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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기념물 큰고니 한 마리의 가치

기자명 명호

이명박 정부의 마지막 과정이 순탄치 않다. 이명박 정부의 중점 사업이었던 4대강 사업에 대해 감사원이 총체적 부실이라는 결론을 도출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국토해양부와 환경부를 중심으로 정부가 정부부처인 감사원의 감사가 잘못되었다는 반박을 하는 초유의 사태가 진행되고 있다.


사실 전문가들과 환경단체 입장에서는 감사원의 4대강 사업 감사 결과도 새삼스러운 내용이 아니다. 4대강 사업은 출발부터 특정인의 정치적 목적에서 제기된 사업이며, 사업에 대한 사회적 경제적 환경적 평가는 번갯불에 콩 구워먹듯이 형식적으로 진행됐다. 단군 이래 최대 규모의 국민 혈세가 투입된 사업이나 사회적 검증은 거부됐다.
때문에 이번 감사 결과는 4대강 사업의 실체를 파악하는 첫 걸음에 불과하다. 지난해에도 공정거래위원회가 4대강 사업 과정에서 건설사들이 담합비리를 저질렀다는 판정을 내렸지만, 여전히 4대강 사업 추진과정에서의 온갖 불편부당한 비리의 실체를 속속들이 파악하지 못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감사원의 감사 결과 역시 4대강 보 안전성과 수질오염 논란만 지적했을 뿐, 사업으로 인한 생태계의 변화에 대한 위험성은 찾아볼 수 없다. 얼마나 많은 생명들이 사라졌는지 참회는 찾아볼 수 없다. 감사원의 4대강 사업 감사 결과에는 흥미로운 시각을 보내면서 혀를 차지만, 정작 낙동강 해평습지에서 먹이와 휴식처를 찾지 못하는 천연기념물 큰고니에게는 관심을 두지 않는다.


멀리 북녘의 시베리아에서 2천km 이상을 날아와 낙동강에서 겨울을 나는 큰고니는 국내 약 2천여개체가 도래하고 있다. 예년이면 낙동강 하류와 해평습지 등에서 먹이를 섭취하고 겨울을 나야 하는 큰고니들이 올해는 비상이 걸렸다. 4대강 사업의 완공(?)으로 하천의 지형은 바뀌었고, 얼지 않던 낙동강 하천이 곳곳에 세워진 보로 인해 얼어붙은 호수로 변하면서 고니들의 먹이가 부족한 상황이 되었기 때문이다.


사방 어디를 둘러봐도 몸을 숨길 곳이 없는 벌판으로 변해버린 낙동강 호수에서 해평습지의 고니들은 굶어가고 있다. 다행히 긴박한 소식을 들은 환경단체와 종교계가 먹이주기 활동에 나서 극단적 상황은 면할 수 있었지만, 이런 상황은 앞으로도 지속적인 악순환에 빠질 우려가 크다.


감사원은 4대강 사업으로 인해 보의 시설물 안전성과 수질오염을 걱정하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해평습지의 큰고니 사례가 보여주는 생태계의 변화이다. 혹자는 금강과 낙동강에서 수십 만 마리 물고기가 폐사할 때도 눈짓 한번 주지 않던 세상에서, 큰 고니 한 마리가 대수냐고 반문할 수 있다. 그러나 모든 대지의 숨결과 강물의 핏줄, 태양의 자비와 바람의 손길은 곧 자연의 선물이며 곧 우리가 살아가는 인드라망이다. 그렇기에 금강의 물고기와 낙동강의 큰고니 한 마리가 바로 우리의 과거이고 현재이며 미래다.


▲명호 책임연구원
우리 스스로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한 관심은 4대강 사업에서 보듯이 온 생명에 대한 자비에서 시작되고 평가되어야 한다. 국가의 이름으로 국토와 자연생태계의 생명공동체를 훼손한 4대강 사업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공업이다. 그에 대한 평가 역시 생태계의 시각에서 시작되어야 할 것이며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생태계에 가한 공업을 참회하는 첫 걸음이 될 것이다. 우리 사회의 생명경시 풍조가 만든 4대강 사업에 대한 성찰을 통해, 자연(自然)이 ‘스스로 그러하다’는 세상을 만들어가자.


명호 생태지평연구소 책임연구원 green.mh@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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