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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동문회, 중앙승가대 ‘쥐락펴락’

  • 집중취재
  • 입력 2013.02.21 21:37
  • 수정 2013.02.28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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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보직 동문 독차지…총장 선출에 입김
학사행정 파행…‘총장없는 졸업식’ 되풀이
“무소불위 권력집단 변질했다” 비판 고조

중앙승가대 동문들의 친목도모와 학교 후원 등을 목표로 설립된 총동문회가 본연의 역할을 넘어 학사행정을 비롯해 학교 운영까지 깊숙이 개입하면서 비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총동문회 동문이 으레 학교 핵심보직을 맡고, 총장 선거 때마다 후보를 내세우는 등 무리한 행보를 되풀이 하면서 총동문회가 ‘학교를 쥐락펴락하고 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심지어 ‘총동문회의 눈 밖에 나면 어떤 총장도 견디기 어렵다’는 말이 학교 안팎에서 회자될 정도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총동문회가 무소불위의 권력집단으로 변질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본지가 중앙승가대 직제현황을 살펴본 결과 총동문회 추천 인사들이 학사행정의 핵심보직으로 꼽히는 총무처장과 법인사무처장, 교학국장 등을 맡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다른 대학의 경우 직원 인사와 상벌, 예․결산 등의 업무를 총괄하는 총무처장은 관련 분야의 전문성을 갖춘 총장의 최측근이 맡는 게 관례로 알려져 있다. 실제 동국대, 금강대, 위덕대 등 종립대학의 경우도 모두 전문성을 갖춘 교수들이 맡고 있다.


그러나 중앙승가대는 개교 이후 현재까지 교육행정 경험이나 관련 분야의 전문성과 관계없이 총동문회의 추천 인사가 총무처장을 맡는 것을 관행처럼 여겨왔다는 게 학교 관계자의 설명이다. 또 교원인사 등의 업무를 총괄하는 교학처의 경우도 일반 교수들이 처장을 맡는 대신 교학국장 자리가 별도로 마련돼 늘 총동문회 출신의 스님들이 독차지해 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총무처장 범해 스님은 “(핵심보직을 맡는 것이)총동문회의 기득권으로 비춰질 수 있는 소지도 있겠다”면서도 “(나는)임명권자로부터 임명을 받아 소임을 행하고 있을 뿐”이라며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런가하면 총동문회가 총장 선거에도 지나치게 개입하면서 오히려 학사행정을 파행으로 치닫게 했다는 비판에 직면하기도 했다. 실제 지난 2008년 제5대 총장 선출 과정에서도 총동문회가 본인의 의사도 확인하지 않은 채 특정 스님을 총장으로 추대하려다 총장선출이 수개월 늦춰지면서 2009년 2월 ‘총장 없는 졸업식’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기도 했다. 이번 총장선거에서도 동문회의 입김이 적지 않게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승가대가 지난 2009년에 이어 또다시 ‘총장 없는 졸업식’이 불가피해지면서 동문회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특히 총장선출 지연에 따른 비판여론에 직면하자 동문회는 미산과 원종 스님을 모두 배제한 제3후보를 내세우는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승가대 한 교수는 “제3후보론을 내세우는 것 자체가 결국 총동문회 측의 입김에 따라 총장을 선출하겠다는 계산”이라며 “학교발전을 위해 꼭 필요한 인물이 누구인지가 총장선거에 기준이 되어야지 동문이냐 아니냐가 평가 잣대가 되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총동문회가 자신들을 비판하는 목소리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면서 총동문회 집행부를 향해 비판적인 목소리를 낸 스님들에 대해 ‘입단속’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최근 총동문회측 한 관계자는 본지 보도 이후 “(법보신문에 제보한 것이)누구인지 이미 다 알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처럼 총동문회가 승가대 운영을 좌지우지하는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승가대 출신의 한 스님은 “총동문회의 역할은 그 설립 취지에 맞게 승가대가 교육기관으로서의 위상을 갖출 수 있도록 순수하게 후배들을 뒷바라지 하는 것 뿐”이라며 “이제라도 과감히 모든 기득권을 놓고 본래의 역할로 돌아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제15대 승가대 총동문회 사무국장 도봉 스님은 “초창기 현대적 승가교육에 뜻을 세운 스님들이 학교를 설립하면서 교수초빙이나 재정조달을 위해 주요보직을 맡았을 뿐”이라며 “총동문회가 기득권을 갖고자 하는 건 절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한편 승가대 교수회와 총학생회는 제6대 총장 선출이 지연되는 사태로 인한 학내 구성원들 피해를 인지하고 조속한 총장 선출을 촉구하는 내용의 성명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최호승 기자 time@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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