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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반월교와 박 당선인

기자명 법보신문

깊은 산 속의 산사를 만나려면 꼭 한 번 다리를 건너야 한다. 다리는 이곳과 저곳, 세속과 출세간, 차안과 피안을 구분함과 동시에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 다리에 첫발을 내 딛기 전, 호흡 한 번 크게 하는 건, 아마도 저곳 즉 ‘피안’으로 향하는 자신을 추슬러 보고자 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리라. ‘극락교’, ‘해탈교’라는 다리 이름에 유독 눈길이 머무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렇다면, 전통사찰의 다리 가운데 가장 깊고도 오묘한 뜻을 내포하고 있는 다리 이름은 무엇일까! 세 개의 별, 그리고 반달이라는 뜻을 간직한 통도사 ‘삼성반월교(三聖半月橋)’가 단연 압권이다. 다리에 새겨진 ‘삼성반월교(三星下半月橋)’ 한문 표지석은 경봉 스님 글씨다.


삼성반월교는 홍예교(虹霓橋) 형식이다. 홍예교란 돌을 양쪽 끝에서부터 놓아 ‘무지개’처럼 이어 만들어 가는 다리를 말한다. 반원을 그리며 축조해 가다 마지막 한 가운 돌이 끼여지면 완공이다. 삼성반월교는 세 개의 홍예로 이뤄져 있는 게 특징이다. 한 개의 홍예는 ‘반달’과 흡사하니 세 개의 반달이 떠 있는 셈이다. 이 세 개의 ‘반월’을 ‘별’로 상징해 ‘삼성반월교’라 이름 했을 수 있겠다. 하지만 숨은 뜻이 또 있다.


조선 건국 직후 유생들은 국사로 모실 선지식을 찾았다. 그들이 던진 물음은 하나. ‘최초의 부처는 누구입니까?’ 나옹 스님이 일렀다. ‘삼성하반월(三星下半月)’이라!’ ‘세 개의 별 아래 반달’은 무엇을 뜻함일까? 마음 ‘심(心)’자를 파자해 보면 ‘별 세 개 아래의 반월’을 어렵지 않게 떠올릴 수 있다. 통도사 삼성반월교는 바로 ‘마음’, 부처의 마음을 상징하고 있는 것이다.


삼성반월교 축조 원력을 세운 스님은 통도사 경봉 스님이다. 교량 불사는 당시에도 많은 시주금이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었다. 인연 따라 시주금을 모았지만 아직 턱 없이 모자라던 차, 어느 날 김치수 거사가 불공을 올리기 위해 통도사를 찾았다. 그의 소원은 ‘아들의 다리가 낫기를 바라는 마음’하나. 경봉 스님이 그에게 말했다. ‘요행을 바라지 말라. 다리 놓는 일에 동참해 수많은 사람의 다리가 되어주는 게 더 큰 공덕이다.’ 경봉 스님 말씀에 감복한 김 거사는 거금을 시주했고, 1937년 2월 기공식이 이뤄졌다.


경봉 스님은 낙성식 법문을 통해 ‘팔복전(八福田)’을 설했다. 여덟 가지 복 중 두 가지는 이 시대에도 음미해봄직하다. 그 하나는 식수를 공급하는 광로의정(廣路義井)이고, 또 하나는 교량을 놓아 통행을 도와주는 ‘건조교량(建造橋梁)’. 대규모 광로의정과 건조교량은 대부분 정부가 주도한다. 그렇다면 MB 정부의 4대강 사업은 팔복에 포함될 수 있을까?


정부 6개 부처가 합동으로 실시한 초대형 국책사업인 4대강 사업. 벌써 권력형 비리의 온상이라는 비난의 화살이 빗발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 사업에 대한 타당성 재검토는 물론 그에 따른 ‘4대강 복원’도 적극 추진해야 한다는 여론이 다시 힘을 받고 있다. 그 뜨거운 감자 ‘4대강 사업’은 이제 곧 박근혜 당선인에게로 고스란히 넘어간다. 4대강 사업에 대한 박근혜 당선인의 입장을 현재로써 명확히 알기 어려운 만큼, 새 정부가 어떤 묘책으로 이 문제를 풀어갈지 예단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분명한 게 있다.

 

▲채한기 상임 논설위원

박근혜 당선인은 지난해 11월 통도사를 찾았을 때 ‘삼성반월교’를 걸어 경내로 들어섰다. 그 다리에 새겨진 마음 ‘심(心)’을 제대로 챙겼다면 묘수는 낼 수 있을 것이다. 대중에게 공급해야 할 물은 신선해야 하며, 대중을 위해 놓는 다리 또한 아름답고 튼튼해야 한다. 그래야 팔복이다. 그렇지 못하면, 재앙이다.

 

팔복이냐 재앙이냐는 바로 진실한 ‘마음’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박 당선인은 인식해야 한다. 묘책은 바로 그 자리서 나올 것임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채한기 상임 논설위원 penshoot@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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