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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정의보다 이익이 법

기자명 법보신문

불교는 자연 중심 관점
당위 대신 필연성 강조
실질적 이익 있는  법이
공허한 정의론보다 중요


부처님의 말씀은 세상의 필연성을 가르치려는 생각을 품고 있다. 그러므로 부처가 세상에 알리는 도는 그리스도가 세상에 선포한 도에 비해 세상의 필연성이 지니는 법에 보다 가깝다. 그리스도의 도는 의(義)를 설파한 도이다. 의는 현재에는 약하지만, 앞으로의 세상에서 강력한 것이 될 것이라는 뜻을 품고 있다. 이것을 니이체는 ‘복수와 원한의 심리를 속으로 머금고 있다’고 간파하였다. ‘이 세상에서 마지막 자가 하늘나라에서는 첫 번째 자가 될 것’이라는 비유도 결국 원한에 찬 복수의 심리를 나타낸다고 니이체가 읽었는데, 그리스도교적으로 보면 이것은 복음의 의미와 같다. 이익이 지배하는 세상이 응징당하고, 정의가 지배하는 세상이 도래할 것이라는 의미를 기독교가 머금고 있다. 정의와 이익을 서로 대척관계로 설정하는 그런 사고방식을 기독교가 품고 있다. 그런데 불교에서는 정의의 개념이 본디부터 없다. 나는 이것이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생각한다.


불교에서는 정의의 개념을 말하지 않는다. 유교에서 특히 맹자 유교에서 저 정의라는 말을 아주 사랑하고 있었고, 뒤이어 들어 온 기독교에서 저 낱말을 아주 금과옥조로 쓰고 있었으나, 불교에서는 정의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는다. 부처님이 세상을 정의롭게 하시겠다는 그런 결심을 우리는 찾지 못한다.


불교는 도덕적 당위를 내세우지 않고 세상의 필연성을 가장 두드러진 진리로 말한다. 불교는 기독교나 유교처럼 인간중심적인 사회역사적 가르침이 아니라, 자연 필연적인 가르침을 설파한다. 불교는 기독교처럼 인간중심적인 각도로 세상을 논파하지 않고, 모든 자연의 생명세계를 다 중히 여기는 생명중시 사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 그러므로 불교는 기독교처럼 인간중심의 창조설을 믿지 않는다. 인간보다 더 상위에 있는 신이 이 우주를 창조하였다는 생각도 사실상 인간이 이 세상을 만들었다는 사고방식과 다를 바가 없다. 신의 개념은 인간의 개념을 극도로 드높여 올려놓은 개념에 다름 아니다.  인간을 아주 높은 차원으로 올려놓은 개념이 신이다. 그러므로 신은 인간과 같은 차원의 지성과 감성을 갖고 있다.


정의는 이익이 지배하는 세상을 저주하면서 새로운 혁명을 꿈꾸는 용어이지만, 불교는 그런 혁명을 설파하지 않는다. 그런 혁명은 이 세상에 한 번도 오지 않을 것이고 언제나 허황된 공상에 불과하다는 것을 말한다. 최근 영국의 사회주의적인 이상향에 의거해서 병원에서 무료복지정책으로 모든 환자들을 무료 수용 처리하는 정책을 폈으나, 결과적으로 3000여명의 환자들을 죽게 했다는 기사가 났었다. 아직도 인류는 이상주의의 독성을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이상주의는 실현불가능한 공상주의고, 그것이 실현불가능하기에 생기는 현실적 독성을 인류는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이상주의는 결코 현실적으로 틀리지 않다. 왜냐하면 그것이 이상주의이기에 현실적으로 한 번도 실현되어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실현되어 본 적이 없는 사상과 제도는 언제나 정당한 것으로 평가되기 쉽다. 그런 생각이 한국에서 허황된 이상주의가 늘 옳은 것으로 오인되는 결과를 종종 낳기도 한다.

 

불교는 이 세상에 존재하는 법은 정의가 아니라 이익임을 말한다. 존재하는 모든 것은 다 자기의 이익을 위하여 살아간다. 자기의 이익을 위하는 길이 곧 선이다. 그런데 그 이익은 이기배타적인 이익이 아니라, 자리이타적인 이익이다. 나만을 이익 되게 하기 위하여 타자를 배척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다 함께 기쁨을 느낄 때, 그 기쁨은 남들에게도 즐거운 이익에 젖게 한다고 한다.

 

▲김형효 교수

나는 이것이 서구의 정의를 위한 사상보다 훨씬 더 이 세상의 실상에 적합한 것이라고 믿는다. 한국불교는 현재 한국사회에 만연하고 있는 공허한 정의론보다 실질적인 이익의 법을 설파해야 하리라.


김형효 서강대 석좌교수 kihyhy@nate.com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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