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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승가대 총장 선출 동문회 입김에 파행

기자명 법보신문

 

▲학교법인 승가학원은 1월30일 이사회를 열고 총장 선출을 논의했으나 결국 차기회로 연기했다. 

 

 

학교법인 승가학원(이사장 자승 스님)이 중앙승가대 총장 선출을 연기한 가운데 총장 선출에 일부 동문들의 입김이 지나치게 작용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학사행정 공백도 장기화되고 있다. 특히 총장 공석 상태가 5개월째로 접어들면서 2월28일 예정된 졸업식에서 학인스님들에게 ‘총장 없는 졸업식’이란 불명예를 안길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승가학원은 1월30일 제97차 이사회에서 교수회 추천후보 미산 스님과 동문회 추천후보 원종 스님을 두고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제6대 중앙승가대 총장 선출을 차기회로 미뤘다. 이날 이사회는 30여분간 정회하며 향적, 지현, 성문, 무상 스님 등 이사 4명이 후보 단일화를 위한 논의를 거쳤으나 조율에 실패했다. 결국 이사회는 두 후보가 한 달 동안 단일화 과정을 거쳐 총장을 선출하기로 했다. 다만 이사회는 총장 직무대행 체제로 졸업식 등이 가능한지 여부를 고려해 차기 회의 날짜를 정하기로 했다.

 

그러나 승가학원 이사회가 후보단일화를 요구하며 총장 선출을 미룬 것에 대해 종단 안팎에서는 우려의 시각이 많다. 교수회 지지로 후보에 추천된 미산 스님과 동문회 지원을 받은 원종 스님 모두 쉽게 물러설 수 없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승가학원 이사회에서 이사장 직권으로 표결에 부치자는 의견이 나온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일각에서는 승가학원 이사회가 총장 선출을 연기한 것이 중앙승가대의 일부 동문들 입김 때문이라는 분석이 적지 않다. 그 동안 총동문회 측은 중앙승가대의 위상과 학내 여건 등은 고려하지 않은 채 ‘동문 총장’을 주장해 번번이 총장 선출에 발목을 잡는다는 비판을 받았기 때문이다.

 

실제 역대 총동문회장들은 2009년 제5대 총장 선출 때도 비슷한 논리로 승가학원 이사회는 물론 중앙승가대와 마찰을 빚었다. 이에 따라 총장 선출이 늦어지면서 태원 스님은 2009년 3월19일에야 취임식을 가졌고 2008학년도 학위수여식도 총장 직무대행 체제로 치러졌다.

 

조계종 기본교육기관인 중앙승가대는 정부인가 4년제 정규 교육기관이다. 이런 까닭에 총장 덕목으로 사회적 인지도, 행정력, 승가교육에 대한 이해 등이 요구된다. 교계 안팎에서 미산 스님을 유력한 총장 후보로 지목했던 이유도 이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미산 스님은 2년 동안 중앙승가대 기획위원회를 이끌며 2013년 새 학기부터 시작하는 학부제 전환, 문화재학 및 상담심리학 등 2개 전공 신설, 어학원 개원 등 교육개혁 성과를 내면서 학내 구성원들로부터 두터운 신망을 얻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승가대 출신 한 스님은 “아직 몇몇 간부급 동문들이 동문 출신 총장을 원하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총장직을 정치적 디딤돌로 여기면서 종단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발상은 잘못”이라고 꼬집었다.

 

일부 동문들의 입김으로 총장 선출이 미뤄지면서 중앙승가대 학내 구성원들은 우려스럽다는 반응이다. 중앙승가대 역사상 두 번째로 직무대행 체제 아래 졸업식이라는 불명예는 물론 총장의 공백으로 인사, 학제 개편 시행운영, 안암학사 활용 문제 등 각종 학사행정 차질로 인한 대내외적인 학교 위상 추락도 염려되기 때문이다.

 

중앙승가대의 한 교수는 “당장 총장 없는 졸업식과 입학식이 걱정”이라며 “졸업장에 직무대행 이름이 들어가고 대행이 입학생 선서를 받는 일이 있어선 안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어 “총장의 공석 상태를 심각하게 고려하지 않는 승가학원 이사회의 인식이 큰 문제다. 투표를 해서라도 총장을 선출했어야 했다”며 “교수회나 동문회 지지를 받은 두 후보가 쉽게 양보하기 힘든 상황에서 화합이라는 정치적 안배보다 먼저 학교 입장에 서서 생각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종단 안팎에서 총동문회에 대한 비판 여론이 확산되자, 총동문회측 한 관계자는 “모든 동문들이 ‘동문 출신’을 고집하는 것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특히 중앙승가대 동문이자 승가학원 이사인 한 스님은 “총장은 서울대나 고려대, 중앙승가대나 다 똑같은 지위인만큼 대외적으로 인지도가 있어야 하지만 자금을 끌어와 운영하는 능력도 중요하다”면서도 “(그러나)동문 모두가 무조건 원종 스님을 미는 건 아니다”고 밝혔다. 또 다른 동문 출신 이사스님은 “사회적 인지도나 학력은 미산 스님이 훌륭하다”며 “원종 스님도 일단 본사주지를 역임했고 동문회 입장에선 나서는 분이 없어 모시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원종 스님은 총동문회의 정치적 개입설, 상대적으로 부족한 사회적 인지도와 학력 등 외부 시선들을 일축하며 총장에 대한 의지를 숨기지 않았다. 스님은 “본사주지도 했고 동문회장도 했다. 총장을 정치적인 어떤 부분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며 “본사주지, 종회의원 등 1700여 동문들과 뜻을 함께 하면서 승가대 발전을 위한 여건 조성에 쌓아왔던 경험을 회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호승 기자 time@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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