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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무화과꽃

기자명 법보신문

무화과나무 꽃 찾듯이
‘영원한 영혼’ 집착은
자신만 괴롭히는 행동
순간의 삶 잘 살아야


이 비유는 ‘숫따니빠따’ 제1품 ‘뱀의 품’에 나오는 표현이다. 한 때 부처님께서 사왓띠에 머물고 계실 때, 한 바라문이 딸의 결혼을 앞두고 있었다. 그는 어떠한 천민도 이제껏 사용한 적이 없는 꽃으로 딸을 장식하여 시집보내고 싶었다. 그래서 못된 성품을 지닌 바라문 청년들이 모여 있는 것을 보고 “저들 중 누군가는 알겠지”라고 생각하고 다가가 물었다. 그러자, 그들은 속으로 비웃으며 “바라문이여, 무화과 꽃은 세상에서 그 누구도 이전에 사용한 적이 없습니다. 그것으로 따님을 장식하여 시집보내십시오”라고 말했다. 그는 다음 날 아침 일찍 일어나 아찌라와띠 강변에 있는 무화과 숲에 가서 나무를 샅샅이 찾아보았으나, 찾을 수 없었다. 그래서 정오가 지나서는 다음 강변에 갔다. 그곳에는 한 비구가 어느 아름다운 나무 아래에서 수행을 하고 있었다. 그는 다른데 신경 쓸 겨를 없이 앉았다 일어섰다하면서, 나뭇가지 잎을 뒤지면서 꽃을 찾아 헤맸다. 그러자 비구가 그런 그를 보고 말했다.


“바라문이여, 무엇을 찾고 있습니까?” “존자여, 무화과꽃을 찾고 있습니다.” “바라문이여, 무화과꽃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러한 허황된 말로 자신을 괴롭히지 마시오.”


부처님께서 이 비구의 의도를 아시고, 사념이 많은 사람들을 위해 이 시를 읊으신 것이 이 시의 배경이다.


부처님께서 사용하신 이 표현은 영원한 그 무엇(자아, 영혼)을 찾아 헤매는 것을 비유한 것이다. 우리는 영원히 존재하는 그 무엇이 있다고 생각하며, 그것을 움켜잡고 산다. 그런데 그것이 어디에 있냐고 물으면 그 누구도 자신 있게 답하지 못한다. 그저, ‘있다고 보는 게 좋지 않나요?’, ‘영적 스승들이 있다고 하던데요’라고 답할 뿐이다. ‘있다고 보는 게 좋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그래야 인간이 윤리적으로 살아야 할 이유를 갖게 된다고 한다. 하지만 영원한 ‘영혼’의 존재를 믿는 종교인들, 그리고 종교적 성향을 지닌 사람들은 과연 윤리적인가? 생각해 볼 일이다.


육체는 세월과 함께 변화하고 결국 죽음을 맞이하지만, 영혼은 변화와 죽음과는 관계없는 존재로 많은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뇌신경과학의 발달은 이러한 인간이해를 변화시키고 있다. 영국의 분자생물학자로 유명한 프랜시스 크릭은 1994년 자신의 한 저서에서 “영혼은 팅커벨처럼, 오로지 그것의 존재를 믿는 믿음 때문에 영속되는 환상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크릭 이후 신경과학의 비약적 발전은 영혼에 대한 믿음을 근본부터 제거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결국 인간의 지각 능력, 기억, 감정, 의식 등은 뇌 속의 전기화학적 신호가 변화된 신경코드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인간이해를 반박하는 견해도 분명 존재한다. 이렇듯 인간의 본질(영혼)에 대한 문제는 아마도 결론에 도달하기는 요원할 것이다. 이에 대해 부처님의 입장은 단호하다. 이러한 논쟁은 무익하다는 것이다. 아무리 논쟁해도 결론이 나지 않고, 그것은 어떠한 이익도 주지 않기 때문이다. 즉 영혼이 존재하든 그렇지 않든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지금 이 순간의 삶을 ‘잘 사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우리의 삶의 문제를 직시하여 올바른 방향에서 해결책을 강구하고, 실천하는 것만이 중요한 것이다.

 

▲이필원 박사

문제 해결을 위해 쓸데없는 믿음에 근거한 존재를 상정하고, 그것을 찾아 헤매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 무화과꽃을 찾아 헤매는 것과 같은 것이다. 그리고 영혼을 상정하지 않아도 우리가 윤리적으로 살아가야 할 이유는 너무도 많다.
 

이필원 동국대 연구교수 nikay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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