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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여분의 미혹

기자명 법보신문

분별의 흔적까지 제거해야 깨달음 성취

식초병 비워도 냄새는 남아
말끔히 씻어내려 노력해야
부처님 가르침 잘 지니며
번뇌  끊어내는 수행 필요


정행품 세 번째 질문을 보자.


“어떻게 하면 비방하지 않는 몸과 말과 생각의 행위를 할 수 있는가?”


“어떻게 하면 천왕 용왕 야차왕 건달바왕 아수라왕 가루라왕 긴나라왕 마후라가왕 사람의 왕 범천왕이 호위를 하고 공경 공양하는 것을 항상 받을 수 있는가?”


화엄경 해석의 대가 가운데 한명이 당나라 시대의 청량징관(738~839)이다. 위의 경문에 대해 그가 한 해석은 매우 간단하다. “여분의 미혹이 없어서 비방할 수 없기 때문에 십왕이 공경하고 호위를 한다”고 하였다.
‘여분의 미혹’이란 습기를 말한다. 무명번뇌의 습기에 대해 예를 들어 설명해 보겠다. 식초를 담아 두었던 병이 있다고 하자. 식초를 다 쓰고 나서 병을 깨끗하게 씻는다. 그러면 병에 식초는 남아있지는 않지만 식초를 담아 두었던 여분의 영향은 남아 있을 것이다. 우리는 탐내는 마음 화내는 마음 어리석은 마음 등의 번뇌와 분별을 일으킨다. 또 수행과정을 통해서 그 번뇌와 분별을 끊어 나간다. 번뇌를 끊어도 번뇌의 습기는 남아있다. 번뇌와 분별의 습기가 모두 떨어지면 여분의 미혹이 없는 것이다. 아라한과 벽지불의 경지를 넘어선 제 10신위(信位)의 보살 단계에서 성취된다.


‘비방할 수 없기 때문에’라는 말은 번뇌와 분별을 모두 끊고 그 습기마저 끊었다면 그 행위는 흠 잡을 데가 없을 것이다. 십왕의 공경과 공양은 받지만 그렇다고 이 세상사람 모두의 비방을 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10신위의 보살 뿐 아니라 석가모니 부처님까지도 풍자와 비방을 면한 사람은 없다. 불교 밖 세간의 성인이라는 이들도 마찬가지다. 존경하는 사람들도 많고 비방하고 풍자하는 사람들도 많다. 한 예로 2001년 아프카니스탄에서 자신들의 종교와 다르다고 700년이나 된 거대한 불상을 파괴하는 일이 일어났다. 그것도 폭탄을 이용해서 파괴하였다. 불상은 부처님의 위대한 덕을 숭상하는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것이다. 불교도에게는 신앙의 대상이고 그들에게는 관광자원이면서 서로에게 이익이 되어 왔던 불상이었다. 그런 인류의 아까운 문화유산이 산산 조각이 난 것이다. 자기 종교가 신앙하는 대상이 아니라고 꼭 파괴해야만 하는가. 그저 훌륭한 예술품으로 간주하고 보존하는 아량이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겠는가. 그 가난한 나라의 자기 조상들이 만들어 놓았던 위대한 관광자원의 측면도 있었던 것인데 말이다.


‘비방할 수 없다’는 말은 무지한 사람들에게 통용되는 말이 아니다. 여분의 미혹이 없는 사람에 대하여 그 훌륭함을 아는 이들은 천왕, 용왕, 범천왕 등이다. 그리고 그들이 호위하고 공경하며 공양하는 것이다. 10왕의 호위를 받게 되면 이 세상과 다음 세상에서 좋은 결과를 맺게 된다. 역경이 있어도 그것이 오히려 전화위복이 된다. 역경을 단련의 기회로 만든다. 경전에 의하면 이 세상에는 여러 단계의 높은 차원과 낮은 차원이 있다. 높은 차원에서는 낮은 차원을 볼 수 있으나 낮은 차원은 높은 차원을 볼 수 없다. 우리가 이 10왕의 존재를 보지 못한다고 그들이 없다고 말할 수는 없다. 우리가 번뇌에 덮여 있어 우리의 차원이 낮은 까닭으로 그들을 보지 못하는 것이다. 수행을 하여 번뇌가 사라지고 인식의 차원이 높아지면 그들을 볼 수 있다고 경전은 말한다.


‘십왕이 공경하고 호위를 한다’는 것은 여분의 미혹을 모두 제거하여 자기 스스로 덕을 갖추었기 때문에 저 10왕들로 하여금 호위하고 공경 공양하도록 하는 것이다. 십왕 가운데 아홉 번째는 사람의 왕이다. 지구상에 많은 국가가 있고 각각의 국가마다 왕이나 대통령 등이 있다. 사람의 사회에 다수의 왕이 있듯이 다른 차원의 존재들도 각각의 차원에서 다수의 왕들이 있는 것이다. 천왕에는 24층의 천이 있다. 각각의 층에는 많은 수의 왕들이 있는 것이다. 건달바와 긴나라는 천상의 예술단체다. 건달바는 천상의 교향악단과 같고 긴나라는 공연단체와 같다. 그들의 왕은 그들의 단체의 지도자들이다. 이들은 천상인 도리천에 중요 행사가 있으면 초대받아 가서 공연을 한다. 덕을 훌륭하게 갖춘 이들에게도 항상 따르며 즐겁게 해 준다.


우리의 수준이 높아지면 높고 고상한 존재들이 따르며 도와주고, 우리의 수준이 낮으면 낮은 수준의 존재들이 따라 붙어 우리에게 애를 먹인다. 자기의 덕을 잘 닦지 못하면 자신의 수준에 따라 요괴 등 이상한 것들이 따라다니게 된다. 수준이 높으면 십왕 등이 따라 다니며 호위하고 공양한다.

 

▲도암 스님

우리의 도덕 수준을 높이기 위해서는 부처님의 계법을 잘 지녀야 한다. 그리고 각 나라의 법률과 그 사회의 예의와 도덕을 준수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좋은 습관, 훌륭한 인품은 자신의 정성스런 바람을 따라 성장해 간다. 우리 모두 매일 매일 조금씩 나아지는 삶을 만들어 가길 희망한다. 


송광사 강주 도암 스님 doam199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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