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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의 특별사면

반대 여론에도 측근사면 단행
‘몽니’ 이외엔 할 말을 잃게 해
스스로 악임을 깨닫지 못하면
과보의 늪서 헤어나지 못할 것


“어리석은 사람은 악을 짓고도 스스로 그것을 깨닫지 못한다. 결국 자기가 지은 업으로 일어나는 불길에 제 몸을 태우며 괴로워한다.”(법구경 도장품)


1월31일 이명박 대통령이 특별사면을 단행했다. 퇴임이 며칠 남지 않은 대통령의 사면에 각계의 반대가 빗발쳤다. 부정부패와 비리로 구속된 측근들이 몽땅 풀려나지 않을까 우려도 컸다. 예상은 크게 빗나가지 않았다. 파렴치한 범죄로 징역형을 살고 있거나 선고받았던 측근들을 그야말로 특별히 사면했다. 각계의 반대에도 ‘몽니’를 부리듯 사면을 단행하는 이 대통령의 모습과 중죄에도 감옥을 유유히 빠져 나오는 측근들을 보며 ‘법구경’의 말씀을 떠올렸다. 경전의 가르침처럼 비록 감옥에서 나왔다지만 결국 악업의 과보에서 벗어나지는 못할 것이다.


이 대통령의 재임기간 친인척과 측근들의 비리는 타의추종을 불허했다. 친형, 처형, 친구, 선후배를 비롯해 수십 명이 감옥에 갔다. 모두 대통령 재임기간에 일어난 일이다. 대통령 자신도 퇴임 이후 거처할 사저를 지으면서 각종 불법행위로 지탄의 대상이 됐다. ‘부도덕한 대통령이 부도덕한 측근들을 사면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사면을 바라보는 불교계의 속내는 복잡하다. 이 대통령이 비리측근들을 사면하면서 불교계에서 사면을 요구했던 용산참사 관련 구속자 일부를 포함시켰기 때문이다. 불교계는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을 비롯해 각계의 구성원들이 지난해부터 여러차례 용산참사 관련 구속자들에 대한 사면을 요청해 왔다. 이 대통령은 그때마다 번번이 거절했다. 고려대상이 되지 못한다는 것이 이유였다. 그러다 비리측근들을 사면하면서 갑자기 용산참사 관련 구속자들을 선심 쓰듯 포함시킨 것이다.


불교계와 용산참사 관계자들은 일단 환영하면서도 모욕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측근들의 사면을 위한 구색 맞추기 그 이상의 의미를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형량이 불과 몇 달 남지 않은 용산참사 관계자와 형량이 수년이 남은 비리측근들을 동시에 사면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장로인 이 대통령의 이번 ‘몽니사면’을 보면서 바람직하지 않은 종교인의 전형을 떠올려보지 않을 수 없다. 이창동 감독의 영화 ‘밀양’에는 천박한 용서의 단면이 나온다. 아들을 죽인 범인을 용서하고자 교도소를 찾은 주인공은 범인에게서 이미 하나님께 용서를 받았다는 말을 듣고 충격을 받는다. 피해자는 고통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그럼에도 어렵게 용서의 마음을 냈는데 피해자도 아닌 하나님이 무슨 권리로 범인을 용서한다는 말인가.


이런 천박한 용서는 현실에서 비일비재하다. 악랄한 고문으로 선량한 사람의 몸과 정신을 망가뜨리고도 피해자에게 용서를 빌기는커녕 신께 용서받았다며 종교인직함을 자랑스럽게 휘두르는 사람도 있다. 교도소에서 출소한 후 종교에 귀의해 용서받았다는 사람들 중에 얼마나 많은 이들이 피해자에게 용서를 구했을까. 이 대통령의 측근 사면은 오늘날 일부 종교계에서 벌어지는 천박한 용서와 너무나도 닮아있다.

 

▲김형규 부장

이 대통령과 그의 측근들은 법구경의 말씀처럼 악을 저지르고도 스스로 깨닫지 못하고 있다. 그렇지만 그 무지함과 어리석음이 과보(果報)가 되어 결국 그들을 단죄하게 될 것이다. 죄는 다른 누가 아니라 반성과 참회, 바른 삶으로만 용서된다. 더러운 빨래가 깨끗한 물로만 세탁이 되듯이.      

 

김형규 kimh@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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