삶을 평가하고, 앞으로 나아갈 비전을 발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럴 때 경전은 기록이 아닌 생생한 부처님의 가르침으로 다가올 수 있을 것이다. 본 연재는 앞으로 초기 경전을 시작으로 대승에 이르기까지 여러 비유가 나오게 된 배경과 의미를 중심으로 그 속에 담긴 메시지를 오늘의 시점에서 재해석해 보고자 한다. 
 

이필원 동국대 연구교수 nikay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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