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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인권, 붓다가 될 권리

기자명 법보신문

조계종이 인권위원회 발족을 밝혔다. 현대 사회에서 불거지는 인권 문제에 불교적 해법을 제시하겠단다. 반갑고 뜻 깊은 일이다.


굳이 인권위원회 발족에 갈채를 보내는 이유는 간명하다. 적잖은 사람들이 조계종의 개혁 의지에 회의의 눈길을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비단 시민사회에서 터져 나오는 불신만이 아니다. 신심 깊은 지식인들 사이에서도 그런 말이 나돈다.


근거 없는 말은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조계종단에서 뽑은 칼날이 슬그머니 칼집으로 들어가는 풍경을 아프게 지켜보았다. 더구나 시민사회와 적극 소통하고 있던 서울 강북 화계사의 수경 스님, 강남 봉은사의 명진 스님이 모두 주지 자리에서 물러나는 과정을 갑갑하게 지켜본 사람들이 많다. 거기에 더해 도박이 드러나고 ‘룸살롱 이야기’가 다시 나돌았다. 그럼에도 종단 지도부가 전면적 혁신 요구를 모르쇠 하면서 지식인들 사이에 실망과 분노가 퍼져간 것도 사실이다.


다만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볼 필요는 있다. 도법 스님이 꾸려가는 ‘자정과 쇄신 결사본부’는 지며리 활동을 벌여나가고 있다. 현응 스님의 교육원은 과거에는 볼 수 없던 개혁을 차근차근 실천에 옮겨가고 있다. 이미 교육원은 2, 3급 승가고시의 논술문제와 수행이력 면접에서 ‘스님들의 대사회적 인식과 실천’을 높이 평가했다. 예전 승가고시의 유식, 중관, 화엄을 논하라는 습관적인 문제출제를 벗어난 셈이다. “사회 속에 불교 가치를 고민하고 실천하는 스님들 양성이 조계종 승가교육의 방향”이라는 교육부장 법인 스님의 말은 얼마나 미더운가. 현응 교육원장은 2013년 주요사업을 “교육개혁불사”라고 단언하며 “교육개혁의 최종방향은 자비를 구현하고 사회와 역사에 부응하는 불교로 만들자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 뿐이 아니다. 조계종 노동위원회는 ‘쌍용자동차 문제의 조속한 해결을 위한 10만배 기도’ 회향법회를 지난해 12월26일 서울 시청 앞 쌍용차 해고자 농성현장에서 봉행했다. 노동위원장 종호 스님은 “종단이 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바로잡고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선언적 실천”이라고 강조했다. 회향법회는 쌍용자동차 해고자들의 문제를 풀어가는 데 큰 전환점이 됐다.


한국대학생불교연합회(대불련)도 의욕이 다부지다. 대불련 50돌을 맞으며 ‘젊은 불교’를 다짐했다. 신임 박지연 회장은 “취업 스트레스, 스펙 쌓기에 지친 대학생들에게 스스로가 삶의 주인으로 사는 길로 안내하고 싶다”고 야무진 소감을 밝혔다.


그런 가운데 조계종 사회부가 다시 인권위원회 구성을 밝혔다. 물론, 자정과 쇄신 결사본부, 화쟁위원회. 노동위원회, 환경위원회에 더해 인권위원회가 만들어지는 모습이 지나치게 전시적 행태는 아닌지 의혹을 보낼 수도 있다.


여기서 자문해보길 제안하고 싶다. 종단을 애면글면 개혁하려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지 않은가? 그 하나하나가 공개적으로 선언한 목표를 모두 달성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그것을 이루려는 진정성은 드러나고 있지 않은가? 조금이라도 그렇다면, 과소평가와 과대평가를 넘어 지금 전개되고 있는 개혁에 저마다 자기 자리에서 힘을 보탤 때가 아닐까? 그 운동을 과대평가할 일도 분명 아니지만, 그 실패를 예단하는 과소평가도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이다.

 

▲손석춘
나는 인권위원회가 출범하면 그것이 기왕의 개혁불사에 더 힘을 보태리라고 기대한다. 불교적 인권의 고갱이는 ‘붓다가 될 권리’이기에 더욱 그렇다. 기실 붓다가 될 권리는 최고의 인권 개념 아닌가. 깨달음을 가리는 개인적 장애물과 더불어 사회구조적-역사적 장애물을 남김없이 꿰뚫어갈 때 우리 시대 불교는 문명의 새로운 지평을 열 수 있다. 

 

손석춘 건국대 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2020gil@hanmail.net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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