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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지수와 문수보살

기자명 도암 스님

일상 속 허물 없애는 노력이 지혜 이룬다

정행품 경문의 시작이다.


“이 때, 지수보살이 문수사리보살에게 물었다.”


일반적으로 불경의 시작은 “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라고 시작한다. 그러나 정행품은 경의 중간에 있는 품이기 때문에 “이 때, 지수보살이…”라고 시작한다. 경의 첫 구에서 지수보살과 문수보살이 등장한다. 화엄경은 총 9번의 법회가 있었고 그 내용이 모두 종합된 것이다. 정행품은 그중 2번째 법회에 속한다. 2번째 법회를 주관하는 사람은 문수보살이다.

 

141가지 발원 담긴 정행품


문수보살은 비로자나 부처님의 가피를 받으며 법회를 주관해 나간다. 부처님에게 물을 것이 있으면 가피를 받고 있는 사람에게 대신 묻는다. 주관인은 부처님을 대신해 지혜와 자비가 넘치는 알맞은 답을 해 준다. 부처님은 무념 청정한 상태에서 가피를 내려 주고 보살은 지혜와 자비로써 교화하는 모습을 보인다. 부처님과 보살의 역할을 종합하면 분별이 없는 상태에서 분별을 일으키고 방편이 없는 자리에서 방편을 베푸는 것이다. 교화의 목적과 방향 방법을 모두 나타내고 있다.


문수보살은 지혜를 대표하고, 지수보살은 방편을 대표한다. 방편을 대표하는 보살이 지혜를 대표하는 보살에게 묻는 것이다. 지수(智首)라는 의미는 지혜로서 으뜸을 삼는다는 뜻이다. 방편은 반드시 지혜의 인도를 받아야 한다. 지혜가 전제되지 않은 방편 방법에서는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없다. 바른 길이 아니라 삿된 길로 나아갈 수도 있다.


방편이라는 것은 위로는 부처님의 뜻에 맞아야 하고, 아래로는 우리들 중생의 근기에 맞아야 한다. 만일 부처님 뜻에 위배되면서 중생의 근기에 맞혀나가면 결국에는 내용이 변질된 이름뿐인 불교가 될 수 있다. 변질된 불교는 우리에게 진실한 이익을 주지 못한다. 오히려 해를 끼치기도 한다.


불법을 바르게 선양하려면 우선 불법의 이치를 바르게 알아야 한다. 그런 다음에 비로소 우리들 중생에게 알맞은 방법으로 전해줄 수 있을 것이다. 두 보살의 역할을 합하여 보면 그 의미가 분명하다.


지수보살은 10개의 전체적인 질문과 10개 단락의 구체적인 질문을 한다. 구체적인 질문 한 단락에는 10가지 질문이 상응하고 있어 질문의 수가 11가지다. 이렇게 질문이 열 번 이루어지니 총 질문의 수가 110가지다. 문수보살은 141가지 발원하는 방법으로 답한다. 다음은 지수보살 질문이다.


“불자여! 보살은 어떻게 하면 허물이 없는 몸과 말과 생각의 행위를 할 수 있는가?”


“어떻게 하면 일체 중생 중에서 제일이고, 위대하며, 수승하고, 가장 수승하며, 미묘하고, 지극히 미묘하며, 가장 높고, 그 보다 높은 것이 없으며, 동등하지 않고, 동등하면서 동등하지 않을 수 있는가?”


전체적으로는 몸과 말과 생각에서 과실을 없애는 것이고, 구체적으로는 목표와 방향성을 추구하고 있다. 과실이 없는 완성된 상태는 부처님의 경지다. 범부는 아주 많이, 성문은 조금, 보살은 미세하게 과실을 가지고 있다. 과실이 없는 부처님의 상태를 목표로 성문·연각·보살을 나아가는 방향으로 잡는 것이다. 이 과정은 범부가 큰마음을 내어 보살도를 실천하고 부처님의 경지로 나아가는 시작점과 방향성 목표점을 보여준다.


우리의 행위는 선하기도 하고 악하기도 하다. 청정하기도 하고 탁하기도 하다. 이 모든 것이 몸과 말과 생각의 행위를 벗어나지 않는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후회를 한다. 후회의 내용은 몸과 말과 생각의 행동에서 비롯된다.


문제를 일으키는 몸과 말과 생각의 버릇이 있어 지속적으로 과실을 만들어 낸다. 과실은 만들어 내는데 알아차리지 못한다. 지적을 받으면 마음이 상한다. 마음이 상하면서도 고치지 않는다. 매우 괴롭고 부담스런 결과가 닥쳐오면 그때 후회한다. 후회하면서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른다. 이것이 일상을 살아가는 대다수 우리의 모습이다.

 

괴로움의 원인 살피는 지혜

 

보살은 원인의 단계에서 뉘우치고 우리들 중생은 결과가 닥쳐야 그 때 괴로움을 겪으면서 후회한다. 원인이 있으면 결과가 있다. 원인이 있는데 결과가 없을 수는 없다. 결과가 나타나는 것은 원인이 성숙해진 것이다.

 

▲도암 스님

괴로움을 결과의 단계에서는 피할 수 없고, 원인의 단계에서는 피할 수 있다. 원인의 단계에서 결과를 정확히 예측하고 그 행위를 지속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이 지혜다. 이러한 지혜는 부처님의 가르침에 가득히 들어 있다. 경전을 수지·독송하면 삶에서 큰 이익을 얻게 된다.


송광사 강주 도암 스님 doam199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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