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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당선인과 머피의 법칙

국무총리 낙마·헌재소장 고발
법회 불참하고 기도회엔 참석
취임 앞두고 행보 불안하기만
헛된 꿈 버리고 현실 직시해야


혹시 ‘머피의 법칙(Murphy’s law)’을 알고 있는지. 일이 좀처럼 풀리지 않고 꼬이기만 할 때 쓰는 말이다. 자신의 의도와 다르게 일이 자꾸 나쁜 방향으로 전개될 때 우리는 불현듯 머피의 법칙을 떠올리게 된다.


대통령 취임을 앞둔 박근혜 당선인의 행보가 아슬아슬하다. 마치 머피의 법칙을 보는 듯하다. 대통령직인수위원 인사과정에서 막말 인사 기용으로 잡음이 일더니 이제는 차기 정부 핵심인사라 할 수 있는 국무총리 후보가 각종 의혹으로 낙마했다. 박 당선인의 의중이 반영됐다는 헌법재판소장 후보도 특정업무경비를 개인용도로 사용한 혐의로 시민단체로부터 고발당했다. 대통령 취임을 불과 며칠 앞두고 인사마다 구설수니, 박 당선인으로서는 머피의 법칙이 떠올랐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라의 운명이 머피의 법칙으로 흘러가서는 곤란하다. 국가와 국민의 운명이 걸려있기 때문이다. 불교계에도 요즘 머피의 법칙 불안이 드리우고 있다. 불교계는 이명박 정권 5년 동안 많은 상처를 입었다. 장로 대통령의 출현은 불교에 대한 차별로 이어졌다. 그런 만큼 박 당선인에 거는 기대가 컸다. 박 당선인이 대통령이 되면 종교차별의 고리가 끊어지리라 기대했다. 그러나 최근 한국불교종단협의회 신년법회에 불참했던 박 당선인이 개신교 기도회에 자청해서 참석한 것을 놓고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선거과정에서 박 당선인은 불교와의 인연을 특별히 강조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의 불교 인연을 각별하게 소개했다. 본인도 청담·진제 스님으로부터 법명을 받았음을 강조했다. 한발 더 나아가 새누리당 불교위원회는 박 당선인의 불교인연을 만화로 제작해 배포하다 선관위의 제재를 받기도 했다. 박 당선인의 불교계를 향한 지지호소는 그만큼 강렬했다. 이런 이유로 박 당선인이 ‘무교’라고 밝혔음에도 대다수 불자들은 ‘사실상 불자’라는 희한한 논리로 박 당선인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특히 태고종은 부총무원장까지 나서며 종단 전체가 박 당선인을 지지하는 양 호들갑을 떨기도 했다.


그러나 결과는 참담했다. 노골적인 푸대접이었다. 박 당선인은 불교계의 요청에도 끝내 법회에 불참했다. 그러나 기도회에는 자청해서 참석해 ‘주의 여종이 되라’는 축원을 받았다. 이명박 정부의 종교차별을 극복하기 위해 박 당선인을 지지했는데 또 다시 종교차별이라니. 아마 머피의 법칙이 이럴 것이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문제는 우리의 어리석음이다. 머피의 법칙은 어리석음이 끊임없이 어리석은 결과를 낳은 것일 뿐이다.


“헛됨을 찾고 메아리를 뒤쫓기에 그대들의 심신이 괴롭구나. 꿈을 깨듯이 허물을 깨달아야 하는데 깨달은 뒤에는 무슨 일이 있겠는가.” 덕산 선사의 말씀이다.

 

▲김형규 부장

대통령을 비롯해 나라의 동량을 뽑는 일은 후보의 종교나 개인적인 호불호를 떠나야 한다. 지나온 삶과 능력, 비전을 보고 선택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교계는 지혜로운 판단을 하지 못했다. 후보자의 불교 인연에 집착하고, 허황된 말에 휘둘려 지금의 어리석은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만약 박근혜 정부에서 종교차별이 일어난다면 어리석음의 과보임을 뼈저리게 반성해야 한다. 이제라도 꿈을 깨듯이 허물을 깨달아야 한다. 그리고 바른 눈으로 박근혜 정부를 지켜봐야 한다. 그것이 앞으로 이어질지 모를 불행을 극복하는 불자의 지혜일 것이다.  

 

김형규 kimh@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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