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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어머니의 자애

기자명 법보신문

어머니가 목숨 걸고
자식 지키고 싶듯이
늘 깨어있는 맘으로
자신의 삶 잘 살펴야

 

‘숫따니빠따’ 뱀의 품, ‘자애경’에는 “마치 어머니가 목숨으로 자신의 외아들을 지키려고 하듯이”라는 표현이 나온다. ‘자애경’에 나오는 이 표현은 어머니가 외아들을 목숨 걸고 지키듯이 그렇게 네 가지 한량없는 마음(四無量心)을 닦으라고 하는 내용이다. 말하자면 사무량심을 어떻게 닦아야 하는지에 대한 하나의 방법론을 설명하고 있는 표현인 것이다. 이 표현은 그대로 후대의 ‘대승범망경’에서도 나온다. 사무량심은 초기불교의 대표적인 수행법 가운데 하나이다. 이 수행을 잘 닦아 익히면 해탈에 이르고, 그렇지 않으면 적어도 범천(梵天)이란 하늘나라에 태어나게 된다.


옛 선사들은 ‘고양이가 쥐를 잡듯이’, ‘머리에 붙은 불을 끄듯이’와 같은 표현들을 즐겨 사용하였다. 이는 그만큼 간절한 마음으로 촌각을 다투어 헛되이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수행에 전념하란 표현일 것이다. 이처럼 초기경전에서도 ‘패해서 사는 것보다 싸워서 죽는 것이 낫다’와 같은 결연한 수행의 의지를 나타내는 표현들이 많다. 반면에 ‘자애경’처럼 어머니가 외아들을 아끼고 사랑하는 간절한 심정으로 수행을 해야 한다는 표현은 수행이 결코 치열한 자기 투쟁의 방식만은 아니란 사실을 보여준다. 마음속의 선한(kusala) 특징을 인식하고, 그것을 어머니가 자식을 생각하듯 그렇게 소중하게 키워가는 방식의 수행도 있는 것이다.


이 비유에서 ‘지키다’라는 표현은 빨리어 아누락케(anurakkhe)이다. 이 단어는 아누락카띠(anurakkhati, 지키다·보호하다)의 변형이다. 그런데 그냥 지키는 것이 아니다. 그냥 지키는 것이라면 ‘rakkhati’라는 것으로 충분하다. 그런데 여기에 ‘anu’가 붙어 있다. 이 접두사를 통해 어린 아이가 여기 저기 뛰어다니면 어머니가 어디 부딪히지는 않을까, 넘어지지는 않을까 염려하는 마음으로 아이에게 눈을 떼지 못하고 세심하게 아이의 움직임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고 지켜본다는 뉘앙스를 읽을 수 있다. 어머니가 자식을 사랑하고 염려하는 마음으로 지키듯이 그렇게 수행하라는 것을 이 단어 하나로 잘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마음만을 지킬 수 있다면, 우리의 일상은 모두 수행이 될 수 있다. ‘자애경’에서는 “서있거나, 가고 있거나, 앉아 있거나, 누워 있거나, 잠을 자지 않고 있는 한” 이 수행을 굳건히 닦아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아울러 ‘다른 사람을 속이거나, 무시하지 말고, 분노와 증오의 마음’을 버릴 것을 권한다. 이러한 내용은 모두 수행이란 우리의 일상 속에서도 얼마든지 할 수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말하자면, 나의 일상을 ‘아누락카띠’함으로써 나의 불건전한(akusala) 특징들을 명확하게 파악하여, 건전하고 선한 특징으로 바꾸어주는 노력이 바로 수행인 것이다. 이것을 한 마디로 잘 표현하고 있는 것이 ‘사정근(四正勤)’, 곧 네 가지 바른 노력이다. 그 네 가지란, 나에게 선한 마음이 아직 생기지 않았으면 빨리 생기도록 노력하고, 이미 생겨났다면 더욱 크고 굳건하게 될 수 있도록 노력하며, 악한 마음이 생기지 않았으면 이후에도 생겨나지 않도록 노력하고, 이미 생겨났으면 빨리 제거하는 것을 말한다.

 

▲이필원 박사

이러한 내용을 통해 우리는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수행의 요체를 나름 유추해 볼 수 있다. 그것은 ‘늘 깨어있는 마음으로 나 자신을 살펴보는데, 그것을 어머니가 목숨을 걸고 자식을 지키듯이’ 그렇게 하라는 것이다. 만약 나의 삶을 어머니가 자식을 생각하듯이 그렇게 살아갈 수만 있다면, 적어도 나에게 주어진 시간을 의미 없이 함부로 보내지는 않을 것 같다.
 

이필원 동국대 연구교수 nikay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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